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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버스토리 : 격변기 투자 포트폴리오]


지난 1월 한경비즈니스는 ‘부자의 주식’이란 제목으로 그들의 포트폴리오를 분석했다. 이를 따라한 투자자라면 지금쯤 웃고 있을지 모른다.

당시 10억원 이상 자산가들의 2024년 4분기 투자 동향을 분석한 결과 이들의 해외주식 장바구니엔 AI 데이터 분석 기업인 ‘팔란티어’가 공통으로 담겼다. 팔란티어는 올해 들어서만 64% 급등했고 12개월 누적으로는 503% 폭등하며 6배 이상 올랐다.

고액자산가의 순매수 기록이 곧 ‘수익 실현’으로 이어진다고 보긴 어렵지만 그럼에도 이들의 직감력과 정보 활용 능력은 ‘족집게 투자 선생’ 역할을 한다. 정보 접근성, 분석 역량, 자본 규모에서 누구보다 앞선 이들은 시장을 미리 읽고 선제적으로 움직이는 데 능하다.

지난 5월, 투자 격변기 속에서 이들이 담은 ‘투자 장바구니’는 그 자체로 중요한 힌트다. 한경비즈니스는 NH투자증권과 함께 10억원 이상 국내 자산가의 5월 순매수 데이터를 바탕으로 ‘격변기 생존 전략’을 엿봤다. 지금 이 순간 이들이 선택한 자산은 무엇일까.
한국 주식은 ‘바겐세일’
바이오 팔고 한화오션·삼성전자 담고
자산가들에게 여느 국가보다 ‘핫’했던 곳은 한국이다. 6·3 대선을 한 달 앞둔 5월엔 국내 주식에서 특히 유의미한 매수세가 나타났다. 지난해 12·3 계엄사태 이후 불거진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 기대감, 미국발 관세전쟁의 일시적 봉합에 따라 투자심리가 개선된 영향이다. 여기에 대선 이후 강력한 정부 정책과 재정 투입에 대한 기대감이 더해지면서 고액자산가 역시 ‘저점 매수’ 기회로 판단하고 국내 시장으로 적극적으로 복귀했다.

고액자산가(10억원 이상)의 국내 주식 순매수 자료(2025년 5월 1~22일)에 따르면 이들이 가장 공격적으로 담은 종목은 한화오션(64억원)이다. 최근 조정을 받아 가격 메리트가 생겼고 동시에 대선을 앞두고 방위산업에 대한 정책 지원 기대감이 커졌기 때문이다.

방산 업종은 원래 미국 관세 영향에서 비교적 자유로운 편이다. 하지만 글로벌 경기 불확실성 등으로 주가가 눌렸던 만큼 가격이 낮아진 이 시점이 자산가들에게는 최적의 진입 기회가 된 것으로 보인다.

대형 수출주의 대표 격인 삼성전자(48억원, 순매수 4위) 역시 큰손들이 ‘바겐 헌팅’을 펼친 주요 종목이다. 미국의 관세 리스크가 유예되며 단기 불확실성이 완화됐고 반도체 업황이 저점을 지나 회복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까지 더해지면서 고액자산가의 매수세가 집중적으로 유입됐다. 삼성전자는 이미 1분기부터 꾸준한 매수 대상으로, 5월에는 더욱 공격적으로 저가 매수 물량이 늘어났다.

반면 SK하이닉스는 1분기부터 5월까지 연속 순매도 1위를 기록했다. 이는 상대적으로 주가가 더 많이 오른 종목으로 간주돼 차익실현 대상이 된 것으로 해석된다.

이 밖에 소재 대표주인 LG화학(55억원)과 배터리 대표주 LG에너지솔루션(47억원) 역시 고액자산가들이 전략적으로 담은 종목이다. 이들은 최근까지 관세 압력과 글로벌 수요 둔화 우려로 가격 매력이 높아진 상태였다. 대선을 계기로 코스피 부양책과 수출경쟁력 지원이 본격화할 경우 수혜를 볼 수 있는 기업으로 주목받으며 자산가의 포트폴리오 중심에 섰다.

이러한 바겐세일 전략은 결국 ‘싸게 사서 정책적 호재와 업황 개선으로 수익을 극대화하겠다’는 명확한 목표를 담고 있다.

특히 올초까지 순매수 상위에 있던 바이오 성장주에서 벗어나 수출 중심의 대형주로 포트폴리오를 과감히 옮긴 전략이 돋보인다. 지난 1분기만 해도 고액자산가 순매수 1·2위를 차지했던 셀트리온과 알테오젠 등 바이오주는 톱10 종목에서 사라졌다. 특히 알테오젠은 고액자산가가 가장 많이 판 종목 중 하나가 됐다.

변동성에 대비해 내수 방어주 위주 종목들을 편입한 것도 확인된다. 고액자산가는 5월 들어 KODEX 200 ETF(55억원)와 통신 내수주인 SK텔레콤(41억원)을 새롭게 담았다. 이는 1분기에는 없던 흐름이다. 대선을 앞두고 정치·경제적 변동성이 커지자 시장 전반을 커버하는 지수 ETF와 내수 방어주로 전략적 안전장치를 마련한 것으로 풀이된다.
미국은 금리인하기 진입?
빅테크 퇴장, 헬스케어 입장
“너무 늦는 파월은 뭐가 잘못된 걸까. 번영할 준비가 된 미국에 불공평한 것 아닌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꾸지람’이 자산시장에도 반영된 것일까.

아직 미국 중앙은행(Fed)의 금리인하 시점은 불투명하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의 페드워치에 따르면 시장은 이르면 9월 금리인하를 예상하고 있다. 관세전쟁과 미국 국채 위험으로 인한 인플레이션 압력이 금리인하를 늦추는 주요 요인으로 꼽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고액자산가들은 한발 앞서 ‘인하 이후’ 시장을 선반영하고 있다. 5월 들어 이들은 금리인하 수혜주를 포트폴리오에 담기 시작했다.

첫 번째 신호는 ‘팔란티어의 퇴장’이다. 2024년 4분기부터 2025년 1분기까지 고액자산가의 해외 주식 순매수 상위 10위권에 꾸준히 포함됐던 팔란티어는 5월 순매도 1위 종목으로 돌아섰다. 같은 시기 테슬라는 순매수 1위에서 4위로 내려왔다. AI와 빅테크 차익실현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대신 이 자리에 유나이티드헬스, 화이자 등 1분기까지 고액자산가 포트폴리오에서 보기 힘들었던 헬스케어 섹터가 유입됐다. 특히 미국 최대 건강보험 기업인 유나이티드헬스는 순매수 1위에 새롭게 진입했고 대형 제약사 화이자도 새로 등장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기준금리 인하 압박과 하반기 기준금리 인하 가능성이 커지면서 금리에 민감한 헬스케어주가 주목받은 영향으로 풀이된다. 헬스케어 산업 특성상 연구개발, 임상시험, 생산 등에 대규모 자금이 투입되기 때문에 경기 변동과 금리 움직임에 예민하게 반응한다. 양사 모두 경기 방어주 성격을 지닌 점도 공통적이다.

단기채에서 장기채로 변한 미국채 투자 움직임도 주목할 만하다. 5월 순매수 상위 종목에 ‘아이셰어스 20년물 이상 미국채’(TLT)가 올라섰다. 1분기엔 ‘아이셰어즈 0~3개월 미국채’ 등 단기채가 있던 자리다. 통상 금리인하기에 수익률이 좋은 장기채 투자에 몰려든 것으로 풀이된다.

변동성에 올라타되 언제든 브레이크를 밟을 수 있는 ETF 위주의 ‘전술적 운용’도 격변기 생존전략이 됐다. 그중 하나는 고수익을 쫓던 ‘레버리지 일변도’에서 벗어나 ‘변동성’에 베팅하는 양방향·혼합 전략이다.

올해 1분기까지 압도적이었던 ‘3배 ETF 중심의 공격 투자’는 주춤했고 -2배, -3배 상품 등 역방향 레버리지 ETF가 새롭게 장바구니에 담겼다. 대표적 예가 반도체다. 1분기까지 순매수 상위에 있던 ‘디렉시온 반도체 3배 ETF(SOXL)’는 5월 들어 순매도 상위에 이름을 올렸다. QQQ 3배 ETF, FANG+ 3배 ETN 역시 매도세가 유입되며 정리됐다. 대신 SOXS(반도체 -3배 ETF)가 새로 순매수 상위에 진입했다.

비트코인 테마 역시 변동성에 베팅하는 전략이다. 1분기엔 ‘비트코인 전략 2배 ETF’ 등 보다 직접적인 비트코인 상품이 장바구니에 담겼다. 5월 들어선 비트코인 테마주가 순위권에 올랐다. 전 세계에서 비트코인을 가장 많이 보유한 기업 마이크로스트레티지(MSTR) ETF 투자다.

MSTR은 비트코인 직접 보유 기업으로 암호화폐에 대한 간접 투자를 선호하는 투자자들에게 각광받고 있다. 고액자산가가 선택한 상품은 ‘T-REX MSTR 타겟 2배 ETF(MSTU)’로 순매수 5위에 올랐다. 이 상품은 MSTR의 일간 수익률을 2배로 추종하므로 적시에 투자하면 단기간 큰 이득을 얻을 수 있다. 반면에 MSTR이 지나치게 고평가돼 있다는 논란 역시 일어나면서 이 주식의 하락에 베팅하는 상품도 함께 순위권에 올랐다.

고액자산가의 해외투자 국가도 사뭇 달라졌다. 지난 1분기 순매수 30위권 내 종목이 BYD(5위, 홍콩)를 제외하면 대부분 미국 기업 중심이었지만 5월에는 중국중철(22위), 중국핑안보험(23위), 중국국제반도체(27위) 등 홍콩 상장 중국 기업들이 이름을 올렸다.

한경비즈니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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