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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식의 시대가 열리고 있다

랭크뉴스 2025.06.06 11:06 조회 수 : 2

[커버스토리 : 주식의 시간]


주식의 시대가 열리고 있다. 지금까지 한국 증시는 “투자란 사업과 닮았을 때 가장 현명하다”고 했던 벤자민 그레이엄의 말과는 거리가 먼 시장이었다. 교과서에서 주식을 사는 것은 기업의 소유권을 갖는 일이라고 배웠지만 한국에서 지배주주의 한 주와 일반주주의 한 주는 다른 취급을 받아왔다.

누구나 자본가가 되고 싶어 한다. BTS의 팬이라면 하이브의 주인이 되고 싶고, 빨간맛 마니아로 불닭복음면의 미래를 앞서 예상했다면 삼양식품과 같은 기업을 사고 싶었을 것이다. 돈만 충분하다면 가능한 일이다. 하이브와 삼양식품의 시가총액은 각각 11조원, 8조4000억원이다. 지배주주가 되기는 어렵다. 하지만 멋진 사업의 과실을 나눠가질 수 있다. 주식을 사면 그 지분만큼 기업의 소유권을 가져올 수 있기 때문이다. 그 지점이 주식시장의 시작이었다.

17세기 네덜란드의 동인도 회사가 발행한 종이 한 장은 모든 이에게 평등했다. 누구나 돈이 되는 걸 알고 있었던 향료무역에는 엄청난 자본이 필요했다. 동인도 회사는 계급에 차별을 두지 않고 투하된 자본만큼 이익으로 돌려줬기에 수많은 이들은 동인도 회사의 종이 한 장을 사들였다.

왕의 돈으로 선단을 꾸민 포르투갈을 밀어내고 네덜란드가 향료무역의 패권을 차지한 이유는 여기에 있다. 그 종이 한 장이 거래되기 시작한 1613년 암스테르담은 세계의 중심이었다. 지금도 다르지 않다. 주식을 살 때 우리는 전체 기업의 일부를 사들이고 있는 셈이다. 차이라면 그저 규모일 뿐이다.

아쉽게도 한국은 이러한 자본시장의 작동원리가 고장 나 있다. 1983년 1월 4일 시가총액식 주가지수가 발표된 이후 한국 증시는 늘어난 시총만큼 주가지수가 따라잡지 못했다.

모회사와 자회사의 동시 상장 사례가 드문 선진시장과 달리 한국 증시는 지주사와 자회사의 더블카운팅(중복계산)이 일반화되어 있다. 한국에서는 시장이 좋을 때나 부진할 때나 주주 권리를 훼손시키는 방식의 자회사 상장이 이어져 왔다.

IMF(국제통화기금) 위기를 극복하는 과정에서 대기업 집단의 빅딜을 추진하기 위해 허용됐던 법적 규제완화가 한국 자본시장의 퇴행을 가져왔다. 이제라도 구조조정 시기에 필요했던 법령 및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

한국 증시는 지난 5년간 한국 PBR 평균치와 비교했을 때에도 현재 16% 수준에 불과하다. 잠재성장률이 추락하고 관세전쟁으로 대외 통상 환경도 악화된 데다가 내부적인 정치불확실성이 반영된 수치다. 더 고질적인 문제는 ROE 레벨 대비 낮은 PBR이다.

한국 증시가 풀어내야 할 숙제는 이러한 과도한 밸류 할인을 어떻게 해소하는가에 있다. 원인을 알면 문제를 풀 수 있다.

일본은 우리에 앞서 정답지를 보여준다. 2012년 아베 신조가 시작한 기업 거버넌스의 개혁은 장기 박스권에 머물러 있던 일본 증시를 들어올렸다. 기업 의사결정 구조가 바뀌어야 주주자본주의로 나아갈 수 있다. 일본 닛케이지수는 2012년 8240에 불과했지만 2024년 7월 4만2400까지 도약했다. 동 기간 한국 코스피는 1800에서 2024년 7월 2896까지 올라섰을 뿐이다.

다행히 새로운 정부는 부동산에서 주식으로 유동성의 물꼬를 돌리려 한다. 수출환경 악화가 불가피하다면 내수라도 침체에서 벗어나야 한다. 주식 활황으로 자산가격 상승에 따른 부의 효과가 확산되어야 내수가 살아난다. 이는 미국에서도 확인된 정책이다.

채찍이 아닌 당근도 필요하다. 물론 한국은 최대주주가 상속할 경우에는 20%의 할증이 붙어 최고세율이 60%까지 높아진다. 더욱이 상속세 및 증여세를 시가 기준으로 부과하다 보니 주가 상승을 원하지 않는다.

상속세는 개편되어야 하고 가업승계라면 공제도 확대되어야 한다. 지배주주의 배당세율 완화와 분리과세도 필요하다. 지배주주의 배당 확대 유인이 구체화되어야 일반주주들도 그 혜택을 누릴 수 있다.

정책이 구체화되기 전까지 다양한 논의는 불가피하다. 지배주주에게도 퇴로를 마련해주어야 하고, 기업은 배당 확대와 자사주 매입 소각에 나설 수 있도록 선물도 준비해야 한다.

동시에 정부는 자본시장의 잘못된 관행에 대해서는 확실한 철퇴를 가해야 한다. 활짝 핀 꽃을 보려면 잡초를 뽑아야 한다. 상장 자체가 목적인 ‘먹튀’ 상장을 막고, 지배주주와 투기꾼이 결탁한 주가조작도 근절되어야 대내외 투자자들의 신뢰가 회복된다.

정부는 공정한 룰이 작동되는 경기장만 마련해주면 된다. 투자자는 좋은 선수만 발굴하면 된다. 다행히 한국 증시에는 아직 높은 연봉으로 보상을 받기에 충분한 선수, 바로 좋은 기업이 많다.

윤지호 경제평론가(전 LS증권 리서치센터장)

한경비즈니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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