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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지능 ‘챗GPT’에

최근 '강남 3구 어린이 우울증 급증' 소식이 화제를 모았습니다. 그렇다면 입시 스트레스가 가장 심한 10대(10~19세)의 경우는 어떨까. KBS 데이터분석팀이 국민건강보험공단의 자료를 분석한 결과, 2023년 주소지 인구 대비 강남 3구(강남구, 서초구, 송파구)의 10대 우울증 환자 비율이 나란히 1~3위를 차지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아래 그래프 참조). 이어 경기 성남시 분당구와 세종시가 각각 4, 5위를 기록해, 교육열이 높은 지역에서 우울증 환자 비율도 높다는 점이 통계로 확인됐습니다.

이렇다보니 해당 지역에선 정신과 병원 개업도 증가세입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자료를 분석해보면 2024년 기준 정신건강의학과 의원 수가 가장 많은 지역 역시 1위 강남구, 2위 서초구, 3위 송파구, 4위 분당구, 5위 마포구로 나타났습니다(아래 그래프 참조). 미래 세대인 청소년들의 마음건강에 적신호가 켜진 상황. 이 같은 현실의 진짜 원인은 무엇인지, 어른들은 적절히 대응하고 있는지, 여러 전문가들을 만나 물었습니다.


■ 청소년 마음 건강 질환 급증…'공부 문제'뿐일까?

서울 대치동에서 입시학원을 운영하는 여호원 원장은 "현재 대치동에서 중간 등급 학생은 2~3개년, 상급 학생의 경우 4~5개년 선행학습하는 것이 기본"이라고 전했습니다. "한 초등학교 6학년 학생이 중1 수학을 공부하는데, 자꾸만 과제를 해오지 않아 이유를 물었더니 '1년 선행하는 모습을 친구들이 볼까봐 부끄러워서 교재를 꺼내지 못했다'고 하더라고요." 다른 친구들 대부분 중3에서 고1 과정을 공부하고 있으니 창피하다는 겁니다.

이처럼 또래 집단 내에서의 '비교'는 해당 학생이 상시적 스트레스에 노출된 상황임을 의미합니다. 감당하기 힘든 공부 자체도 문제지만, 성적이나 학습과정에 대해 주입되는 인식, 환경 요인이 마음 건강에 상당한 부담을 주고 있음을 엿볼 수 있는 대목입니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성장기에 반드시 필요한 것을 놓치고 만다는 점입니다.

여호원 원장은 "부모님들도 자녀들에게 행복한 삶을 살도록 해주려는 건데 그 과정에서 불행하다면 주객이 전도된 것이라는 말씀을 꼭 드리게 돼요. 주변에 있는 친구들하고만 비교했을 때는 오히려 객관적으로 바라보지 못할 수 있기 때문에, 한발 물러나서 바라보면서 비교에서 오는 지나친 좌절이나 박탈감을 느끼지는 않으셨으면 좋겠습니다."

■ '헬리콥터 부모', "자녀 '마음 성장' 가로막을 수"

다음은 김동희 아주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의 충고입니다. "헬리콥터처럼 주변을 맴돌면서 부모의 설계대로 아이를 키우려는 양육 방식이 당장은 편할 수 있지만, 자녀에게 꼭 필요한 것들을 성장시키지 못하는 결과를 낳을 수 있어요. 자립심, 회복력, 스스로 사고하는 능력, 스트레스를 견딜 수 있는 힘이 반드시 필요한데 주변 어른들이 다 해주려다보면 정작 중요한 것들이 성장할 수 없게 됩니다."

성장기에는 신체뿐 아니라 마음의 성장이 매우 중요한데, 이 시기에 부모의 계획대로만 아이를 키우려 하면 스스로 찾아야 할 '마음 성장'의 기회를 잃는다는 뜻입니다. 그러다 친구 관계나 학업 등에서 스트레스가 찾아오면, 마음이 적절히 성장한 상태일 경우 충분히 이겨낼 수 있는 일도 결국 의학적 질환 상태까지 이어질 수 있다는 겁니다.


■ 원인 제거 없이 "증상만 없애주세요"

강남 지역에서 수많은 아동·청소년의 심리 치료를 맡아온 조희원 아동청소년 심리상담사도 안타까운 경우를 여럿 봐왔습니다. "자녀가 아동기에 접어든 부모들이 '남들 다 하는 공부'라는 인식에서 갑자기 과도한 학업 과제를 수행시키는데, 이 때 자녀들의 스트레스가 심해진다는 것을 인지하지 못하곤 해요. 그것이 오랜 기간 축적되다 청소년기에 (문제 증상이 터져나온 뒤에야) 치료를 위해 찾아오는 경우가 많습니다. "

정신 건강 관련 질환의 경우 특히 아동기에는 치료 효과가 높지만, 청소년기로 갈수록 치료를 시작해도 난항을 겪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신체 모든 기관이 성장하는 시기, 잘못된 상태로 두뇌가 성장하게 되면 나이를 먹을수록 바로잡기도 힘들어지기 때문입니다. 조희원 상담사의 다음 증언은 충격적입니다.

"중학교에 들어가면 아이들이 2년 정도는 번아웃 기간이 오기 때문에 이걸 고려해서 초등학교 때 2년 정도 앞당겨서 선행학습을 해야 한다고 여러 부모님들이 말씀하세요. 문제 증상이 보이더라도 내 아이만 도태될 것 같은 불안감에 학습량을 줄이지는 못하고, 치료만 지속하면서 아이의 증상만 빨리 낫게 해주기를 바라시는 어머님들도 있고요."

■ '번아웃 키즈' 일상화…"학구열 높을수록 심해"

'번아웃 키즈', 즉 매사에 무력해지는 번아웃 증상을 겪는 아동·청소년들이 늘고 있습니다. 번아웃 증상은 감당할 수 없는 수준의 과업을 장기간에 걸쳐 무리하게 수행하다 찾아오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하지만 학업 성취를 자녀의 인생에서 최우선 과제로 두면, 정신건강에 문제 증상이 있어도 '한번쯤 겪고 넘어가면 될 일' 정도로 여기거나 심지어 '정신과 병원을 다니더라도 내신 성적만큼은 놓치면 안 된다'는 부모가 생기고 있다는 겁니다.

조희원 상담사는 지역에 따라 부모들의 반응이 다른 점에도 안타까움을 표했습니다. "틱 증후군 등 문제 증상이 찾아왔을 때 '학업 스트레스를 덜어주면 좋아질 수 있다'고 말씀 드려요. 학구열이 높지 않은 지역 부모님들은 잘 따라주시는데, 학구열 높은 지역 어머님들은 '친구들에게 뒤처진다'면서 내려놓지를 못하세요. 그렇다보니 심리 치료에 들어가더라도 효과가 더딜 수밖에 없게 됩니다."

■ '마음 성장'은 스스로 하는 것…"다양한 경험 제공해야"

날이 갈수록 청소년 마음건강 문제가 심각해지는 시대, 어른들의 역할은 어떤 것이어야 할까. 조희원 상담사는 조언합니다. "요즘 대부분의 어머님들께서 학습적인 보조자로서 아이가 필요로 하기도 전에 도움의 손길을 먼저 주시다보니까 아이들이 자신의 문제를 스스로 해결할 수 있는 기회 자체가 없어요. 발달 단계에 따라 기다려주시고, 스스로 헤쳐나갈 수 있는 힘을 길러주시면서 성장하는 걸 지켜봐주시는 것이 좋습니다."

김동희 아주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다양성'을 강조합니다. 성장기의 성공은 '성적', 자라서는 '돈'이라는 획일적인 목표만을 바라보고 모두가 달려간다면, 소수의 승자를 제외한 모두가 불행해진다는 겁니다. "진료를 보다보면 사람은 너무나 다양해서 하나의 기준으로 재단하기 어렵다는 걸 절감하게 됩니다. 사람들은 정말로 다양하구나, 단 한 사람도 똑같은 사람이 있지 않구나, 라는 점을 매일 느끼거든요. 어른들이 우리 아이들에게 '이 세상에는 굉장히 다양한 삶이 있다'는 메시지를 주는 것이 매우 중요해요. 여러 사람들과 같이 어울리는 경험, 이런 것이 함께 살아가는 사회라고 느낄 수 있는 경험을 제공하는 것이 정신건강을 위해서라도 반드시 필요합니다."

자료분석: 이지연, 윤지희
그래픽: 조재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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