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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악관 실세들 사이에선 진작 눈 밖에 나…벼르다 워싱턴 떠나자 맹공
머스크 우군이었던 밴스도 "이렇게 대통령 공격한 건 큰 실수"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UPI 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연합뉴스) 임지우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를 단호히 손절한데는 그간 머스크가 잦은 돌출행동으로 '정권의 골칫덩이'로 전락했다는 점이 배경이 됐을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7일(현지시간) 미국 일간 워싱턴포스트(WP)는 정적은 물론 측근들로부터도 공격을 받던 머스크를 계속 감싸던 트럼프 대통령이 결국 파국을 선택하기까지 두 사람의 관계에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보이는 결정적 사건들과 관련 내막을 소개했다.

보도에 따르면 지난 5일 머스크가 소셜미디어(SNS) 엑스를 통해 자신에게 공개적으로 비난을 퍼부은데 충격을 받은 트럼프 대통령은 측근과 지인들에게 전화를 돌려 관련 상황을 의논했다.

이 과정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머스크를 "대단한(big-time) 마약 중독자"로 지칭하면서 머스크의 행동이 약물의 영향일 가능성을 언급했다고 통화 내용을 잘 아는 한 소식통은 전했다.

WP는 비록 이날 공개 설전을 통해 트럼프와 머스크의 관계가 공식적으로 파국을 맞았지만, 두 사람의 동맹 관계에는 훨씬 전부터 금이 가고 있었다고 짚었다.

정무적 감각 없이 파격적인 정책을 무작정 밀어붙이는 머스크의 일 처리 방식은 백악관 참모들이 진작에 머스크로부터 등을 돌리게 만들었으며, 끝없이 구설수를 몰고 다니는 머스크와 서서히 거리를 두던 트럼프 대통령도 그의 발언 수위가 선을 넘자 결국 폭발했다는 것이다.

머스크 테슬라 CEO
[UPI 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당초 대선 승리의 일등 공신으로 백악관에 입성한 머스크와 트럼프의 관계에 금이 가기 시작한 것은 지난 2월 머스크의 정부효율부(DOGE) 팀이 연방정부 직원 전체에 지난 일주일간 이룬 성과 다섯 가지를 작성해 보내라고 지시하는 이메일을 보내면서다.

트럼프 행정부의 고위 당국자들조차도 이러한 이메일에 대해 사전에 정보를 받지 못했고, 이는 행정부 전체에 큰 파장을 일으켰다.

심지어 행정부 소속이 아닌 연방 지방판사나 기밀 정보를 다루는 부서에도 이러한 이메일이 발송된 사실이 알려지면서 머스크가 정부 기관에 대한 근본적인 이해가 부족하다는 인식이 퍼지게 됐다.

특히 백악관의 실세 중 실세로 불리며 트럼프 대통령의 막대한 신임을 받는 수지 와일스 백악관 비서실장이 이 사건을 계기로 머스크와 DOGE 팀에 등을 돌린 것으로 전해졌다.

이후로도 머스크의 DOGE팀이 거침없이 연방정부 기관들을 상대로 구조조정 칼날을 휘두르고 다니면서 머스크는 반(反)트럼프 세력의 대표적 공격 대상으로 자리 잡았다.

그런 가운데 4월 1일 치러진 위스콘신주 대법관 선거에서 머스크가 전폭 지지를 보낸 보수 성향 후보가 패배하자 백악관과 워싱턴 정가에서는 머스크가 단순한 정치적 리스크 수준을 넘어 현 정권의 '골칫거리'가 됐다는 인식이 형성됐다고 워싱턴 정가에 대해 잘 아는 한 소식통은 전했다.

머스크는 관세 정책을 놓고 대통령의 무역 정책팀과도 갈등을 빚었으며, 이는 대통령 무역 참모인 피터 나바로 백악관 무역·제조업 담당 고문과 스콧 베선트 재무장관과의 공개 충돌로 이어졌다.

특히 지난 4월 중순 머스크가 베선트 장관과 백악관 한복판에서 욕설을 주고받으며 주먹다짐에 가까운 싸움을 벌인 사실이 알려져 화제가 되기도 했다.

트럼프 1기 백악관의 수석전략가였던 스티브 배넌은 머스크가 '럭비선수 마냥' 어깨로 베선트 장관의 흉곽을 들이받았고, 베선트 장관이 맞받아치면서 주변 사람들이 두 사람을 떼어놓는 일도 있었다고 말했다. 배넌은 관련 소식을 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이건 너무 지나치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과 대화하는 머스크 CEO
[AFP 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결국 4월 말 머스크가 테슬라 경영에 몰두하겠다며 백악관 일에서 손을 떼기 시작하자 벼르던 기회를 잡게 된 백악관 인사들은 곧바로 본격적 공세에 들어갔다.

머스크의 임기 내내 그와 갈등을 빚던 세르지오 고르 백악관 인사 국장은 머스크의 측근으로 분류된 재러드 아이작먼 당시 미 항공우주국(NASA) 국장 지명자가 과거 민주당 후보에게 여러 차례 정치적 기부를 했다는 내용의 서류를 트럼프 대통령에게 내밀었다.

백악관 인선을 두고 갈등을 빚어 온 고르 국장은 그간 주변에 머스크에게 보복하고 싶다는 말을 해왔던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트럼프 대통령은 아이작먼의 후보 지명을 철회했고, 이는 머스크의 우주 진출 야망에 적지 않은 타격을 입혔을 것으로 보인다.

그럼에도 트럼프 대통령은 백악관에서 머스크 환송회를 열어주며 대외적으로는 우호적 관계를 연출했으나, 머스크가 자신의 핵심 정책인 감세법안을 비난하기 시작하자 참아왔던 악감정을 주변에 터뜨리기 시작한 것으로 전해진다.

백악관 고위 당국자들은 트럼프 대통령에게 정부 재정에 관한 머스크의 입장은 원래 알고 있지 않았느냐고 말하며 이를 진정시키려 했으나, 트럼프 대통령은 결국 이달 5일 백악관 집무실에 모인 기자들 앞에서 참아오던 분노를 터뜨렸다.

그는 머스크가 자신의 감세 법안에 공개적으로 반대한 것에 "매우 실망했다"며 "우리(관계)가 더 이상 좋을지 모르겠다"고 말해 이후 이어진 비난전의 포문을 열었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은 머스크와의 공개 설전이 시작된 첫날에는 주변 측근들에게 불에 기름을 붓지 말라며 자제를 촉구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JD 밴스 부통령에게는 머스크와의 상황에 관한 질문에 대한 발언을 주의하라면서 "외교적인 태도로" 대응하라고 주문하기도 했다고 WP 등 외신은 전했다.

한편 작년 미국 대선 과정에서 머스크가 자신을 트럼프 대통령에게 부통령 후보로 추천한 것을 계기로 우호적 관계를 맺어 온 밴스 부통령도 이번 설전 과정에서 머스크가 '큰 실수'를 했다며 선을 그었다.

밴스 부통령은 이날 녹화된 팟캐스트 방송에서 "머스크의 사업이 계속 공격받고 있는 상황에서 그가 느끼는 좌절감은 이해한다"면서도 "이렇게 대통령을 공격하는 것은 큰 실수다. 이는 우리나라에도 좋지 않고 일론에게도 좋지 않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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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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