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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30일 저녁 서울 성수동 뚝도시장 인근 기둥에 동양하루살이 아성충이 붙어 있다. 오경민 기자


‘불금’의 시작을 알리는 지난달 30일 저녁, 서울 성수동 거리는 인파로 북적였다. 한강에 가까워지자 행인들이 부채질하듯 얼굴 앞을 손으로 휘저었다. 떼 지어 날아다니는 동양하루살이가 달라붙지 않게 하기 위해서다. 하루살이가 가까이 날면 소리를 지르는 이들도 있었다.

‘팅커벨’이라고도 불리는 동양하루살이의 습격이 올해도 시작됐다. 동양하루살이는 몸길이가 1~2㎝ 정도 되는 곤충으로, 유충 때는 강이나 하천 아래 모랫바닥 작은 구멍에 살다가 성충이 되기 위해 수면 위로 나온다. 주로 5월에서 6월 초에 집중적으로 우화(곤충이 탈피하고 성충이 되는 과정)하는데, 밝은 빛에 이끌리는 성질이 있어 해마다 잠실종합운동장 야구장이나 성수동의 카페거리와 뚝도시장 등 강변 상업지구에서 관련 민원이 빗발쳤다. 환경단체 서울환경연합, 시민과학자 모임인 벌볼일있는사람들, 시민 20여명과 성수동 일대를 돌아보며 하루살이 발생을 관찰했다.

지난달 30일 서울 성수동 인근 흰색 벽에 동양하루살이 성충이 붙어있다. 오경민 기자


빛이 있는 곳에, 하루살이가 있다

지난달 30일 저녁 서울 성수동 뚝도시장 인근 가로등 주변을 동양하루살이가 떼 지어 날고 있다. 오경민 기자


해가 지고 오후 8시30분이 되자 가로등 불빛 아래 동양하루살이 수십, 수백마리가 모여 날았다. 상가 간판이나 조명이 켜진 쇼윈도마다 동양하루살이가 앉아 있었다. 밝은 색의 벽에도 동양하루살이 아성충(성충이 되기 직전 단계)이 탈피한 껍데기가 다닥다닥 붙어있었다. 하루살이는 밝은 회색 옷을 입고 있는 시민의 옷에 달라붙거나 휴대전화 조명을 향해 날아들기도 했다.

동양하루살이 개체 수 증가는 최근 알려진 러브버그(붉은등우단털파리), 대벌레 대량 발생과는 차이가 있다. 김동건 삼육대 스미스학부대학 교수는 “원래 동양하루살이는 5~6월 우화시기에 동시 발생을 하는 종”이라며 “수백에서 수만 마리가 강바닥에서 수면에서 다 같이 올라와야 천적한테 잡아먹힐 확률이 낮기 때문에 쥐라기 때부터 동시에 많은 개체가 우화하는 생태적인 습성이 만들어졌다”고 말했다. 짧은 기간 동시에 많은 개체가 수면 위로 나오는 습성 때문에 동양하루살이가 갑자기 대발생한 것처럼 보이는 면이 있지만, 이 시기 동양하루살이가 많이 보이는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이라는 것이다.

시민들의 생활권이 넓어지면서 동양하루살이 서식지와 인간 활동 공간이 겹치게 된 것이 최근 발생한 ‘동양하루살이 민원’의 원인으로 지목된다. 김 교수는 “한강에 수변공원 등이 조성되고 시민들이 야간에 활동을 많이 하게 되면서 수도권을 중심으로 동양하루살이 문제가 주목받은 것”이라고 말했다. 벌볼일있는사람들 소속 시민과학자 오흥윤씨도 “강가에 큰 나무들이 많았다면 하루살이가 달라붙어 우화를 했을텐데 나무들은 사라지고 상업지구엔 조명이 더 많이 설치되면서 하루살이가 사람들이 오가는 곳까지 날아가게 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최근 가문 여름이 계속된 것도 개체 수 증가의 원인으로 꼽힌다. 김 교수는 “동양하루살이가 유충일 때 태풍, 홍수를 만나면 자연스럽게 개체 수 조절이 되는데 최근에는 장마도 태풍도 딱히 없다 보니 밀도가 누적됐다”고 말했다. 이 밖에도 관련 연구들은 한강 수질이 개선되면서 하루살이가 번식하기 좋은 환경이 만들어졌고, 수온이 올라가면서 민물고기나 개구리 등 하루살이의 천적이 사라진 것을 개체 수 증가의 원인으로 분석했다.

지난달 30일 동양하루살이 한 마리가 하루살이를 관찰하던 시민의 휴대전화 조명에 붙어 있다. 오경민 기자


‘살충제 뿌리지 않고’ 같이 살 수 있을까

서울 성수동 뚝도시장을 따라 청색광이 제거된 노란 조명이 설치돼 있다. 오경민 기자


동양하루살이 집단 발생은 해마다 반복될 것으로 보인다. 서울시의회는 지난 3월 ‘서울특별시 대발생 곤충 관리 및 방제 지원에 관한 조례’를 통과시키고 동양하루살이를 ‘유행성 생활불쾌곤충’으로 분류했다. 해충은 아니지만 시민들에게 ‘신체적·정신적 피해’를 준다며 방제·관리할 수 있게 한 것이다.

전문가들은 하루살이를 완전히 없앨 방법은 존재하지 않으며, ‘정서적 불편’만을 이유로 곤충을 함부로 방제해서도 안 된다고 경고한다. 성민규 생명다양성재단 연구원은 “화학적 방제 등은 생태계를 교란해 오히려 제2, 제3의 곤충 대발생을 낳을 수도 있다”며 “국제적으로 곤충 전문가들은 살충제 사용 등이 목표 곤충의 개체 수를 효과적으로 줄이지 못하는 한편 인간과 반려동물의 건강과 생태계에는 장기적인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경고했다”고 말했다.

지방자치단체와 연구자들은 곤충과의 공존을 위한 ‘접점’을 찾아가고 있다. 지난달 30일 성수동 뚝도시장을 따라 개나리색 LED 조명이 빛났다. 동양하루살이가 ‘청색광’에 끌리는 점에 착안해 청색광을 제거한 노란 조명을 설치했다. 실제 하루살이는 주변 가로등이나 흰색 조명 간판에는 달려들었지만 시장을 따라 걸린 노란 조명 근처에는 머물지 않았다.

김동건 교수 연구팀은 지난 4월 하루살이를 포집하기 위한 조명을 한강 한 가운데 띄웠다. 성수동 인근에 3대, 경기 남양주에 10대 등 총 13대가 설치됐다. 김 교수는 강에서 발생한 동양하루살이가 조명 근처에 머물게 해 시가지로 날아가는 현상을 줄이는 한편, 하루살이가 강에 머무는 동안 물고기나 새 등 천적이 하루살이를 잡아먹어 개체 수를 줄이는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이 역시 인위적인 개입이라는 지적이 일부 있지만, 화학적 방제보다 친환경적이면서 개체군도 효과적으로 줄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는 평가가 있다.

서울 성수동 인근 한강에 동양하루살이 포집을 위한 조명이 설치돼 있다. 오경민 기자

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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