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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경기부양 위한 재정지출, 효과적으로 해야
경제성장률 0%대 전망…부양 위한 추경 필수
재정 여력도 한계, 효과적인 지출이 중요
고령화 사회, 소비 성향 낮고 저축 성향 높아
"데이터에 기반한 성과 측정 문화 정착해야"

편집자주

이정환 한양대 경제금융학과 교수가 다양한 경제 현안을 깊이 있는 분석과 참신한 시각을 담아 전해드리는 '이정환의 경제시대'를 연재합니다.

이재명 대통령이 5일 서울 용산구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뉴시스


2025년 6월 4일, 이재명 정부가 공식 출범하며 한국은 새로운 정책적 전환기를 맞이했다. 그러나 현 정부가 마주한 경제적 현실은 녹록지 않다. 미국과의 관세 협상 갈등, 초고령화에 따른 내수시장 침체, 지속되는 고금리로 인한 소비 위축, 반도체 및 이차전지 산업 경쟁력의 전반적 약화 등 여러 방면에서 위기 신호가 나타나고 있다.

안타깝게도 현시점에서 경기 침체는 우려라기보다는 이미 현실화한 것으로 보인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지난달 한국의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0.8%로 급강하했다. 올해 경제 성장 자체가 1%도 안 된다는 이야기다. 적어도 2%대 초반 성장률을 예측했던 2024년 말 장밋빛 예측과 달리 국제경제 불확실성 증대, 한국 정치의 불확실성 확장 여파에 내수 부진이 이어지며 경기 침체 국면에 들어설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그래픽=신동준 기자


이 같은 현실적 어려움에 맞서 이재명 정부는 경제 성장을 다시 궤도에 올리고, 경제적 양극화를 완화하기 위해 '실용적 시장경제'를 표방하고 있다. 성장과 분배를 같이 추구하자고 하는 '공정 경제' 역시 강조하고 있다. 경제 성장과 산업 발전을 제1의 공약으로 이를 뒷받침할 수 있는 균형 발전 및 분배 전략을 강렬하게 밀고 나가는 모습이다. 기업에 대한 적극적 지원과 사회적 약자 보호를 통해 성장과 분배의 문제를 동시에 돌파하려는 결의가 엿보인다고 할 수 있다.

2차 추경 주장 나오는데…재정 여력은?



이와 같이 경기가 급격하게 악화함에 따라 추가경정예산(추경)이 필요하다는 기본적인 내용에는 전반적으로 공감이 형성되고 있다. 정치권과 학계에서는 약 30조 원 규모의 2차 추경이 필요하다는 구체적인 목소리까지 나온다. 이번
추경은 침체한 경기를 부양하고, 취약계층과 소상공인의 경제적 어려움을 완화하는 데 중점을 둘 것으로 예상
된다. 필요성은 다 공감하는 바이다.

문제는 재정 여력이다. 한국의 재정 여력 문제가 점점 심각한 수준으로 부각되고 있다. 2025년 국제통화기금(IMF) 전망에 따르면 국가 부채 비율은 빠르게 증가해 국내총생산(GDP) 대비 54.5%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비기축통화국 평균을 처음으로 넘어서는 수치로, 재정 건전성 악화를 의미한다. 더욱이 급속한 고령화로 복지 비용 증가와 경제 성장 둔화가 예상되며, 별도의 개선책 없이 진행될 경우
2060~2070년 국가 부채가 GDP 대비 200%까지 치솟을 수 있다는 우려
가 제기된다. 재정의 효율적 관리가 절실히 요구되는 상황이다.

그래픽=신동준 기자


더욱이 이렇게 인구가 고령화되면, 재정 정책의 효과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끼친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와 IMF의 연구에 따르면, 초고령 사회로 진입한 국가들은 재정 정책의 효과성이 급격히 감소하는 문제에 직면하고 있다.
고령층은 소비 성향이 낮고 저축 성향이 높아 전통적인 경기부양 재정정책의 효과가 현저히 낮기 때문
이다. 인구가 고령화되면 같은 재정 지출을 해도 경기부양 효과가 제대로 나타나지 않을 가능성이 커지게 된다. 전통적이고 표준화된 경기부양 패키지의 효과가 줄어들 수 있다는 얘기다.

고령화 국가서 소비 촉진 목적의 부양책은 한계



재정 여력이 한계가 있다는 것을 인식한다면, 근본적으로 어떻게 재원을 효율적으로 사용할 것인가에 대한 분석을 수행해야 하고 이에 따라 정책을 집행해야 한다. 재정 투자는 목적에 따라 크게 두 가지 유형으로 나눌 수 있다. 첫째는
미래 대비형 투자
다. 이는 인프라 구축, 교육, 연구개발(R&D) 등 장기 경제 성장과 구조 개선을 목표로 한다. 대표적인 사례가 1990년대 초반 재정 위기를 겪었던 스웨덴이다. 스웨덴은 당시 강력한 구조조정, 긴축정책과 함께 교육과 복지 시스템에 대한 전략적인 투자를 단행해 장기적인 경제 성장의 토대를 마련했다. 이 같은 투자는 미래 세대를 위한 지속 가능한 성장을 가능케 하는 기초 체력을 제공한다.

둘째는
경기 대응형 투자
가 있다. 경제 침체기에 소비와 투자를 촉진, 단기적 경기 회복을 목표로 한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미국 정부가 시행한 대규모 경기 부양책을 예로 들 수 있다. 당시 미국은 막대한 재정 투입을 통해 일자리 창출과 소비 활성화를 이끌어 단기적인 경제 회복을 달성했다.

그러나 경기 대응형 투자는 빠르게 고령화되는 국가에서는 한계를 드러낼 수 있다. 소비가 실제 증가하지 않으면 경기 부양 효과는 미미하고 정부 부채만 증가하는 역효과를 초래할 가능성이 높다. 특히
부채 중심의 금융지원 정책을 펼칠 경우, 정부뿐 아니라 가계부채 증가라는 부정적 결과까지 야기
할 우려가 있다.

산업 경쟁력 강화, 고령층 자립 촉진 지원 필요



향후 추경과 적극 재정 집행을 고려할 때, 재정 투자의 효율성을 확보하는 명확한 의사결정이 필수적이라 할 수 있다. 이를 위해 미래의 인적자원 개발, 산업 경쟁력 유지와 강화를 위한 기반 마련, 노령화 사회 대비 투자적 지출이라는 세 가지 전략적 방향성을 다층적으로 고려해 전통적인 재정지출 관점에 접목해야 한다.

보다 구체적으로, 미래의 인적자원 개발을 위해 교육과 직업훈련, 평생학습 프로그램에 적극적으로 투자해 변화하는 노동 시장의 수요에 대응할 수 있는 인재 양성에 주력해야 할 필요가 있다. 또 현재의 산업 경쟁력을 유지하고 세계 시장에서의 격차를 줄이지 않기 위해 R&D에 대한 투자를 늘리고, 중소기업의 혁신 역량 강화를 적극 지원하는 정책이 필요하다.

마지막으로, 급격히 진행되는 노령화 사회에 대비해 노령층의 노동시장 참여 확대, 예방적 의료 및 효율적인 요양 서비스 구축, 고령층의 경제적 자립을 촉진할 수 있는 지속 가능한 복지 시스템 구축을 위한 재정 투자를 우선시해야 한다. 단순히 현금성 지출을 확대하는 것이 아니라, 미래를 대비한 장기적이고 구조적인 투자 중심의 재정 정책을 강화하는 것이 시급하다.

"철저한 성과 분석 통해 재정 지출 효과성 극대화해야"



재정 정책의 효과성을 제고시키는 것은 데이터에 기반한 정책 설계와 성과 관리다. 실제 인구 구조가 급속히 변화하고 있는 상황에서, 정확한 진단과 체계적 성과 관리가 없다면 정부의 재정 지출은 자칫 효과를 발휘하지 못하고 낭비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정부는 고품질 데이터를 적극적으로 수집하고 이를 분석하는 역량을 강화해야 한다.

결국
정책 시행 전 철저한 데이터 분석과 성과 지표를 설정해 예상 결과를 미리 진단하고, 정책 실행 이후에는 지속적인 모니터링과 평가를 통해 실질적인 성과를 관리
해야 한다. OECD 등 국제기구 역시 회원국들에 성과 지표의 개발과 정보 시스템에 대한 투자를 적극 권장하며, 기관 간의 데이터 공유를 강조하고 있다. 이는 재정 집행의 투명성을 높이고 재정 지출의 효과성을 극대화하는 중요한 전략으로 평가되고 있다.

특히 고령화 대응과 같이 장기간 영향을 미치는 정책 분야에서는 피드백 루프를 통해 실적을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하고 정책을 조정하는 적응적 정책(Adaptive Policy) 접근이 중요하다. 데이터에 기반한 성과 측정 문화를 정착시키면,
한정된 재원을 가장 효과적인 분야에 배분하고 낭비 요인을 최소화
할 수 있다. 장기적이고 구조적인 변화를 다루는 고령화 대응 정책의 경우, 단순히 정책을 시행하는 것으로 끝나서는 안 된다. 지속적인 피드백과 데이터 기반의 평가를 통해 정책을 현실 상황에 맞게 능동적으로 조정하고 최적화할 필요가 있다.

재정은 무한하지 않다. 잘못된 재정지출로 효과를 얻지 못한다고 하면 우리가 그리스와 같은 재정위기를 겪지 않는다고 담보할 수 없다. 추경이나 재정집행을 피할 수 없다고 하면 한정된 재원을 더욱 효과적으로 관리하여 집행하는 체계적인 시스템과 인식을 갖추어야 한다.



이정환 한양대 경제금융학과 교수

이정환 한양대 경제금융학과 교수

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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