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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동대문에 위치한 신평화패션타운(신평화)의 신임 관리단 회장의 직무를 정지해달라며 상인들이 낸 가처분 신청을 법원이 받아들였다. 신평화패션타운은 1969년 ‘성동상가’로 시작해 1990년대~2000년대까지 동대문 의류 산업 발전에 큰 역할을 한 상가다.

6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제51민사부(부장 박상언)는 신평화에 입점한 상인이 신임 관리단 회장 전모(54)씨를 상대로 낸 직무정지 가처분 신청을 지난 5일 인용했다. 함께 제기한 선거무효소송도 진행 중이다.

현행법상 건물 내 상가가 여러 개로 쪼개져 있고 상인 중 건물 지분을 소유한 경우가 10명 이상이면 반드시 상가 관리단이 설립돼야 한다. 관리단을 대표하는 자리가 관리단 회장이다. 법률에서 정한 자격이 따로 없어 의결만 거치면 임명되지만, 관리비 등 건물에 입점한 상인 전체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자리로 통한다.

지난 5월 13일 오전 10시쯤 신평화패션타운 앞에서 상인들이 관리단의 예산 집행, 관리인 선거 등에 문제를 제기하며 집회를 열고 있다. 김창용 기자

일부 상인들은 새 관리단 회장 의결이 기습적으로 이뤄졌다며 문제를 제기했다. 신평화 관리단은 지난 4월 7일 오후 2시30분쯤 총회를 열고 “전씨를 차기 관리단 회장으로 선출한다”는 안건을 상정했다. 하지만 일부 상인들이 거세게 반대하면서 그날 오후 7시 넘어서까지도 총회가 끝나지 않았다. 이에 장소를 빌려준 건물 측은 “영업시간이 끝났다”며 공간을 닫으려 했고, 반대하던 상인들은 관리단이 떠나는 모습을 보고 자리를 떴다.

하지만 다음날 오전, 신평화 상가엔 “전씨가 차기 관리단 회장으로 선출됐다”는 공고가 게시됐다. 상인들은 항의했지만, 관리단 측은 “당시 총회가 폐회된 게 아니라 정회된 것이었다. 이후 관리단 20명가량이 모여서 결의했으므로 절차상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내놨다. 상인들은 “총회 장소의 문을 모두 잠그는 것까지 확인했다. 오후 7시에 폐회한 것이 맞다”며 “이후 20명가량이 아닌 3~4명이 모여 안건을 통과시켰다”고 맞섰다. 이후 법원에 가처분 신청을 낸 것이다.

법원은 “전씨를 관리단 회장으로 선임한 결의 절차에 중대한 하자가 있다”고 판단했다. 총회 현장에 참석한 인원이 정확히 몇 명인지 확인되지 않는 점, 정회 뒤 정상적으로 속개해 결의했는지 등에 의문이 남는 점 등을 이유로 들었다. 재판부는 “전씨 측이 주장하는 정회 전 상황을 촬영한 동영상은 제출됐지만, 결의 당시 동영상은 제출되지 않았다”며 “현재까지 제출된 자료만으론 총회가 30분간 정회된 뒤 정상적으로 속개했는지 등 규정 준수 여부에 의문이 있다”고 했다.

신평화 상인회 측은 소속 상인들로부터 전씨의 관리인 임명이 이루어진 총회에 문제가 있다는 내용의 사실확인서를 받아 법원에 제출했다. 김창용 기자

법원은 또 전씨에게 결격 사유가 있다고도 판단했다. 신평화 관리단 선거규정과 정관은 관리단 회장 후보로 등록하려면 재산세 납부 증명원 또는 영수증을 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전씨 측은 “선관위 회의에서 받지 않기로 결정했기 때문에 문제 되지 않는다”며 “상위법(집합건물법)에도 그런 조항은 없다”고 주장했다. 반면 상인들은 “상위법이 규정하지 않고 있다고 해서 있는 정관을 무시해선 안 된다”고 맞섰다.

법원은 “선관위가 재산세 납부 내역 관련 서류를 받지 않기로 결정했더라도, 자격 요건에서 이를 배제할 수 있다는 뜻은 아니다”고 했다. “정관은 자치 법규로 보는 것이 타당하고, 다수결이라 하더라도 이를 자의적으로 해석할 순 없다”는 대법원 판례를 근거로 들었다. 이어 “전씨가 현재까지도 재산세를 100만원 이상 납부했다는 점을 소명할 아무런 자료도 제출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전씨 측은 법원 결정에 대해 “따로 할 말이 없다”며 “본안 소송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지난 5월 13일 오전 10시쯤 신평화패션타운 앞에서 상인들이 총회 과정에 문제를 제기하며 집회를 열고 있다. 김창용 기자

상인들은 “장사도 안돼 힘든데 관리단 회장 자리를 두고 더 힘 빼고 싶지 않다”며 “법원이 당연한 결정을 한 것”이라고 했다. 상인회 측 관계자는 “관리비·홍보비 등 사용 내역을 공개하도록 하는 등 투명한 관리단을 만들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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