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태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6일 서울 동작구 국립서울현충원에서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용태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6일 “새로운 비대위는 전당대회를 준비하는 관리형 비대위가 되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국민의힘은 앞으로 비대위 체제를 이어가느냐, 전당대회를 열어 새 지도부를 선출하느냐를 놓고 계파 간 물밑 싸움이 치열하게 벌어지고 있다.
김 위원장은 이날 서울 동작구 국립서울현충원에서 열린 제70회 현충일 추념식에 참석한 뒤 기자들과 만나 ‘조기 전당대회 가능성’에 대해 “제가 임기를 마치면 새로운 비대위가 들어설 텐데 그 비대위는 전당대회를 준비하는 관리형 비대위가 되지 않을까 싶다”며 “관리형 비대위가 들어선다면 그것은 전당대회를 준비해야 하고 비전을 말해야 할 비대위”라고 했다.
국민의힘은 전날 권성동 원내대표와 비대위원들이 대선 패배 책임을 지고 사퇴하면서, 새 지도부를 꾸려야 하는 상황이다. 하지만 새 지도부 형태를 두고 친윤계는 ‘비대위 체제 유지’를, 친한계와 김문수 전 고용노동부 장관 쪽은 ‘전당대회 뒤 지도부 선출’을 주장하며 의견이 나뉘고 있다.
친윤계는 대선 패배 직후 전당대회를 열면 계파 갈등이 심화돼 당이 더 혼란스러워질 수 있기 때문에, 비대위 체제를 유지하며 당을 수습하는게 먼저라는 주장이다. 반면 친한계는 조기 전당대회를 열어 당대표를 선출한 뒤, 윤석열 전 대통령과의 절연 등을 통해 당을 조속히 개혁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처럼 당내 계파간 입장차가 극명한 상황에서, 김 위원장이 차기 비대위 성격을 ‘전당대회 관리형 비대위’라고 정한 것을 두고 친윤계는 불쾌감을 드러냈다. 원내대표와 정책위의장, 비대위원 등이 모두 사퇴한 상황에서 비대위원장 혼자 ‘차기 비대위’ 성격을 결정할 권한이 없다는 것이다. 친윤계 한 의원은 “비대위원장이 뭐든지 의사 결정을 혼자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의원들의 동의를 얻는 것이 중요하다”며 “9일 의원총회를 연다고 했으니 김 위원장이 어떤 맥락에서 ‘관리형 비대위’를 얘기했는지 설명할 것이고, 이에 대해 의원들이 논의하지 않겠느냐”고 했다.
반면 친한계는 조속한 전당대회 개최를 촉구했다. 박정훈 국민의힘 의원은 이날 시비에스(CBS) 라디오에서 “빨리 전당대회를 해서 당을 추스르고 국민들의 눈높이에 맞는 정당으로 우리가 빨리 변신해야 한다. 그건 비대위 체제로 불가능하다”고 밝혔다. 친한계 인사는 이날 한겨레에 “하루빨리 전당대회를 여는게 맞다”며 “당이 체질적으로 바뀌어야 한다. 반성하지 않는 기존 친윤들이 당을 계속 이끌어가면, 국민들은 계속 외면하고 당은 극우화될 것이다. 폭망하는 것”이라고 했다.
대선 후보로 나섰다 패배했던 김 전 장관 쪽도 전당대회 개최를 주장했다. 김 전 장관의 대통령 후보 비서실장을 맡았던 김재원 전 최고위원은 이날 에스비에스(SBS) 라디오에서 “지도력이 제대로 구성되지 못한 비상대책위원회가 당을 개혁하겠다고 할 때 과연 어느 정도 추진력을 가질지 스스로 생각을 해 봐야 한다”며 “아무런 계획 없이 그냥 현 상태를 연장하려는 입장이라면 비대위원장보다는 차라리 새로운 지도부를 구성하는 게 낫지 않겠냐”고 밝혔다. 다만 김 전 장관의 ‘당권 도전’에 대해선 “그 부분에 대해서 이야기를 해 본 적이 없고, 김문수 후보도 그에 대해서 따로 말씀하신 적이 없다”고 말을 아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