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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구 ‘동심이’는 동네에 나타난 유기견이었어요. 먹을 걸 챙겨주다가 구조한 지 4년이 지났네요. 형편상 직접 키우지 못하고 위탁시설과 동물단체의 도움을 받아 돌보고 있어요. 녀석은 불안하거나 배고프거나 제 도움이 필요할 때면 손을 내밀어요. 때론 책임이 버겁지만 그 손 꼭 잡고 있다가 좋은 입양자가 나타나면 건네드리고 싶습니다”
-구조자 정지은(30대·가명)씨
지난 4월 30일, 경기도 일산에 있는 동물구조단체 팅커벨프로젝트(팅커벨)의 유기견 입양센터. 축구장 크기의 넓은 운동장을 가로질러 개들을 수용한 건물에 들어서자 원룸 형태의 작은 방 20개가 나타났습니다. 수십 마리에서 많게는 100마리 넘는 유기견들이 한 공간에서 지내는 일반 보호소와 달리 모든 입소견이 개별 견사에서 지내며 입양 교육을 받고 있습니다. 팅커벨 황동열 대표는 “냉난방 시설에 방음 설비도 갖춘, 동물복지가 제대로 구현된 신설 입양센터”라고 설명합니다.

복도를 지나자 인기척을 느낀 입소견들이 유리창으로 얼굴을 내밀거나 꼬리를 흔들며 취재진을 부르는데요. 그 와중에 유독 점잖은 백구 한 마리가 눈에 띕니다. 취재진 곁에 조용히 앉더니 악수를 청하듯 앞발을 내미는 녀석. 이곳 입양센터에서 ‘악수하는 백구’로 통하는 5살 동심이입니다. 앞발을 내밀어 원하는 간식과 손길을 받아내는 솜씨가 웬만한 가정견 못지 않습니다.

악수하는 백구, 5살 동심이의 모습. 현재 동물단체 팅커벨프로젝트의 일산 중대형견 보호소 '브링미홈'에서 지내고 있다. 제보자 제공

동심이의 이런 의젓함은 저절로 길러진 것이 아니었습니다. 녀석에게는 매주 꾸준히 찾아와 함께 산책하고 사회성을 길러주는 후견인이 있었습니다. 황 대표는 “입양센터에 입소한 이후로 4년 동안 꾸준히 돌봐준 청년 후견인”이라고 설명했습니다.

개st하우스는 팅커벨의 협조를 구해 동심이의 후견인 정지은(30대·가명)와 연락이 닿았고, 열흘 뒤인 지난달 9일 입양센터에서 동심이와 함께 지은씨를 만날 수 있었습니다. 이리저리 뛰는 대신 지은씨 곁에 얌전히 앉아 앞발을 내미는 동심이. 지은씨는 인터뷰 내내 동심이의 앞발을 꼭 잡은 채 위기에서 구조까지 지난 4년의 이야기를 들려줬습니다.

“그 손 놓지 않을게”…악수하는 백구 동심이와 만남

사연은 2021년 인천의 외딴 주택가에서 시작됩니다. 지은씨는 어머니와 함께 사는 청년 직장인인데요. 그해 여름, 출근길에 낯선 백구 한 마리를 마주칩니다. 동심이입니다. 잠시 길을 잃은 줄 알았는데 며칠이 지나도 녀석은 동네를 떠돌며 주차된 차량 아래에서 잠을 잤다고 해요. 지은씨는 유기견인 녀석의 딱한 처지를 알아채고 매일 물과 사료를 챙겨줬답니다.

의젓한 지금은 상상하기 어렵지만 4년 전 그때만 해도 동심이는 사람을 두려워해 발소리만 들어도 달아났다고 합니다. 지은씨는 녀석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언젠가 한마음이 돼 마주 보자는 뜻에서 동심(同心)이라는 이름을 지어 줬습니다. 그 후 2개월. 지은씨의 마음이 통했을까요. 동심이는 지은씨 곁으로 다가올 만큼 경계심을 풀었습니다.

지은씨 눈에 동심이의 삶은 매순간이 위기였습니다. 도로에는 차들이 질주했고 모르는 이들은 돌팔매질을 했습니다. 복날이 다가올 때는 개장수 트럭이 마을을 돌아다니기도 했습니다. 지은씨는 매일 구조를 고민했어요. 선뜻 나서지 못한 건 책임감 때문이었습니다. 이제 막 취업한 지은씨에게는 동심이를 입양할 여력이 없었습니다. 그렇다고 책임을 지겠다는 결심도 없이 구조를 할 수는 없었거든요.

한참을 고민한 지은씨는 결국 동심이를 구조하기로 마음을 먹습니다. 이유는 간단했습니다. 지은씨는 “누구나 자기 삶은 버겁기 마련이고 저 역시 여유로운 형편은 아니다”라며 “의지할 곳 없이 다가온 동심이가 너무 가엾어 외면할 수 없었다”고 했습니다.

구조는 순조로웠습니다. 평소 신뢰를 쌓아둔 덕분에 동심이는 경계심을 풀고 지은씨를 따라 준비해 둔 포획틀로 순순히 들어왔습니다. 건강에도 이상이 없었습니다.

동심이는 경기도 양주의 유기견 사설 위탁소에 입소해 입양 준비를 빠르게 마쳤습니다. 사람과 어울려 산책하고 기다리는 법을 배우고 실외에서 배변하는 법도 익혔습니다. 사람에게 앞발을 슬쩍 내미는 애교도 이 때 보여줬다고 합니다. 간식이나 산책 등을 원할 때면 달려들거나 짖고 보채는 다른 개들과 달리, 동심이는 악수를 청하듯 그저 점잖게 앞발을 내밀었습니다. 그 모습을 보며 지은씨는 “동심이는 도움이 필요할 때면 언제나 손을 내밀었다”면서 “이 손을 잡아줄 좋은 입양자 오기 전까지는 제가 이 손을 꼭 잡고 놓지 않겠다고 결심했다”고 말했습니다.

백구 동심이가 유기견 시절부터 이후 구조돼 위탁소에 입소하기까지 지난 3년의 모습. 제보자 제공

하지만 결심을 지키는 게 쉬운 일만은 아니었습니다. 2년이 지나도 동심이에게 입양 문의는 들어오지 않았습니다. 지은씨는 조금씩 지쳐갔습니다. 동심이를 만나는 건 즐거웠지만 주말마다 인천 거주지에서 양주 위탁소까지 왕복 5시간 거리를 오가는 건 고된 일이었습니다. 매달 수십만 원의 위탁비도 큰 부담이었습니다.

그 무렵 지은씨의 사연을 듣고 도움의 손길을 내민 곳이 있었습니다. 팅커벨입니다.

“청년의 선의가 꺾이지 않도록”…입양센터에서 견생2막

팅커벨의 황 대표는 지은씨가 개인 구조자로서 감당할 수 있는 최선을 다했다고 판단했습니다. 그래서 팅커벨이 나서 동심이를 돌보기로 하고, 그 방안으로 단체 회원들 가운데 돌봄의 책임을 함께 나눌 사람을 모집하는 ‘책임분담’ 투표를 열기로 했습니다.

팅커벨은 유기견의 사연을 소개하고, 회원들에게 구조 동의 여부를 묻는 투표를 열 수 있습니다. 구조에 찬성하려면 회원들은 최소 1만원의 ‘책임 분담금’을 내야 하죠. 이렇게 50표, 50만원이 모이면 구조가 이뤄집니다. ‘입’ 대신 ‘행동’으로 하는 구조 시스템을 투표로 구현한 거죠. 투표 결과 동심이는 총 92인의 찬성(분담금 200여만원)으로 구조됐습니다.

이제 지은씨는 모든 걸 홀로 짊어지지 않아도 됩니다. 동심이는 팅커벨의 입양센터에서 지내며 입양을 준비하고, 지은씨는 한결 가벼워진 봉사자의 자격으로 동심이를 찾아오고 있습니다. 황 대표는 “단체가 도움을 준 뒤에는 발길을 끊는 구조자가 많다”면서 “지은씨처럼 구조와 이후 돌봄까지 꾸준히 책임지는 분은 정말 흔치 않다”고 말했습니다.

동심이 손잡아줄 입양자를 기다립니다

지난달 9일, 입양센터에서 만난 동심이는 의젓한 견공이었습니다. 산책하거나 간식을 먹는 등 흥분하기 쉬운 상황에서도 차분히 보호자를 기다렸고, 배변 실수도 없었습니다. 최근 봉사자 집에서 며칠 지내는 홈캉스 훈련 과정도 문제없이 마쳤다고 합니다. 다른 개와의 교감을 즐기지는 않지만 나란히 산책하는 수준의 교감은 가능합니다. 동심이가 유기견 시절의 경계심을 이겨내고 이만큼 사회성을 키우기까지 지은씨의 성실한 돌봄이 있었음은 물론입니다.

동심이가 입양센터에서 누리는 복지 수준은 훌륭합니다. 하지만 단체 생활을 하며 사람의 손길을 기다려야 하는 센터 생활을 가정견으로 오롯이 사랑받는 삶과 비교할 수는 없습니다. 지은씨가 인터뷰를 하는 내내 동심이는 앞발을 내밀며 간식을 달라거나 쓰다듬어달라고 조르더군요. 그 모습이 안쓰러워보였습니다. 지은씨는 “동심이가 이 손을 잡아줄 보호자를 하루빨리 만나 원하는 만큼 사랑받았으면 좋겠다”고 말했습니다.

똑똑한 백구 동심이의 가족을 모집합니다. 희망하는 분은 기사 하단의 입양신청서를 확인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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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입양문의는 아래 이메일로 보내주세요
- 이메일 : [email protected]
- 전화번호 : 031-977-8211
- 인스타그램: bringmehome_tinkerbellproject

■ 백구 동심이는 개st하우스에 출연한 158번째 견공입니다 (110마리 입양 완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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