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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책 공약집 ‘늦거나 안 내거나’
후보자 등록 때 제출 의무화 필요
총 예산도 밝혀야 설익은 정책 막아
경향신문 경제부 기자들이 쓰는 [경제뭔데] 코너입니다. 한 주간 일어난 경제 관련 뉴스를 쉽고 재미있게 풀어서 전해드립니다.

6·3 대선이 끝났습니다. 이번 대선은 ‘내란 심판’이 시대정신이었지만 또다른 타이틀도 하나 있습니다. 바로 ‘정책 실종’ 선거였다는 점입니다. 주요 후보 정책공약집은 사전투표일 하루 전날에야 나왔죠. 유권자들이 공약을 살펴볼 시간을 충분히 주지 않은 셈입니다. 공약 이행에 드는 구체적인 재원 마련 항목도 없었습니다. 정책공약집 내실화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입니다. 오늘 ‘경제뭔데’ 코너에서는 정책 공약이 실종된 21대 대선을 되돌아보겠습니다.

21대 대선 사전투표 첫날인 지난달 29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와 김문수 국민의힘 후보, 이준석 개혁신당 후보, 권영국 민주노동당 후보가 사전투표하고 있다. 성동훈·한수빈 기자, 연합뉴스, 민주당 제공


일부 유권자들에게 이번 대선은 아예 ‘공약집 없는 선거’였습니다. 재외국민과 선상 투표자들은 지난달 20~25일 정책공약집이 나오지 않은 상태에서 투표를 해야 했습니다. 김문수 국민의힘 후보는 재외선거 종료 하루 뒤인 지난달 26일, 이재명 대통령은 사전투표일 하루 전날인 지난달 28일 공약집을 공개했기 때문입니다. 권영국 민주노동당 후보는 지난달 30일 공약집을 공개했고, 이준석 개혁신당 후보는 아예 공약집을 내지 않았습니다.

늦어도 후보자 등록일에 최종 공약집을 내도록 제출 규정을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현 선거 규정은 후보자로 등록할 때 ‘10대 공약’만 내도록 하고 있습니다. 수백 쪽에 달하는 최종 공약집인 ‘예비후보자 공약집’은 공직선거법상 “발간할 수 있다”고만 돼 있고, 언제까지 제출하라는 규정은 없습니다. 이 때문에 후보자들이 최종 공약집을 ‘늑장’ 발간하는 일이 반복되고 있죠.

오건호 내가만드는복지국가 공동대표는 이런 말을 합니다.

“주요 선진국에서는 후보들이 정책을 상시적으로 내고, 선거 전에도 ‘정책 매니페스토’를 도입해 유권자들이 공약을 검증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우리도 대선 한 달 전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후보자 등록을 할 때 세부 공약 항목이 들어간 200쪽 넘는 정책공약집을 제출하도록 의무화해야 한다.”

공약에 드는 재정 소요 제출을 의무화해야 한다는 지적도 함께 나옵니다. 현 규정상 선관위는 각 후보자가 10대 공약을 제출할 때 목표·이행 방법·이행 기간·재원 조달 방안만을 제출하도록 합니다. 각 공약은 물론이고 전체 공약 이행에 드는 예산이 총 얼마인지는 적지 않아도 되는 거죠.

이상민 나라살림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말이 같아도 예산 규모가 다르면 같은 공약이 아니다. 1조원짜리 정책과 10조원짜리 정책은 이름은 같지만, 효과도 부작용도 10배가 된다”며 기준을 강화하자고 합니다.

“선관위가 10대 공약에 대해 재원 규모를 명확히 밝히도록 기준을 강화해야 한다. 각 공약에 얼마나 예산이 드는지를 먼저 묻고, 총 재원 규모를 어떻게 조달할 것인지도 물어야 한다.”

감세를 공약했다면 감세 효과까지 재정 소요에 포함하자는 제안도 나옵니다. 이 대통령과 김 후보는 ‘한국매니페스토실천본부’에 제출한 답변서를 통해 모든 공약의 필요 재원으로 각각 210조원, 150조원을 제시했죠. 그러나 이 대통령과 김 후보 모두 감세 공약의 세수 감소 효과가 어느 정도인지는 제출하지 않았습니다.

감세 효과까지 포함하면 김 후보의 최종 공약 재정 소요는 기존 150조원에서 220조원으로 늘어납니다. 국회 예산정책처 분석을 종합하면, 김 후보의 법인세·소득세·상속세 등 감세 공약으로 최소 70조원의 세수가 줄어들기 때문입니다. 이 대통령도 전략산업 국내생산 촉진세제 도입, 신용카드 공제 확대 등 ‘핀셋 감세’ 정책을 공약했습니다. 감세 효과를 포함하면 최종 재정 소요가 210조원보다 늘어날 수 있습니다.

김은정 참여연대 협동사무처장은 “(감세 정책의 세수 감소 효과까지 제출하게 한다면) 후보들이 설익은 정책을 함부로 내놓지 못하게 하는 제어 장치도 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다음 대선 시작 전에는 공약 관련 제도가 바뀌어야 하지 않을까요.

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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