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스트 애널리스트 추천 종목]
사진=대한항공
대한항공을 바라보는 투자자들의 시선은 점점 더 까다로워지고 있다. 역대급 실적에도 주가는 2년 넘게 평균 2만원 초반의 박스권에 갇혀 있다.
단기적으로 원·달러 환율과 유가가 꺾인 덕분에 주가는 바닥을 지났지만 고정비 증가와 합병 불확실성으로 인해 영업이익 컨센서스가 하향조정되고 있다는 점이 상승세를 제한할 것이다. 박스권을 뚫고 추세적으로 상승하기 위해서는 과점적 1위 시장지위에 대해 재평가받을 수 있어야 한다. 대한항공은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확정지으며 우리나라 항공시장을 지배할 수 있는 위치에 올라섰지만 아직은 화학적 결합을 준비하는 과도기다. 합병 효과에 대해 여전히 의심받고 있고 예전에는 남 일이었던 LCC 위기와 아시아나 불확실성까지 모회사로서 짊어져야 하는 입장이 되었다.
2025년 별도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10% 감소한 1조8000억원으로 예상한다. 작년 2조원에 달했던 영업이익이 기저부담으로 남았다. 감가상각비와 인건비 등 고정비가 증가하는 구간이다. 다만 여객 수요는 LCC 불안에 따른 반사수혜로 기대 이상이다. 최근 유가와 환율이 하락하고 미·중 갈등 완화로 화물 시황도 안정화되고 있어 대한항공 별도 이익은 1분기를 바닥으로 개선될 전망이다. 그러나 연결 기준은 다르다. 2분기까지는 LCC 불확실성이 해소되길 기다릴 필요가 있다. 연결 자회사인 진에어와 에어부산 영업이익은 당초 기대보다 부진할 전망이다.
하지만 결국 상반기 항공산업 부진에서 더욱 확실해진 건 대한항공의 시장 지배력이다. 업황이 혼란스러울수록 더 힘들어지는 건 경쟁사다. 무안공항 참사로 LCC들의 외연확장에 제동이 걸렸다. 미국 관세 인상으로 보잉 생산차질이 길어지면서 기재 확보는 더 어려워지고 있다. 2위 FSC 자리를 노렸던 티웨이항공과 에어프레미아는 자본잠식 리스크에 빠졌다. 대한항공이 공정위 행태적 조치로 운임을 낮추자 경쟁사들의 영업이 더 어려워지고 있다. 아시아나 화물사업을 매각하니 공급 공백이 우려되는 상황이다. 올해 대한항공 이익이 주춤한 만큼 내년 운임 인상 명분이 생긴, 말 그대로 꽃놀이패다.
대한항공은 우리나라 항공시장과 한 몸이 되었다. 2024년 기준으로 새로운 한진그룹 계열사들의 합산 국제선 여객 점유율은 48%에 달한다. 항공화물 시장에서 양대 국적사 점유율은 42%, 환적화물을 포함하면 60%가 넘는다. 매출로 보면 사실 합병이 불가능해 보일 정도다. 이제 대한항공의 연결 매출액은 다른 국적사들을 모두 합친 것의 4배가 넘는다. 현실적으로 합병 시너지가 없는 게 더 어려운 구조다. 항공산업이 장기불황에 빠지지 않는 이상 대한항공의 밸류에이션이 2025F PER 6배 수준에 머물 이유가 없다고 판단한다. 목표주가 3만원을 유지하고 매수 추천한다.
올해 국적 LCC들의 국제선 여객점유율은 30% 초반에서 정체될 전망이다. 장거리 노선에서 의미 있는 경쟁은 2026년 말 통합 이후에나 가능할 것이다. 항공시장은 프리미엄과 가성비 수요로 점차 양극화되고 있다. 가성비 소비패턴은 경기에 민감할 수밖에 없고 근거리 여행지가 한정적인 반면 프리미엄 수요는 아직까지 한계가 보이지 않는다. 대한항공이 국내 FSC를 독점해버렸고, 해외에서도 중국 FSC들이 미·중 관계 악화로 경쟁에서 이탈한 상황이다. 미국 FSC는 경쟁사가 아닌 협력사다. 델타항공은 동북아에서 허브공항으로 떠오르고 있는 한국 시장과 JV를 체결한 셈이다. 화물 모멘텀도 견고하다. 세금이 걱정되었다면 높은 확률로 비싼 항공화물을 쓰지 않았을 것이다. 공급망이 혼란스러울수록 긴급하게 움직이는 항공화물의 역할은 중요해진다. 결국 대한항공은 장거리, 프리미엄, 화물로 수익이 다각화되어 있어 안정적인데 수익성도 LCC보다 좋다.
이제 대한항공을 막을 수 있는 건 대한항공 자신뿐이다. 비유적인 표현이 아니라 현재 실질적인 고민도 한진칼의 주가 상승이 되어 버렸다. 한진그룹 내 항공 상장사는 4개로 늘었다. 단순하게 생각해 보면 중복상장 이슈를 피하는 방법 중 하나는 모든 기업가치를 지주사인 한진칼에 반영하는 것일 수 있다. 여기에 호반그룹의 지분매입 공시 이후 경영권 분쟁 기대감이 정치테마 영역까지 넘어가면서 항공업종 투자 수급이 대한항공 대신 한진칼로 분산되고 있다. 반대로 한진칼 주가 과열이 일단락되는 게 변곡점이 될 것이다.
최고운 한국투자증권 애널리스트
2024 하반기 운송 부문 베스트 애널리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