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사 진급제도 개정에 '시끌'…"억지로 끌려갔는데"
국회 청원에 '반대' 2만9천여명·권익위엔 9천여건
"병사 월급 인상에 진급 제한으로 돈 아끼려는 거냐"
군 "전투력 신장·성실한 복무 고취 목적…공정성에 만전"
국회 청원에 '반대' 2만9천여명·권익위엔 9천여건
"병사 월급 인상에 진급 제한으로 돈 아끼려는 거냐"
군 "전투력 신장·성실한 복무 고취 목적…공정성에 만전"
입소를 신고합니다
[연합뉴스 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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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서윤호 인턴기자 = "억지로 끌려갔는데 이제는 후임한테 무시까지 당하려나."(유튜브 이용자 '점점***')
"모병제 국가에서나 가능하지 징병제에서는 불가능한 제도. 그럴 거면 처음부터 체력 검정을 보고 선발했어야."(유튜브 이용자 'KB***')
병사 진급누락 가능 기간 제한이 풀렸다는 소식이 공론화되며 뜨거운 이슈로 떠올랐다.
국방부가 지난해 6월 개정한 '군인사법 시행규칙'을 통해 병사의 진급에 심사를 적용하도록 한 사실이 최근 알려지면서 입대를 앞둔 이들을 중심으로 반대의 목소리가 빠르게 모이고 있다.
그간 병사는 복무 개월 수를 채우고 딱히 사고를 치지만 않으면 사실상 자동 진급이 됐는데 이제는 심사를 거치고 누락될 수도 있도록 하는 것이 바뀐 규칙의 골자다. 진급이 누락될 경우 최대 2개월 이후 자동으로 진급되던 기존과 달리 '진급 누락 후 자동 진급'의 범위가 대폭 축소된 것이다.
지난달 22일 국민권익위원회 온라인 국민 소통 창구인 '국민생각함'에 게시된 '병사 진급 누락 시 자동 진급 제도 폐지에 따른 예상 문제점 및 정책 추진 절차 개선 건의'에는 지난 5일 현재 '동의합니다'라는 댓글이 9천200여개 달렸다. 기존 병사 진급 제도를 바꾸지 말고 유지해달라는 내용이다.
또 지난달 28일 국회 국민동의청원에 게시된 '국군 장병 진급누락 제도 반대에 관한 청원'도 게시 8일만에 동의수 2만9천여명을 기록하며 청원 성립에 필요한 동의수 5만명의 절반 이상을 넘겼다.
오는 11월 입대 예정인 직장인 이모(25) 씨는 "현재 인력 부족으로 현역 판정 기준이 지속적으로 완화돼 현역 입영 대상이라 하더라도 신체·정신이 건강하지 않은 사람도 많다"며 "진급 심사 기준이 체력 등 과거의 기준에 머물러 있는 점도 첨단 기술을 강조하며 효율적인 군대를 만들겠다는 정부 기조와 상충된다"고 지적했다.
내년 중순 입대를 생각 중인 대학생 노모(20) 씨는 "자원해서 간 것도 아닌 군대에서 진급도 노력해야 한다고 생각하면 부담이 된다"며 "병사 월급이 오른 상태에서 자동 진급을 제한하는 것은 돈을 아끼려는 것 아닌가라는 생각도 든다"고 말했다.
군 미필자만 반대하는 것도 아니다.
3년차 예비역인 대학생 정모(25) 씨는 "수송병과 등의 병사는 각자의 근무 스케줄로 인해 진급시험을 준비할 여력이 없다"며 "진급심사를 강화하면 병사들의 사기만 낮아질 것"이라고 짚었다.
육군 출신인 대학생 장모(26) 씨는 "전방 소규모 부대의 경우 진급심사를 보러 부대 밖으로 나갈 수 있는 인원의 수가 제한된다"며 "군 생활 당시에도 시험을 통과할만한 체력을 갖춰도 이러한 제한으로 인해 진급하지 못하는 경우를 목격했다"고 말했다.
이어 "현재도 병사들 사이에서 늦게 입대했지만 먼저 진급한 상병이 먼저 입대한 진급 누락된 일병을 선임 대우하는 경우가 발생한다"며 "향후에는 병장이 일병을 선임으로 대우하는 경우도 빈번해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연합뉴스 자료사진]
국민생각함 게시글에 동의한 누리꾼 '김**'은 "20년 동안 애지중지 키워 나라·국민을 위해 기꺼이 군대에 보냈더니 해도 해도 너무하다"라고 적었다.
네이버 카페 이용자 'ㄷ**'은 "부대와 보직에 따라 진급시험을 준비하고 응시할 수 있는 여건이 다 다르다"며 "일과는 그대로이면서 추가로 진급을 위한 연습과 시험 일정을 따로 확보해야 하는 꼴"이라고 썼다.
또 다른 이용자 '마***'은 "의무복무 병사들의 계급 진급에 차등을 두니 병사 부모의 반발이 거세다"며 "진급까지 어려워지면 자식 가진 부모가 군대를 보내고 싶겠나"고 적었다.
현행 병사 계급 제도 자체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유튜브 이용자 '존***'은 "겨우 1년 6개월 복무에 계급이 4개 있다는 것 자체도 문제"라며 "의무복무자는 상병전역으로 두고 추가복무를 원하는 사람만 병장으로 진급시켜 혜택을 강화하는 게 군을 전문화하는 길일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군은 이번 제도 개정을 크게 우려할 필요가 없다는 입장이다.
군 관계자는 "계급별로 요구되는 역량을 충족한 인원에게 해당 계급을 부여하자는 취지"라며 "전투력을 신장하고 병사들의 성실한 복무를 고취하는 목적이다"라고 밝혔다.
이어 "지난 4월 말 개정된 병 인사관리 훈령에 따라 진급심사를 충족하지 못 한 병사라도 전역 시에는 병장 계급을 부여한다"며 "부대별 진급심사위원회 구성 시 각 병사들의 조건을 고려해 성실히 복무한 병사라면 정성적으로 평가해 진급할 수 있도록 공정성에 만전을 기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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