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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노원구 수락휴 나무집 2층. 침대에서 나무와 별을 관찰할 수 있도록 천장에 대형 창문을 달았다. 문희철 기자
“우리 죽은 나무(dead-limbed tree)를 뒤져보자. 분명 여기 보물이 있을 거야.”

마크 트웨인의 소설 ‘톰 소여의 모험’에서 톰과 그의 친구 허클베리 핀, 조 하퍼의 대화다. 이들은 자신들의 은신처인 나무집(tree house)에서 해적·보물 놀이를 하고 미시시피 강변 무인도로 가출을 결심한다.

소년들의 상상력·모험심을 드러내고 이들의 우정·비밀을 상징하는 공간인 나무의 집이 서울에 등장했다. 서울 노원구가 오는 7월 개장 예정인 ‘수락휴(休)’다. 2018년 8월부터 7년 동안 231억7700만원을 투입해 35만4513㎡(10만7240평) 부지에 자연휴양림을 세웠다.

수락산 동막골 자락에 위치한수락휴는 국내 대도시에 위치한 최초이자 유일한 자연휴양림이다. 18개 동 25개 객실에 최대 105명까지 투숙이 가능하다.
캐나다 단풍나무를 도끼로 찍어서 만든 나무 패널로 외관을 마감한 수락휴 트리하우스. 문희철 기자
국내 최초 대도시 자연휴양림 ‘수락휴’
수락휴 방문자센터에 배치한 우드슬랩. 경북 울진에서 공수한 금강송을 5m 길이로 잘라 10인용 탁자로 만들었다. 문희철 기자
중앙일보가 5일 방문한 수락휴 나무의 집은 콘셉트가 명확한 공간이었다. 지상으로부터 14m 높이의 공간에 나뭇가지로 둘러싸인 숙소가 있다는 사실 자체가 일단 매력적이다. 다만 나무의 집 특성상 입구까지 올라서려면 짐을 들고 철제 계단을 밟아나가야 한다. 엘리베이터는 없기 때문에 노약자는 다소 불편할 수 있다.

허클베리 핀의 나무집과 다른 점은 매일 침구를 교체하는 등 호텔식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점이다. 캐나다 단풍나무를 도끼로 찍어서 만든 나무 패널로 외관을 마감했다.

숙소 내부 공간의 수준도 기대 이상이었다. 서울 광진구 SK워커힐 더글라스하우스와 유사한 나무 재질의 카드키를 접촉하면 오밀조밀한 공간의 문이 열린다. 왼쪽엔 옷장, 오른쪽엔 샤워실·화장실이 자리한 복도를 벗어나자마자 거대한 통창이 시야에 들어온다. 1층 침대에 누워보면 초록초록한 나무로 둘러싸이는 느낌이 든다.

객실 곳곳에 배치한 각종 소품·시설도 ‘숲속에 휴양’이라는 콘셉트를 일관적으로 유지하고 있다. 일단 모든 객실엔 TV가 없고, 대신 LP 플레이어와마샬액톤 블루투스 스피커가 있다. 30여년 만에 들어보는 LP판의 낮은 소음이 은은한 스피커 음질과 맞물려 학창시절 향수를 불러일으킨다.
수락휴 트리하우스 창문엔 작은 구멍을 뚫어뒀다. 뚜껑을 열면 신갈나무의 향기와 딱따구리·직박구리 소리가 방안으로 흘러들어온다. 문희철 기자
대부분의 창문마다 동그랗게 작은 구멍을 뚫고 투명한 원형 뚜껑을 씌워놨다. 뚜껑을 돌려서 열면 방충망을 사이로 신갈나무의 향기와 딱따구리·직박구리 소리가 방안에 가득 찬다.

2층 다락방으로 올라가면 매트리스 바로 위로 창문이 지붕의 절반가량을 차지하고 있다. 모든 전등을 소등하면 그야말로 별빛이 쏟아져 들어오는 공간이다. 드라이어·커피포트는 물론 매트리스 퀄리티도 수준급이다. 만족스러운 침대·객실 컨디션의 비결을 묻자 오승록 노원구청장은 “구청 직원들이 5성급 호텔을 찾아다니며 가장 만족도가 높았던 강원도 강릉시 HD현대 씨마크호텔의 침대를 공수해 왔고, 리츠칼튼 출신 해외파 호텔리어도 채용했다”고 설명했다.

다만 객실 외부에 꼽등이·갈색여치가 꽤 많아 곤충을 싫어한다면 약간 난감할 수 있다. 아무래도 숙소가 수락산 자락에 있기 때문인데, 수락휴가 생기기 전부터 거주하던 원주민(?)들인데 방을 빼라고 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소등했을 때 2층 에어컨 조절기의 디지털 패널이 2층 창문에 비쳐 별빛 감상을 방해한다는 점도 소소하게 아쉬운 부분이다.
수락산 곳곳을 점령하고 있는 꼽등이. 곤충을 싫어한다면 약간 난감할 수 있다. 문희철 기자
홍신애 셰프, 레스토랑 직접 운영
수락휴 레스토랑 '씨즌 서울 바이 홍신애'가 제공하는 조식 메뉴 중 하나인 전복죽. 문희철 기자
무엇보다 만족스러운 건 수락휴 중앙 방문자센터 1층에 위치한 레스토랑이다. 수락휴는 객실 내부 취사를 금지하고 있고, 객실에 식기류도 없다. 처음엔 가족 단위 투숙객이 불편할 수 있겠다 싶었지만, 레스토랑에 방문한 뒤 생각이 달라졌다. 요리연구가 홍신애 셰프가 직접 운영하는 ‘씨즌 서울 바이 홍신애’가 조식·중식·석식은 물론 야참까지 제공하는데, 홍 셰프가 직접 선별한 농장에서 직접 재료를 공수한 제철 음식을 제공한다.

조식으로 전복죽을 주문했는데 최소 1개 이상의 전복을 갈아 넣고, 별도로 2개의 통전복을 죽 위에 올리는 등 재료를 아끼지 않는 밥상을 즐길 수 있었다. 홍 쉐프가 특유의 발랄하고 유쾌한 입담으로 직접 토마토를 잘라주는 재미는 덤이다. 올리브TV의 미식 프로그램 ‘수요미식회’에서 음식을 맛보고 경탄하던 털털하고 인간적인 매력이 여전하다. 머리에 보자기(스카프)를 뒤집어쓰고 음식의 산지와 특징을 설명하는데 ‘알프스 소녀 하이디 스타일’보단 ‘지드래곤 스타일’이라고 불리는 걸 선호한다고.

홍신애 셰프는 “수락휴 2㎞ 거리에 음식점이 잔뜩 있는 상황에서 우리의 경쟁자는 배민”이라며 “태안김, 제주돼지, 부산새우, 가평호박, 서산멸치 등 건강한 메뉴가 배달 음식을 대체할 수 있다고 확신해 강남에 있던 식당을 때려치우고 입점했다”고 말했다.

오승록 구청장은 “수락휴는 ‘숲속 휴식’이라는 자연휴양림의 본질에 충실하기 위해 노력했다”며 “조선백자가 나와 공사를 잠시 중단했다가 재개한 무장애 숲길까지 완성하면 오는 7월 정식 개장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수락휴 이용정보
서울 노원구 덕릉로 145길 108에 자리잡은 수락휴. [사진 노원구]
수락휴는 서울 노원구 덕릉로145길 108에 자리 잡고 있다. 지하철 4호선 불암산역(구 당고개역)과는 2㎞ 정도 거리다. 18개 동 25개 객실로 구성되어 있다. 객실은 2인실, 4인실, 6인실이 있는데 객실마다 침대 배치나 공간 구성을 별도로 디자인해 차별화했다.

가장 저렴한 본동 2인실은 1박당 성수기·주말 7만원, 비수기 5만5000원이고, 가장 비싼 나무집은 1박당 성수기·주말 25만원, 비수기 20만원이다. 가장 넓은 개별동 6인실의 경우 성수기·주말 18만원, 비수기 14만5000원이다. 노원구민에겐 약 10% 할인 혜택이 주어진다.

산림휴양 통합 플랫폼 ‘숲나들e’에 접속해 예약할 수 있다. 1인 1객실 1박만 예약이 가능하며, 노원구민에게 전체 객실의 절반을 우선 예약할 수 있는 기회가 먼저 주어진다. 오는 7월 17일 정식 개장할 예정이다. 매주 화요일 휴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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