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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일 오전 6시 21분 대한민국 제21대 대통령인 이재명 대통령의 임기가 시작했다. ‘계엄→탄핵→선거’의 여파로 인수위원회를 꾸리지 못했기 때문에 이재명 정부의 청사진이 뚜렷하게 그려질 시간이 부족했다. 그래서 희망과 전망이 뒤섞인 담론이 정부 안팎을 떠돌고 있다.

마덱스 2025에서 한화오션이 선보인 미래형 잠수함. 겉모습이 영국의 차세대 공격형 핵잠과 상당히 비슷하다는 평가다. 한화오션은 핵동력 탑재 가능성에 대해 부인하지 않고 있다. 김민석 에비이이션위크 특파원

그 담론 중 ‘항공모함(항모)’과 ‘핵추진 잠수함(핵잠)’이 끼어 있다. 문재인 정부(2017년 5월~2022년 5월)는 항모 건조 사업과 핵잠 보유 사업을 추진했지만, 윤석열 정부(2022년 5월~2025년 4월) 들어서 두 사업 모두 사실상 중단됐다. 그래서 문재인 정부와 같은 진보 정부인 이재명 정부가 출범하자 항모와 핵잠 사업이 다시 탄력을 받을 것이라고 기대하는 분위기다.

지난달 28~31일 부산 벡스코에서 열린 국제해양방위산업전(MADEX) 2025에선 특히 그런 기류가 느껴졌다. 행사장에서 만난 수많은 관계자는 당시 이재명 대통령이 당선되면 항모와 핵잠 사업을 현실화할 것으로 예상했다. 그리고 국내 양대 조선업체인 HD현대중공업과 한화오션은 항모와 핵잠 모형을 선보였다.

이재명 정부에서 항모와 핵잠이 순항할까.



일본과의 갈등마다 튀어나오는 항모와 핵잠

항모와 핵잠은 해군의 숙원 사업이다. 대양해군으로 거듭나려면 항모와 핵잠을 반드시 가져야 한다는 게 해군의 생각이다. 그래서 1990년대부터 항모와 핵잠 사업을 꾸준하게 준비해왔다.

HD현대중공업이 마덱스 2025에서 선보인 미래 함정들. 제일 왼쪽부터 미래형 전투함, 미래형 무인전력모함, 기동형 무인전력모함. HD현대중공업

항모의 시작은 김영상 정부 때인 1996년이었다. 당시 일본과 독도 영유권 분쟁이 불거지자, 김영삼 대통령은 해군의 항모 사업을 재가했다. 그러나 ‘항모가 꼭 있어야 하나’는 여론이 높았고, 엄청난 예산에 대한 부담도 컸다. 그리고 IMF 경제위기는 항모 사업을 수면 아래로 끌어내렸다.

문재인 정부는 초대 송영무 국방부 장관의 주도로 항모 사업을 다시 물 밖으로 끌어올렸다. 3만t급 경항공모함(CVX)을 건조한다는 계획안도 통과했다. 그러나 윤석열 정부가 제동을 걸었다.

핵잠은 노무현 정부 때인 2003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조영길 국방부 장관은 그해 6월 2일 노무현 대통령에게 핵잠 건조 계획을 보고했다. 그래서 핵잠 사업을 ‘(200)3(년)6(월)2(일)’, ‘362사업’이라고 불렀다.

그러나 362 사업은 외부로 알려졌고, 이듬해 2004년 우라늄 비밀 농축 사건이 터졌다. 한국원자력연구소(지금의 한국원자력연구원·KAERI)가 2000년 초 극소량(0.2g)의 우라늄 레이저 농축 실험을 한 사실이 뒤늦게 드러났다. 미국은 ‘한국이 핵무기를 만드려 한다’고 의심했고, 노무현 정부는 핵잠 사업을 잠시 접을 수밖에 없었다.

문재인 정부는 핵잠 사업을 다시 꺼냈다. 처음엔 구형인 미국의 LA급 공격형 핵잠을 사오려고 했다. 문 대통령은 2017년 6월 30일(이하 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DC에서 열린 한·미 정상회담에서 당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게 제안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긍정적으로 검토하겠다고 밝혔지만, 미국의 제도적 장벽 때문에 불가능하다고 나중에 알려왔다.

그러자 문재인 정부는 자체 핵잠 건조를 검토했다. 특히 2018년 12월 20일~2019년 1월 23일 일본 초계기 저공 위협 비행 갈등과 2019년 10월 2일 북한의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인 북극성-3형의 발사 성공이 계기였다. 2020년 7월 28일 당시 김현종 국가안보실 2차장은 “차세대 잠수함은 핵추진이 될 것”이라며 말했다. 2020년 8월 10일 국방부는 ‘2021~25 국방중기계획’을 발표하면서 차기 ‘4000t급 잠수함’의 추진방식이 핵일 수도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미국이 핵잠 원자료의 동력원인 저농축 우라늄을 한국에 공급하는 데 부담을 느끼면서 핵잠 사업은 다시 캐비넷으로 들어갔다.

항모과 핵잠 사업의 부침을 돌이켜 보면 결국 일본과 갈등이 심해지면 정부가 사그라진 불꽃을 되살린 걸 알 수 있다. 해군이 항모와 핵잠을 북한을 억제하는 전력이라고 강조하지만, 그보단 주변국에 대응하는 전력으로 효용성이 더 크다.



“李 대통령, 항모와 핵잠 잘 안다”

윤석열 정부는 항모와 핵잠이 시급한 전력이라고 판단하지 않았다. 북한의 핵·미사일을 막는 3축체계에 대한 투자가 더 급선무라고 생각했다. 항모와 핵잠은 한국의 이익을 지키려고 한반도 너머로 힘을 쓰려고 할 때 갖춰야 할 전력들이다. 그리고 윤석열 정부 때 한·미·일 안보 협력이 깊어졌다.

한화오션의 고스트 커맨더Ⅱ. 항모를 떠올리는 앵글드 덱(Angled Deck)이 보인다. 앵글드 덱은 이함과 착함용 갑판이 다른 설계다. 김민석 에비이이션위크 특파원

항모와 핵잠이 전임 문재인 정부의 사업이라서 그런지 더불어민주당은 윤석열 정부 때 야당으로서 항모와 핵잠 사업을 줄기차게 주장했다.

특히 이재명 정부 첫 국방부 장관 하마평에 오르고 있는 안규백 의원은 틈만 나면 항모 사업을 재개하라고 강조했다. 안 의원은 2022년 4월 윤석열 정부의 첫 국방부 장관인 이종섭 장관이 인사청문회 답변 자료에서 항모를 “전방위 안보위협 대비 군사력 건설”의 하나로 꼽은 데 대해 “한국형 항모에 대한 추진 의지를 밝힌 것은 다행”이라고 칭찬했다. 그리고 해군 국정감사에선 늘 ‘항모 사업이 추진 중이냐’고 물었다.

이재정 민주당 의원 2023년 4월 23일 한·미 정상회담 성과에 대해 “핵잠 정도는 가져올 줄 알았다”고 저평가했다. 당시 한·미 정상은 미국의 확장억제 공약을 강화하는 ‘워싱턴 선언’에 합의했다.

이재명 대통령은 20대 대선 때 ‘원잠(핵잠) 건조’를 공약으로 내걸었다. 21대 대선에서도 핵잠 공약을 검토했지만, 지난 1월 미국이 한국을 민감국가로 지정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지면서 핵의 군사적 이용에 대한 논란을 우려해 바로 접었다.

대선 기간 중 상대측 김문수 국민의힘 후보가 핵 잠재력 확보·전술핵 재배치와 핵잠 보유를 공약으로 제시했다. 그러자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달 27일 대선 후보 토론에서 김문수 후보의 핵 잠재력 확보·전술핵 재배치 공약은 공격했지만, 핵잠 보유 공약에 대해선 아무 언급이 없었다.

대선 캠프에 몸담았던 한 관계자는 “이재명 대통령이 항모와 핵잠에 대한 이해도가 상당하다”고 귀띔했다. 두 사업 모두 현재 공식적으로 폐기되지 않았기 때문에 이재명 정부는 반드시 재검토할 전망이다. 그것도 긍정적 방향일 가능성이 커 보인다.



핵 추진도 가능한 미래형 스텔스 잠수함

멀리 돌아왔다. 지난달 부산 마덱스 2025에선 HD현대중공업과한화오션은 항모와 핵잠을 떠올리는 모형을 대중에 공개했다.

마덱스 2025에서 HD현대중공업이 선보인 미래형 무인전력모함. 최대 3만 2000t급으로 경항모 크기다. HD현대중공업

HD현대중공업의 미래형 무인전력모함(HCX-23 Plus)은 1만 5000t~3만 2000t급으로 설계된다고 한다. 무인항공기(UAV)·무인수상정(USV)·무인잠수정(UUU) 등 무인 전력을 동시에 운용하는 함정이다. 공격형 고정익 UAV가 뜨고 내릴 수 있도록 사출·강제이착함 체계를 탑재한다. 무인기 항모라는 얘기다.

HD현대중공업은“미래형 항모의 전초 단계로 진화적 기술을 적용했다”고 설명했다.

이보다 작은 기동형 무인전력모함(HCX-23)은 6000t급의 삼동선(선체가 3개인 배)이다. 다기능 위상배열 레이더(MFR)·수직발사대(VLS)·레이저 무기 체계로 대공 능력을 강화했다.

한화오션의 유무인체계지휘통제함(고스트 커맨더Ⅱ)은 항모와 꼭 닮았다. 탑재 유인기가 헬기라는 게 항모와 유일한 차이다. 문재인 정부 때 해군이 바랬던 경항모는 비행갑판이 하나다. 그러나 고스트 커맨더Ⅱ는 이함과 착함 갑판이 다르다. 이렇게 하면 소티(단독 출격 횟수)를 늘릴 수 있다.

한화오션은 대형 전투용 고정익 무인기를 태우려고 전자기식 사출기와 강제착함장치를 달겠다고 했다. 상륙장갑차 등 상륙전력을 운용하려고 차량갑판과 현측 램프도 마련된다.

한화오션의 미래형 잠수함(Future Submarine)은 매끈한 스텔스형 선체가 돋보인다. 이 잠수함은 축을 거치지 않고 모터와 프로펠러를 바로 연결하는 림(Rim) 구동 추진기로 소음을 크게 줄였다. 한화오션 측은 “고객이 원하는 추진체계를 탑재할 수 있다”며 “핵추진도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양사는 이미 해군에서 관련 사업을 수주받았다. HD현대중공업은 다목적 유무인 전력 지휘함의 개념 설계를 올해 말까지 해군에게 제출하기로 했다. 다목적 유무인 전력 지휘함은 헬리콥터로 대표하는 유인 전력과 무인항공기(UAV)·무인수상정(USV)·무인잠수정(UUU) 등 무인 전력을 동시에 운용하는 함정이다.

한화오션도 올해 말까지 다목적 수송함 건조 가능성을 검토한 뒤 결과를 해군에게 보고할 계획이다. 다목적 수송함은 해군이 지금 운용 중인 독도함(LPH 6111·1만 4300t)과 마라도함(LPH 6112·1만 4500t) 다음의 대형 상륙함을 뜻한다. 지금과 비슷한 3번함을 지을지, 아니면 새로운 설계로 만들지 결정하는 데 참고할 내용을 한화오션이 제공하는 것이다.

마덱스 2025에 나온 HCX-23 Plus·고스트 커맨더Ⅱ·미래형 잠수함은 해군이 의뢰한 사업과 관련이 없다. 그러나 해군과의 교감을 바탕으로 업체들이 미래 전력의 개념을 먼저 제안했다는 데 의미가 있다.

익명을 요구한 관계자는 “핵잠에 들어갈 소형 원자로 설계가 비닉(비밀) 사업으로 진행 중”이라며 “올해 육상 시험장을 건설해야 한다. 이재명 정부가 결정을 내려야 할 때”라고 말했다.



국민적 공론화가 먼저 선행해야

이재명 정부가 항모와 핵잠을 재추진하는 데 걸림돌이 있다. 항모와 핵잠 건조에 쏟아부어야 할 예산이 가장 큰 문제다. 비용이 한 두 푼 수준이 아니다.

이재명 대통령이 4일 합동참모본부 전투통제실을 방문해 김명수 합참의장으로부터 군사대비태세 보고를 받고 있다. 국방부

2021년 2월 22일 제133회 방위사업추진위원회에서 의결된 경항공모함(CVX) 사업추진기본전략은 2033년까지 2조 300억원을 들여 경항모를 확보한다고 돼 있다. 물론 함재기 확보 예산은 별도다. 그해 11월 16일 국회 국방위원회에서 당시 부석종 해군참모총장은 “경항모 확보엔 2조6000억원 정도가 들어간다”고 답변했다.

항모 운용 비용은 연간 2000억원 정도로 다들 전망한다. 가뜩이나 함상 근무를 꺼리는 분위기에서 항모에 태울 400명 이상의 장병을 확보해야만 한다.

핵잠도 비용이 크다. 브라질은 프랑스와 협력해 공격용 핵잠(SSN)을 건조하는 사업을 세웠는데, 첫 핵잠의 기술 개발·기반시설 확보·보급 체계·건조 예산이 74억 달러(약 10조원)라고 한다. 둘째 핵잠부턴 12억 달러(약 1조 6000억원)로 내려간다.

핵잠의 경우 핵연료인 우라늄 공급선도 문제다. 한·미 원자력 협정에 따라 한국은 20% 미만으로 우라늄을 농축할 수는 있지만, 이것도 미국의 합의가 필요하다. 그런데 미국은 한국의 핵잠에 대해 아직까진 부정적이다.

허재영 연세대 글로벌인재학부 교수는 “항모와 핵잠은 단순한 무기체계 변화가 아니라 국방전략 패러다임의 전환이다. 제한된 국방 예산과 동북아시아 군비경쟁 가속화 등을 고려해야 한다”며 “그래서 국민적 공론화 과정이 선행해야 한다. 사회적 합의 위에 국방정책의 방향성이 제시돼야 지속 가능성을 가질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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