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생님 그동안 아픈 곳 치료해 주셔서 감사해요. 좋은 곳 가세요' |
서툰 글씨체에 그림, 누가 봐도 어린아이가 쓴 듯한 메모지입니다. 지난 3일 불의의 사고로 숨진 고(故) 채수호(47살) 소아청소년과 원장을 추모하는 겁니다.
채 원장은 20년 가까이 지역 사회에서 소아과 의사로 헌신해 왔습니다.
고인은 다른 병원이 쉬는 휴일에도 가급적 소아과 문을 열었습니다. 아픈 아이를 안고 발을 동동 구르는 부모를 위해서, 의사 선생님의 도움이 필요한 아픈 아이들을 돌보기 위해서였습니다.
대선 날이자 법정 공휴일인 지난 3일에도 진료를 하기 위해 나서다 교통사고를 당했고, 끝내 세상과 이별했습니다.
취재진은 오늘(6일) 채 원장이 운영했던 서울 마포구 소재 소아과를 찾았습니다. 소아과 앞에는 추모 메모 수백 장이 빼곡히 붙어 있었고, 아래에는 조화가 놓여 있었습니다.
메모에는 고인에 대한 추억과 감사함을 담은 내용이 꾹꾹 담겨 있었습니다. 꼬마 때부터 성년이 될 때까지 건강하게 자랄 수 있었던 건 고인 덕분이라는 추모글도 적지 않았습니다.
어린아이부터, 학생, 부모, 심지어 '코로나19 백신을 꼼꼼하게 접종해 주셨다'며 감사함을 표한 노인까지, 그야말로 남녀노소가 한목소리로 고인을 추모했습니다.
고인을 기리는 추모 발걸음도 이어졌습니다. 자녀와 함께 추모를 하러 소아과를 찾은 한 주민은 "지난주 토요일에도 왔었는데 사고가 났다는 소식을 뒤늦게 들었다"며 "5년 동안 채수호 선생님에게 진료를 받아왔는데 이런 선생님은 없으신 거 같다"고 말했습니다.
또 다른 주민은 KBS에 "항생제를 무리하게 쓰지 않았고, 큰 병원에 가보라고 하는 대신 포기하지 않고 진료를 봐주셨던 분"이라며 "늘 아이에게 'OO이는 오늘 어때요?'라고 물어보시고 아이의 사소한 일까지 다 기억하셨다. 사명감을 갖고 아이를 보는 게 너무나도 느껴졌다"고 회고했습니다.
온라인상에서도 고인에 대한 명복을 비는 글이 이어졌습니다.
꼼꼼하고 친절했다, 과잉 진료를 하지 않았다, 엄할 때는 엄하면서도 한결같이 따뜻했다, 진료뿐만 아니라 육아 상담도 진심이었다, 무엇보다 아이를 사랑하시는 ' 참의사이자 의인'이었다며 갑작스러운 이별에 슬픔을 감추지 못했습니다.
온·오프라인에서 추모 물결이 이어지자 채 원장의 유족은 조문 메시지에 "모든 분들의 위로로 무사히 발인을 마쳤다"며 고인이 사랑을 실천한 것처럼 주변에 베풀며 살아주시면 천국에서 고인께 큰 기쁨이 될 거 같다고 적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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