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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짜 경유, 진짜보다 세금 훨씬 낮아
석유관리원, 개조한 차로 수시 단속
잠복 근무로 이동 판매 적발도 나서


지난달 29일 오후 3시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궁내동의 한 주유소. 한국석유관리원 검사처 기획검사팀 연제원 과장이 검은색 스포츠유틸리티차(SUV·Sport Utility Vehicle) 자동차에 경유를 3만원어치 주유했다.

해당 주유소의 리터당 경유 가격은 1496원. 주유기에 20.054리터를 주유했다는 알림이 표시되자 자동차 뒷좌석에 설치된 컴퓨터에 ‘16.46㎏’이라는 숫자가 떴다. 겉모습은 일반 자동차와 같지만, 한국석유관리원이 운영하는 ‘암행 검사’ 자동차 트렁크에 설치된 저울이 경유 무게를 측정한 결과다.

한국석유관리원은 암행 검사차로 가짜 경유나 가짜 휘발유가 유통되는지 확인하는 ‘품질 검사’, 정확한 양을 주유하는지 확인하는 ‘정량 검사’를 시행한다. 한국석유관리원은 품질 검사용 암행 검사차 7대, 정량 검사용 암행 검사차 16대를 운행 중이다. 한국석유관리원 본사가 위치한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에서 검사처 기획검사팀 김경호 차장, 연 과장과 암행 검사 차량에 동승했다.

한국석유관리원 검사처 기획검사팀 김경호 차장(가운데), 연제원 과장(오른쪽)이 비노출 암행검사 차량 트렁크에 실린 검사 장비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 한국석유관리원 제공

암행 검사차에 주유한 경유나 휘발유는 트렁크에 설치한 저울이 달린 임시 저장 통에 담긴 후 검사를 마치고 연료 탱크로 이동한다. 뒷좌석과 트렁크 사이에 공간 분리막이 설치돼 있지만, 주유 직후 암행 검사차 안은 기름 냄새로 가득 찼다.

보통 검사원은 주유 후 주유소를 벗어나 다른 장소로 이동해 나머지 검사를 마친다. 연 과장이 트렁크에 설치된 ‘샘플 채취’ 버튼을 누르자 임시 저장 통에 담겨 있던 옅은 노란색 경유가 투명한 관을 타고 올라와 작은 통 안에 담겼다. 그 안에 간이 밀도계를 넣자 0.817이라는 숫자가 떴다. 정상 경유 밀도는 0.815~0.835 사이로 이날 주유한 경유는 품질 기준을 통과했다.

다음은 정량 여부를 확인한다. 간이 밀도계로 측정한 밀도를 컴퓨터에 입력하자 노트북에 ‘100.46(적합)’이라고 떴다. 만약 부적합이라고 표시됐다면 한국석유관리원 검사원임을 밝히고 이뤄지는 대면 검사가 진행된다.

한국석유관리원이 암행 검사 자동차를 운영하는 이유는 경유에 등유를 섞어서 파는 사람이 있기 때문이다. 등유는 흔히 가정용 보일러 연료로 쓰이는데, 경유보다 세금이 적어 부당 이득을 취하려는 것이다. 석유 및 석유 대체 연료 사업법에 따르면 가짜 경유를 판매하는 사람은 사업 정지 또는 과징금 처분, 형사 처벌을 받을 수 있다. 사용하는 사람도 최대 3000만원 이하의 과태료 부과 대상이다.

등유가 포함된 가짜 경유(오른쪽)에 발색제를 넣으면 등유 식별제와 반응해 보라색으로 변한다. / 한국석유관리원 제공

한국석유관리원은 가짜 경유의 유통을 근절하기 위해 잠복 근무도 한다. 가짜 경유는 주로 이동 판매로 유통된다. 이동 판매란 정유업계에서 ‘홈로리’라고 부르는 소형 탱크로리를 이용해 주유소 밖에서 경유나 등유를 배달 판매하는 것을 말한다.

가정용 보일러나 굴삭기, 크레인과 같은 건설기계는 이동 급유를 할 수 있다. 하지만 덤프트럭과 레미콘은 건설기계로 분류되는 동시에 도로를 주행하는 등록 차량이라서 일반 승용차나 트럭처럼 주유소에서 급유해야 한다.

이동 판매로 덤프트럭이나 레미콘에 급유가 이뤄지는 것도 불법이지만, 이 과정에서 가짜 경유가 적발되기도 한다. 연 과장은 “등유에는 식별제가 들어 있어 발색제를 넣으면 등유가 포함된 가짜 경유는 보라색으로 변한다”고 말했다.

잠복 근무는 대부분 신고에 의존한다. 특정 장소에서 덤프트럭과 레미콘에 가짜 경유를 급유하는 이동 판매가 이뤄진다는 신고가 접수되면 경찰과 공조해 잠복 근무에 나선다. 이를 위해 한국석유관리원은 신고 포상 제도를 운영한다. 연 과장은 “신고를 통해 가짜 경유, 정량 미달 등을 적발한 경우 신고자에게 포상이 이뤄진다”고 말했다.

가짜 경유 적발 건수는 2021년 83건 이후 2022년 59건, 2023년 48건, 2024년 21건으로 감소 중이다. 김 차장은 “언제든 조직적으로 가짜 경유가 유통될 수 있어 긴장을 풀 수 없다”고 말했다.

조선비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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