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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기 진단 중요한 저인산효소증

저인산효소증
치아는 사람의 일생에서 두 번 난다. 출생 후부터 유아기까지 일시적으로 쓰는 유치(젖니)와 그 이후 평생 쓰는 영구치다. 일반적으로 유치는 생후 6~8개월부터 나기 시작해 만 6세가 되면 하나둘씩 빠진다. 유치가 있던 자리는 28개의 영구치가 채운다. 유치는 때가 되면 어차피 빠지니 적당히 관리해도 된다는 생각은 금물이다. 특히 유치가 또래보다 지나치게 빨리 빠졌다면 단순한 성장 속도 차이가 아닌 희귀질환을 알리는 초기 시그널일 수 있다. 구강 보건의 날(6월 9일)을 계기로 유치에서 영구치로 바뀌는 시기에 치아 변화로 이상 신호를 알리는 극희귀질환인 저인산효소증에 대해 알아본다.

저인산효소증은 치아·뼈 형성에 필수적인 알칼리성 인산분해효소(ALP)를 만들어내는 유전자 돌연변이로 발생하는 선천성 골격계 극희귀질환이다. 전신 골격을 이루는 뼈가 제대로 만들어지지 않아 다리가 휘는 골연화증, 저체중·저신장 등 또래보다 성장 속도가 느린 성장 장애, 일상적 충격에도 뼈가 부러지는 병적 골절, 만 5세 이전에 유치가 빠지는 유치 조기 탈락 같은 증상을 동반한다. 다양한 골격계 임상 증상을 보이는 저인산효소증은 발병 시점이 어릴수록 치명적이다. 영아기에 발생한 저인산효소증의 1세 이전 사망률은 50%에 달한다. 제때 발견해 치료하지 않으면 영유아 환자 4명 중 3명은 5년 이내 사망한다는 연구도 있다. 생존하더라도 골격 약화로 걷기, 뛰기, 앉기 등 일상적 활동에 어려움을 겪는 영구적 장애를 동반할 수 있다.



외상 없이 유치 흔들리다 뿌리째 빠져
뼈의 석회화에 문제가 생기는 저인산효소증은 임상적 증상만으로는 극희귀질환을 의심하기 까다롭다. 특히 발병 시점에 따라 나타나는 증상이 제각각이어서다. 중증도가 높은 태아기에는 산전 초음파 검사로 몸통이 짧고 휘어져 있는 등 골격계 변화를 관찰할 수 있다. 그런데 발병 시점이 유소아기라면 또래보다 성장이 늦거나 뼈가 자주 부러지는 정도라 몸이 약하다고 생각하기 쉽다. 이상 증상을 느꼈을 땐 만성적 뼈 통증, 병적 골절, 보행 장애 등으로 전신 상태가 악화한 상태일 수 있다. 저인산효소증으로 초기 증상이 1세 이하에 발현되면 진단까지 걸리는 기간의 중간값이 8.4개월이지만, 18세 이전 소아청소년기에 증상이 나타나면 24.5년이 걸린다는 보고도 있다.

현재 한국에서 저인산효소증은 신생아 선별검사 대상에서 빠져있어 조기 발견이 어렵다. 유치 조기 탈락이라는 구강 증상에 주목하는 배경이다. 특별한 외상 없이 유치가 흔들리다가 뿌리째 빠지는 유치 조기 탈락은 만 5세 이하 저인산효소증 환자의 91.5%에서 나타날 정도로 특징적이다. 일본에서는 영유아 구강검진을 통해 저인산효소증 환아를 100명 이상 조기에 발굴한 사례도 있다. 유치 조기 탈락이 아동기 저인산효소증을 의심하는 핵심 단서가 될 수 있다는 의미다. 연세대 치과대학병원 소아치과 강정민 교수는 “유치가 빨리 빠진다고 무조건 희귀질환인 것은 아니지만, 또래보다 유치가 빨리 빠졌다면 치과에서 문제가 있는 상황인지 살펴보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저인산효소증이라면 단순히 유치만의 문제가 아니다. 구강 영역에서 치아 표면인 법랑질이 쉽게 거칠어져 충치가 잘 생긴다. 평생 써야 할 영구치도 약해져 틀니를 착용해야 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

다행히 저인산효소증의 진단은 복잡하지는 않다. 간단한 혈액검사로 치아·뼈 생성에 필수적인 알칼리성 인산분해효소(ALP) 수치가 또래와 비슷한지를 일차적으로 확인하면 된다. 만약 혈중 ALP 수치가 또래보다 낮다면 저인산효소증을 강력하게 의심한다. 이후 방사선 검사, 유전자 검사 등으로 최종 확진한다.



조기 진단·치료가 예후 좌우
치료는 선천적으로 결핍된 ALP 효소를 보충하는 치료제(제품명 스트렌식)로 근본적 대처가 가능하다. 일종의 효소 대체요법(ERT·Enzyme Replacement Therapy)이다. 치료 시작 시점에 만 19세 미만으로 ALP 수치가 연령별·성별 정상 범위 미만이면서 방사선 검사에서 저인산효소증의 특징적인 뼈 증상이 확인되면 건강보험급여로 지원받을 수 있다.

저인산효소증에서 효소 대체요법의 치료 효과는 긍정적이다. 뼈가 단단해지는 무기질화를 촉진하는 기전으로 빨리 치료할수록 예후가 좋다. 생후 6개월 이전에 발현한 저인산효소증 환자를 대상으로 한 주요 임상 연구에서 효소 대체요법군은 만 1세 도달 시점 때 생존율이 95%로 대조군(42%)과 비교해 크게 향상됐다. 5세 도달 시점에서 생존율은 84%로 대조군(27%)과 임상적 유효성 차이를 확인했다. 특히 흉곽 기형 등으로 폐 기능이 떨어져 인공호흡기 치료를 병행했더라도 효소 대체요법으로 인공호흡기 치료를 100% 중단했다. 효소 대체요법 시행 6개월 만에 골격 무기질화가 개선된 결과를 확인했다. 강 교수는 “저인산효소증은 조기에 발견·치료하면 증상을 효과적으로 관리할 수 있다”며 “말로 증상을 표현하기 어려운 유소아는 조기 유치 탈락 같은 치아 변화를 잘 살피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저인산효소증=유전자 돌연변이로 치아·뼈 형성에 필수적인 알칼리성 인산분해 효소(ALP)가 줄면서 단단해야 할 뼈가 약해지고 자주 부러지는 골격계 극희귀질환이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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