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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와 어른세대까지 홀린 애니메이션 영화 흥행작 '사랑의 하츄핑' 스틸컷. SAMG엔터테인먼트
귀여움은 기본, 모으는 재미는 덤. 아이는 물론 부모까지 ‘수집 욕구’를 자극하는 캐릭터가 있어요. ‘하츄핑’ ‘오로라핑’ 등 품절대란 캐릭터를 만든 국내 3D 애니메이션 ‘캐치! 티니핑(이하 티니핑)’이 그 주인공입니다. 지난 2020년 팬데믹 당시, 아동 채널을 통해 조용히 데뷔했는데, 무서운 속도로 ‘국민 캐릭터’가 됐죠. 최근 2년간 만 3~9세 어린이들이 가장 좋아하는 캐릭터 1위를 기록했으니까요(2024년 한국콘텐츠진흥원 캐릭터산업백서). ‘뽀로로’가 장기간 지켜온 왕좌를 넘겨받은 것만 봐도 인기를 실감할 수 있습니다.

이처럼 캐릭터로 대성공을 거두기까지, 비결은 분명합니다. ‘단순하지 않다’는 겁니다. 소비자들이 좋아하고, 공감하고, 팬으로 거듭나는 ‘문화’가 되는 과정을 거쳐야 해요. 티니핑도 마찬가지입니다. 140여개에 달하는 캐릭터가 얽히고설킨 복합적인 세계관, 정교한 서사, 팬덤을 설계하는 것이 어딘가 K팝의 흥행 전략을 닮아있습니다. 소속사가 아이돌 그룹의 ‘자컨(자체 콘텐트)’으로 일반 대중까지 끌어오는 것처럼요. 비크닉이 티니핑을 만든 SAMG엔터테인먼트 김수훈 대표를 만나 캐릭터 성공의 뒷이야기를 들어봤어요.



‘업계 공식’ 비튼 시도, ‘국민핑’ 만들기까지
비크닉과 인터뷰를 진행한 김수훈 SAMG엔터테인먼트 대표. SAMG엔터테인먼트

SAMG는 2000년 설립된 이후 ‘미니특공대’ ‘메탈카드봇’ 등으로 국내와 중국에서 히트작을 선보인 3D 애니메이션 제작사입니다. 티니핑은 2017년부터 기획한 작품으로, 처음부터 목표가 분명했다고 해요. 오랜 기간 남아용 콘텐트에 집중하다 4~7세 여아를 타깃으로 한 애니메이션을 만들기로 한 거죠. 당시 아시아 애니메이션 시장은 히어로물·로봇물처럼 남아가 주류였고,의상·머리카락·표정 같은 세밀한 CG 기술이 요구되는 ‘요정물’은 상대적으로 드물었으니까요. 티니핑은 공주 캐릭터가 주인공이 되어 이야기를 이끄는 전형적인 ‘여아물’ 문법을 비틀면서 출발했어요.

모으는 재미로 팬덤 소비 트렌드를 파고든 티니핑의 캐릭터 피규어. SAMG엔터테인먼트
Q. 뽀롱뽀롱 뽀로로, 핑크퐁 아기상어와도 다른 인기 행보인데요, 티니핑만의 셀링 포인트가 있나요.
A. 티니핑은 하나의 캐릭터에 의존하지 않아요. 시즌마다 세계관을 확장해 새로운 캐릭터가 등장하죠. 개성도 성격도 다른 캐릭터들이 많다 보니, 자연스럽게 하나둘씩 모으는 ‘컬렉팅’ 전략을 세웠어요. 특히 2020년 출시 당시 전 세계적으로 캐릭터 수집 열풍이 있었고, 이미 해외에서 검증된 포맷이었기에, 한국 시장을 선점하자는 취지였죠. 팬덤 소비를 이끌기 위해 ‘파산핑’ ‘등골핑’ 같은 밈(meme·온라인 유행 콘텐트)도 유쾌하게 받아들이는 편입니다. 아이들이 진심으로 캐릭터를 모으는 재미에 빠졌다는 뜻이고, 다양하게 불리는 것만으로도 대중적으로 인기를 얻고 있다는 증거니까요.

Q. 수집 욕구를 자극하려면 캐릭터 자체가 매력적이어야 할 텐데요, 접근법이 궁금합니다.
A. 철저한 시장 및 트렌드 분석이 필요해요. 미야자키 하야오(일본 유명 애니메이션 감독)처럼 창작자의 독자적인 세계관이 매력적이라 팬을 끌어들이는 방식도 있지만, 저희처럼 기업 단위로 움직이는 곳은 다릅니다. 시장과 문화에 대한 정밀한 이해가 전제되어야 해요. 애니메이션도 결국은 문화 상품이에요. 최신 기술, 트렌디한 디자인, 팬덤 설계까지 모든 요소가 유기적으로 맞물려야 제대로 작동하죠. 특히 코어(핵심) 타깃인 아이들이 캐릭터를 좋아하는 논리·정서·행동을 깊이 이해하고 정밀하게 분석해 설계했어요.



어른 울린 ‘하츄핑 신드롬’은 단순하지 않았다
'사랑의 하츄핑' 무대인사 당시 현장. SAMG엔터테인먼트

지난해 개봉한 극장판 ‘사랑의 하츄핑’은 티니핑 인지도 상승의 일등공신이 됐어요. 로미 공주(티니핑 세계관의 주인공)의 성장 서사를 중심으로 구성된 이 영화는 MZ세대와 3040 부모 세대까지 감정적으로 끌어들이며 ‘N차관람 열풍’을 일으켰죠. 124만 관객을 모으며 ‘마당을 나온 암탉’ 이후 국내 애니메이션 영화 역대 흥행 2위라는 기록을 세웠고요. 에스파 윈터가 부른 OST ‘처음 본 순간’은 ‘한국판 렛잇고’라는 별칭까지 얻었습니다. 인기에 힘입어 IP(지식재산권) 가치가 높아지면서 대형마트나 편의점 어디에서든 협업 제품을 쉽게 찾을 수 있게 됐어요. 최근에는 현대자동차와 함께 스핀오프 애니메이션 영화를 제작하며, 캐릭터와 기업 브랜드가 하나의 콘텐트로 결합한 첫 사례도 만들었습니다. ‘보는 콘텐트’를 넘어 ‘소비하는 세계관’이 중요하다고 본 것입니다.
영화 '사랑의 하츄핑' 영화 주인공 로미와 하츄핑이 마주한 순간. SAMG엔터테인먼트

Q. 유아물이 어른의 마음마저 자극한 비법은 뭘까요.
A. 애니메이션 영화는 보통 두 가지 방식이 있어요. 하나는 TV 시리즈를 확장하는 것, 또 하나는 디즈니처럼 완전히 독립된 패밀리 무비로 만드는 건데, 저희는 그 중간 지점을 고민했죠. 안정적인 선택은 TV 시리즈를 확장하는 방식이에요. 제작 예산도 상대적으로 명확한 편이고, 시장 반응이나 관객 규모도 예측할 수 있죠. 그런데 영화는 좀 더 보편적인 이야기, 더 깊은 감정선을 담아야 한다고 봤어요. 그래서 본질은 귀엽고 유아 지향적인 이미지가 강한 요정물이지만, 극장판에선 ‘처음 친구를 사귀었을 때’, ‘처음 반려동물을 만났을 때’처럼 애틋한 감정 중심의 서사가 나왔죠.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소재 덕에 관객 연령대도 넓힐 수 있었고요.
현대자동차가 캐치! 티니핑과 협업해 제작한 스핀오프 필름. 현대차

Q. 콘텐트로 늘어난 소비층을 사업화하는 과정이 궁금한데요.
A. 자체 완구기획팀을 두고 IP를 활용한 유통시스템을 구축했어요. 인지도가 높아지면 타깃 확장을 위한 협업이 자연스럽게 따라오니까요. 포켓몬도 그랬고요. 현대자동차와의 협업 역시 흥미로운 사례에요. 키즈·패밀리 마케팅에 자사의 브랜드 이미지보다는 캐릭터성이 강한 파트너를 선호하면서 협업이 나왔죠. 티니핑은 아이들뿐 아니라 온 가족이 좋아할 수 있는 구조라 이런 확장이 잘 맞는 편입니다. 최근엔 20~30대 여성 팬층까지 생기면서 화장품, 패션 브랜드와의 협업도 활발해졌어요.



해외팬까지 홀린 K애니…티니핑이 꿈꾸는 미래
유튜브에선 사랑의 하츄핑 OST를 부른 에스파 윈터가 직접 출연한 '장난감 언박싱' 영상으로 국내외 팬들의 관심을 끌어모았다. 유튜브 채널 '티니핑TV'

SAMG는 이제 ‘글로벌 티니핑’을 위한 장기전에 들어섰어요. 지난 4월 인기 동영상 플랫폼 틱톡(Tiktok) 출신의 글로벌 전략가 배정현 총괄을 영입한 것도 그 일환이죠. 김 대표는 “과거엔 TV 채널에 기대야 했지만, 지금은 유튜브·넷플릭스·틱톡처럼 글로벌 팬덤과 직접 연결되는 통로가 열려 있다”고 했어요. 실제로 이미 티니핑은 유튜브와 넷플릭스 등 글로벌 총 조회 수 323억회를 훌쩍 넘으며 아시아, 북미, 유럽까지 팬덤을 확장했죠.

Q. K애니메이션의 중심에 서 있는 입장에서 시장 전망은 어떻게 보나요.
A. 저는 K팝과 흐름이 비슷하다고 생각해요. ‘화려하고 귀여운 것’에 열광하는 글로벌 Z세대는 유튜브 등 소셜미디어를 통해 캐릭터를 발견하고, 팬덤을 만들고, 자발적으로 커뮤니티를 형성하니까요. 한국은 지금 애니메이션 제작 기술, 트렌드 감각, 글로벌 유통 인프라를 모두 갖췄습니다. 이제 중요한 건, 그걸 어떻게 ‘지속 가능한 브랜드’로 연결하느냐죠. 또 콘텐트 수출 및 판매와 브랜드 확장은 전혀 다른 이야기거든요. 영상 유통을 넘어, 현지화된 감성 브랜딩을 핵심 과제로 보고 있습니다.

Q. SAMG의 장기적인 목표도 궁금합니다.
A. 닌텐도처럼 슈퍼 글로벌 IP를 만드는 것이에요. ‘사랑의 하츄핑’과 같은 강력한 벨류 체인이 만들어지면, 데이터와 팬덤에 기반을 둬 새로운 콘텐트를 선보일 수도 있겠죠. 또 티니핑을 좋아하는 감정이 10년이 지나도 ‘좋은 기억’으로 남고, 오래 사랑받을 수 있는 구조로 설계하려 해요. 이런 요소를 계속 자극하고 확장하면 디즈니의 미키마우스처럼 브랜드도 오래 살아남을 수 있을 테니까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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