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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발 관세전쟁에 불확실성 고조
한국·일본·독일, 제조업 기반 '흔들'

올해 나란히 0%대 경제성장률 예고
2023년 1.5% 성장하며 잃어버린 30년을 탈출하는 것처럼 보였던 일본도 다시 성장 없는 시대로 돌아갔다./로이터 연합뉴스


주요국 경제에 저성장 경고등이 켜졌다. 제조업을 등에 업고 큰 한국, 일본, 독일은 올해 나란히 0%대 경제성장률을 예고했다.

트럼프발 관세전쟁과 이를 둘러싼 짙은 불확실성이 글로벌 경제를 짓누를 것이라는 전망이다.

한국 경제를 향한 전망은 연일 악화하고 있다. 30곳 이상의 기관이 올해 한국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1% 이하로 낮추면서 40여 개 기관의 성장률 전망치 평균이 0%대로 급락했다. 한국은행 전망치(0.8%)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0.3%를 제시한 곳마저 나왔다.

지난 5월 2일 기준 조사까지만 해도 올해 한국 성장률 전망치를 0%대로 제시한 곳이 9개, 1%가 7개로 총 16곳만 1% 이하 성장을 예상했다. 4주 만에 한국 경제성장률을 1% 이하로 전망한 기관이 2배 가까이 늘었다는 의미다.

12·3 비상계엄 사태 이후 내수는 빠르게 가라앉았고 도널드 트럼프 미국 정부가 촉발한 관세전쟁이 본격화하며 5월 대미·대중 수출이 8% 넘게 주는 등 수출 전선은 어두워지고 있다.

지난 4월에는 생산, 투자, 소비가 모두 역성장하는 ‘트리플 감소’를 기록했다.

소매판매는 2022년 2분기부터 12개 분기 연속 전년 동분기 대비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서비스업생산 중 소비와 밀접한 숙박·음식점업도 2024년 2월부터 올해 4월까지 전년 동월 대비 14개월 연속 줄었다.

건설업 부진도 악화하고 있다. 건설경기를 보여주는 건설기성(특정시점까지 시공실적, 불변)은 지난해 5월부터 전년 동월 대비 마이너스로 돌아선 뒤 1월(-27.4%), 2월(-19.8%), 3월(-16.3%), 4월(-20.5%)에도 큰 폭의 감소세가 이어졌다.

수출이 줄고 기업 투자 심리가 얼어붙는 와중에 대외 불확실성이 다시 내수를 위협하는 악순환으로 이어지고 있다.

대미 수출액은 4월과 5월에 각각 6.8%, 8.1% 줄었다. 관세 충격은 기업심리도 악화시켜 제조업 설비투자전망 BSI(90)는 장기평균(95)을 밑돌고 있다.

경기 부진에 취약계층은 벼랑 끝으로 몰리고 있다. 올해 1분기 소득 하위 20%인 1분위 가구의 처분가능소득이 3.6% 줄고 청년층 고용률은 최근 1년 뒷걸음질했다.

새로 출범한 이재명 정부는 35조원 규모 추가경정예산(추경) 편성을 통한 ‘긴급 재정 처방’에 나선다. 이번 추경은 경기 부양 목적의 재정지출 확대가 중심이다. 이와 동시에 올해 본예산 집행 속도를 높여 민간 소비와 기업 투자 심리를 끌어올린다는 구상이다.

다만 대규모 확장 재정은 국가채무 증가와 물가 압력이라는 그림자를 동반한다. 35조원 이상의 추경은 국채 발행 없이 추진하기 어려운 만큼 국가 부채가 빠르게 늘어날 수 있다.

특히 감세 정책과 동시에 재정 투입을 늘리면 나라 곳간 사정은 더 악화할 수 있다. 1차 추경으로 인해 국가채무는 1280조8000억원, GDP 대비 국가채무 비율은 48.4%로 늘어났다. 여기에 35조원 이상의 추경을 적자국채로 다량 조달하면 국가채무는 1300조원을 훌쩍 넘길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잃어버린 30년’ 탈출하는 줄 알았는데…
창문 밖으로 보이는 부산항 모습./연합뉴스

2023년 1.5% 성장하며 잃어버린 30년을 탈출하는 것처럼 보였던 일본도 다시 성장 없는 시대로 돌아갔다. 일본은행은 2025 회계연도(2025년 4월∼2026년 3월)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3개월 전 1.1%에서 0.5%로 대폭 하향 조정했다. 일본 수출 기업들이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정책에 타격을 받을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일본의 1분기 경제성장률은 전분기 대비 -0.2%를 기록했다. 작년 1분기(-0.4%) 이후 처음으로 역성장에 빠졌다.

국내총생산(GDP)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개인 소비가 제자리걸음을 했고 순수출이 -0.8%로 악화한 영향이 컸다.

재정적자와 고물가, 경기침체 등 불확실성이 커지자 안전자산으로 여겨지던 일본 국채 수요가 흔들렸다. 장기물을 중심으로 수요가 줄자 채권값은 하락했고 금리는 급등했다. 5월 22일에는 40년 만기 국채금리가 사상 최고치인 3.675%를 기록했다.

방만한 정부 재정 운용으로 눈덩이처럼 국가부채가 불어나자 투자자들이 일본 국채 신뢰성에 의심을 갖기 시작한 탓이다.

그런데 일본 정치권은 감세 카드까지 만지작거리고 있다. 오는 7월 참의원 선거를 앞두고 야당을 중심으로 소비세(10%) 감면을 주장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식료품에 8%의 경감 세율을 적용했는데 이를 최대 0%로 인하하자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연간 5조 엔(약 47조원)의 세수가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소비세는 일본 정부 세수의 30% 이상을 차지하는 만큼 소비세 인하로 인한 세수 공백을 국채 발행으로 메워야 한다. 시장이 국채를 내던지며 경고장을 날리는 이유다.

싸늘해진 일본 국채 시장 분위기는 최근 잇따른 입찰 부진에서 극명하게 드러난다. 5월 29일 니혼게이자이에 따르면 전날 40년 만기 일본 초장기 국채 입찰에서 응찰률은 2.21배에 그쳤다. 지난해 7월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이시바 시게루 총리는 최근 일본의 재정 상황에 대해 “그리스보다 좋지 않다”며 감세에 반대했다. 실제로 국제통화기금(IMF) 자료에 따르면 일본의 2023년 GDP 대비 부채 비율은 250%로 그리스가 재정 위기에 직면했던 2009년의 127%보다 훨씬 높은 상태다.
‘3년 연속 0% 성장’ 독일, 확장 재정 나서
지난 5월 2일 독일 베를린에서 세계 노동자의 날을 기념하기 위해 사람들이 집회에 참여했다./EPA 연합뉴스

한국, 일본처럼 수출을 중심으로 성장한 제조업 국가 독일 역시 ‘제로 성장’이 예고됐다. 지난 5월 24일 독일 경제부는 봄철 경제전망에서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0.3%에서 0.0%로 낮췄다.

3년 연속 0% 이하 성장에 머물 것이라는 전망이다. 독일 경제성장률은 2023년 -0.3%, 2024년 -0.2%로 21년 만에 두 해 연속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독일 정부는 지난해 10월까지만 해도 경기가 저점을 찍고 반등해 올해에는 1.1% 성장할 것으로 예측했지만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정책이 가시화하자 성장률 전망치를 반년 만에 1.1%포인트 깎아내렸다.

독일 경제가 위태위태하자 정부는 ‘확장 재정’ 카드를 꺼냈다. 제조업 부활을 위해 71조원 규모의 법인세 감면 카드를 꺼냈다. 프리드리히 메르츠 독일 총리는 법인세 감면 등 460억 유로(약 71조 6000억원) 규모의 기업 인센티브를 내놓았다. 비용 증가 등 경쟁력이 약화된 기업들의 부담을 덜어 제조업 부흥을 꾀하겠다는 취지다.

정부안에는 신규 장비와 전기차 등에 대한 세액공제가 포함되며 총 460억 유로에 달한다. 이번 조치로 독일 기업들은 기계 및 장비 비용의 30%를 매년 세액에서 공제받을 수 있다.

2028년부터는 연방 법인세율이 15%에서 매년 1%포인트씩 최대 10%까지 낮아진다. 또 전기차 가격의 75%를 판매 첫해 감가상각해 과세소득을 줄일 수 있다. 정부는 연구개발(R&D) 지출에 대한 세액공제도 추가로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지난 3월에는 정부가 독일 경제에 걸린 ‘제동’을 풀었다. 메르츠 총리는 3월 연정 회의가 끝난 후 기자회견에서 “독일이 유럽의 자유와 평화에 대한 위협에 맞서기 위해 ‘필요한 모든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메르츠 총리는 국방비 조달에 필요한 경우 GDP의 1%가 넘는 부채를 허용하도록 기본법(헌법)의 부채한도 규정을 개정하겠다고 발표했다. 독일이 20년 넘게 고수해온 재정 보수주의 원칙을 완전히 뒤집는 대전환이었다.

그간 독일은 헌법에 재정준칙을 규정하고 정부의 재정적자를 GDP의 0.35% 이내로 묶어 놨다. 이른바 ‘부채 브레이크(Schuldenbremse)’ 준칙이다. 앙겔라 메르켈 전 총리가 2009년 독일의 헌법인 기본법 109조 3항과 115조에 명시해 놓은 내용으로 2016년부터 시행됐다.

독일은 오랫동안 긴축 재정을 고수한 모범국가였다. 미국과 중국 등 세계 각국이 정부 지출을 늘리며 천문학적 재정적자를 기록할 때도 독일만큼은 정부부채 비율을 60%대로 유지하며 균형 재정을 지켰다.

독일 경제성장의 발목을 잡던 긴축 재정을 풀자 증시는 고공행진했다. 올해 들어 DAX 지수는 21% 넘게 뛰었다.

한경비즈니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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