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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 출구조사 결과 20대 남성 37.2% “이준석에 투표”
“혐오정치 그만하고 집권여당 민주당이 제대로 대응해야”
이준석 개혁신당 대선후보가 지난 5월 28일 서울 강남역 일대에서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연합뉴스


[주간경향] 21대 대선에서 누가 당선됐는지만큼이나 관심을 끄는 것은 2030 남성 유권자들의 표심이다. 지상파 방송 3사 출구조사 결과를 보면 20대 남성의 37.2%, 30대 남성의 25.8%가 이준석 개혁신당 대선후보를 뽑았다고 답변했다. 다른 세대, 성별과 비교했을 때 확연히 높은 수치다. 김문수 국민의힘 대선후보를 합치면 20대 남성의 74.1%, 30대 남성의 60.3%가 보수진영 후보를 뽑았다.

이 후보는 그간 약자, 소수자에 대한 혐오와 갈라치기를 정치적으로 악용한다는 비판을 받았다. 이번 대선에서는 3차 TV 토론회 때 성폭력 묘사 발언으로 또 한 번 뭇매를 맞았다. 그럼에도 이 후보가 2030 남성들의 표를 끌어온 배경은 무엇일까. 2030 남성 청년의 보수화·극단화를 우려하는 의견이 나오는가 하면, 다른 한편으론 더불어민주당이 청년들의 어려움을 정책적으로 제대로 풀어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반페미에서 이준석 팬덤 된 펨코

청년들이 처한 취업난과 불안정한 노동 현실이 이들의 인식에 영향을 미친다는 분석은 여럿 있다. 이승윤 중앙대 사회복지학부 교수는 지난 5월 발행한 책 <광장 이후>에서 “노동시장에 진입하는 청년 남성들이 높은 비율로 매우 불안정한 상태”라며 “이는 청년 남성들의 심리적·사회적 경험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했다. 이 교수가 수행한 ‘불안정노동 지수’ 연구에서는 청년 집단 내 극심한 양극화 현상이 관찰됐다. 2021년 청년 남성의 절반 가까이가 ‘매우 불안정한 노동’ 상태였고, 이는 청년 여성보다 높은 수치였다. 노동 불안정뿐 아니라 남성에게 경제적 책임을 부과하는 가부장제, 공동체에 속하지 못한 청년들의 고립화·개인화가 이들이 보수화한 배경에 있다는 분석들이 나왔다.

2015년부터 젠더와 페미니즘이 큰 사회이슈로 떠올랐다. 동시에 문재인 정부가 출범한 2017년 이른바 ‘공정’ 논란이 불거졌다. 공공부문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이 능력주의에 반해 공정하지 않다는 논란이다. 강우진 경북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청년 남성들이 진보진영으로부터 멀어지기 시작한 게 문재인 정부 때부터였다”며 “공론장을 통해 터져나온 여성과 남성 간 서로 충돌하는 목소리들을 어떻게 대변할 것인가에 초점을 맞췄어야 하는데 그렇게 하지 못했다”고 했다. 2021년 4월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20대 남성의 72.5%가 오세훈 국민의힘 후보에게 투표(출구조사 결과)한 것으로 나타나면서 정치권은 본격적으로 ‘이대남’을 호명했다.

시민단체 정치하는엄마들이 지난 5월 28일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 민원실 앞에서 이준석 개혁신당 대선후보의 성폭력 묘사 발언에 대한 고발장 접수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이준헌 기자


그 중심엔 이준석 후보와 남초 온라인 커뮤니티 ‘에펨코리아(펨코)’가 있었다. 펨코는 젠더 이슈에 유독 민감하게 반응했다. 집게손가락 논란, 여성할당제,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 시위, 동덕여대 학생 투쟁 등 펨코에서 어떤 이슈가 공론화되면 이 후보가 이를 언급하고, 펨코 이용자들은 이 후보를 지지하는 ‘그들만의 연대’가 이어졌다. 여성, 윗세대, 민주당 때문에 2030 남성이 피해를 입는다는 ‘2030 남성 피해자론’에, 2030세대 지지를 얻으면 그 부모세대 지지까지 확보할 수 있다는 ‘세대포위론’이 더해졌다. 이 흐름 속에서 2022년 20대 대선 때 여성가족부 폐지를 내건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가 대통령으로 당선됐다.

김정희원 애리조나주립대 커뮤니케이션학과 교수는 “미국에도 매노스피어(남초 온라인 커뮤니티)가 있고 주류 기득권 정치, 기성세대에 대한 반감이 강하지만 미국은 젊은 세대가 탈정치 쪽으로 가는 반면 한국은 적극적으로 정치에 관여하는 쪽으로 가고 있다”고 했다. 김정 교수는 “구조적 요인과 잉여 남성의 등장이라는 면에선 양국이 같지만 한국엔 30대에 당대표가 된, 펨코의 말을 귀 기울여 듣고 즉각적으로 반응하는 이준석이 나타난 것”이라며 “사회적으로 충족되지 않는 자존감이 이준석을 통해 충족되고, 더 효능감을 얻는 것 아닌가 싶다”고 분석했다.

그러나 혐오 정치가 약자, 소수자에게 피해를 주고 사회 갈등을 증폭시킨다는 비판도 이어진다. 정치인의 발언은 혐오 확산의 파급력이 매우 크다. 강성현 성공회대 사회융합학부 교수는 이 후보로 대표되는 2030 남성들이 ‘극우’의 범주에 있다고 본다. 그가 규정하는 극우란 ‘위기 상황에서 우리가 무너지고 있다는 감각을 만들고, 그 위기 감각을 다른 집단, 특히 약자와 소수자에게 투사하면서 혐오와 배제, 물리적 폭력을 동원해 정치·사회적 공간을 재구성하려는 실천’을 말한다. 강 교수는 “홀로코스트나 일본군 ‘위안부’에 대한 역사 부정론자들처럼 사실 검증보다는 특정 집단을 공격하는 방식으로 감정을 조직하는 사례가 있다”며 “이 후보도 기성세대를 ‘꼰대’로 상징화하고, 그에 도전하는 구도 안에서 공정성과 능력주의 담론을 결합한다는 점에서 유사한 구조”라고 설명했다.

이 후보가 낙선한 것도 결국엔 혐오 정치의 실패라는 평가가 나온다. 이 후보는 대선 과정에서 ‘나는 혐오한 적 없다’는 입장을 반복했고, TV 토론회에서의 성폭력 묘사 발언으로 논란이 인 뒤에도 적극적으로 사과하지 않았다. 다른 입장을 가진 이들과의 대화와 소통, 포용보다는 대립과 갈등의 태도를 보인 것이다. 강우진 교수는 “결국 정치란 무엇인가라는 근본적 문제”라고 짚었다. 강 교수는 “분배의 문제는 2030 남녀 공통의 문제이고, 대통령 후보라면 세대포위라는 주장을 할 게 아니라 세대통합 담론을 통해 사회를 재구성할 수 있는 비전을 갖고 있어야 한다”며 “이 후보는 2030 남성을 대변할 수는 있지만 그 비전을 보여주지 못한 것”이라고 했다.

지난 5월 30일 이준석 개혁신당 대선후보가 서울 동작구 중앙대에서 유세 중인 가운데 일부 학생들이 혐오 정치를 규탄하는 팻말을 들고 있다. 연합뉴스


민주당은 왜 이대남 공략에 실패했나

이번 대선 결과에서 2030 남성의 보수화가 포착됐지만, 이들이 고착화된 보수라기보다는 상황에 따라 유동적 판단을 하는 존재라고 보는 전문가가 많다. 또 2030 남성을 한 집단처럼 뭉뚱그려 분석하는 세대론이 자칫 세대 내의 다양한 특성을 무시한다는 지적도 있다. 12·3 불법 계엄 이후 여론조사에서 2030 남성들의 탄핵 찬성 입장이 전체 평균과 비슷했고, 이번 대선에서 20대 남성의 24.0%, 30대 남성의 37.9%는 이재명 후보를 지지(출구조사 결과)한 것도 사실이다.

이 때문에 집권당이 된 민주당이 2030 남성을 보다 세밀히 분석하고 정책적으로 대응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이우창 방송통신대 문화교양학과 교수는 “남초 커뮤니티에서 격론이 많이 나온 주제는 연금개혁이었다”며 “윗세대가 연합해 2030 남성들을 약탈하는 것 아니냐는 공격에 대해 민주당이 세대 간 연합이 필요하다는 원론적 이야기만 해서는 2030 남성들의 불안을 달래줄 수 없다”고 했다. 이 교수는 “주요 정당이 정면승부를 하지 않는 상황에서는 이준석 후보같이 그 틈을 파고들어 자신만이 진정한 청년의 대변자라고 주장하는 이들은 계속 나올 것”이라며 “2030 남성들에게 자신들을 대변할 수 있는 다른 정치적 선택지를 줬는지 되돌아봐야 한다”고 했다.

혐오에 대해서만큼은 국가가 적극 대응해야 할 필요성도 제기된다. 2030세대뿐 아니라 10대 청소년들 사이에서도 혐오 정서가 퍼지고 있고, 서울서부지법 폭동에서 극단화는 이미 현실화했다. 김정희원 교수는 “혐오 발언이 계속 증가하고 그 피해는 여성과 장애인 등 소수자에게 고스란히 돌아오고 있다”며 “2030 남성의 보수화를 인정하고 대응 방안을 논의하는 단계로 나아가야 한다”고 했다. 시민사회단체들은 학교의 성평등 교육을 전면 개편하고 포괄적 성교육을 도입하라고 요구한다. 유네스코는 성평등에 기초해 의사소통과 의사결정, 젠더에 대한 이해, 인간의 신체와 발달, 성적 행동과 성 건강을 점진적으로 교육하는 포괄적 성교육을 권고한다.

강성현 교수는 “혐오 발화는 단순한 표현의 문제가 아니라 언어를 통해 상대에게 상처와 위협을 가하는 수행적 행위이기 때문에 사회적 선을 넘는 경우에는 단호하게 대응할 필요가 있다”며 “포괄적 차별금지법은 혐오에 대한 사회적 책임을 제도적으로 분명히 하는 중요한 입법”이라고 했다.

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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