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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상민 고려대구로병원 정형외과 교수
러닝, 발목·무릎 아닌 고관절 부상에도 주의해야
무리한 러닝, 대퇴골두 무혈성 괴사 유발할 수도
통증·불편함 지속될 땐 즉각 전문의 진료 받아야
이미지투데이

[서울경제]

러닝은 어느덧 국민 생활스포츠로 자리잡았다. 문화체육관광부와 대한체육회에 따르면 국내 러닝 인구는 2022년 기준 약 883만 명으로 전체 국민의 약 17%에 달한다. 준비 없이 시작하면 건강을 위해 시작한 러닝이 오히려 건강을 해칠 수 있다. 러닝 도중 발목이나 무릎 부상이 발생 위험에 대한 경각심이 높은 데 비해 고관절 부상에 대한 경각심은 낮은 편이다. 고관절 또한 반복된 충격으로 손상되기 쉬운데, 겉으로 드러나는 증상이 적다보니 조용히 무너질 수 있다. 30분 이상 달리다보면 엔돌핀 분비가 증가하면서 일시적인 행복감을 느끼는 '러너스 하이(Runner's High)' 대신 '러너스 다이(Runner's Die)'로 전락할 수 있다는 얘기다.

장거리 러닝을 즐기던 러너가 고관절 점액낭염 진단을 받고 장기간 운동을 중단하는가 하면 무리한 러닝으로 인해 대퇴골두 무혈성 괴사가 진행돼 인공관절 수술까지 받은 사례도 보고되고 있다. 김상민 고려대구로병원 정형외과 교수는 "'운동도 처방이 필요하다'는 말처럼 고관절 건강을 지키기 위한 사전 점검과 올바른 러닝 습관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조언한다. 김 교수의 도움말로 러닝 후 발생할 수 있는 고관절 질환에 대해 살펴보자.



러닝은 누구나 쉽게 시작할 수 있는 운동이다. 그러나 반복적인 충격과 잘못된 자세는 예상보다 관절에 큰 부담을 준다. 일반인들은 대부분 발목이나 무릎 부상에 주목한다. 그러나 신체 중심에서 상체와 하체를 연결하고 체중을 지탱하는 고관절 역시 큰 위험에 노출돼 있다. 러닝 시 고관절에는 체중의 수 배에 달하는 하중이 전해진다. 이 충격이 누적되면 염증, 연골 손상, 골절 등 다양한 질환으로 이어질 수 있다. 특히 골반과 주변 근육의 불균형, 다리 길이 차이, 잘못된 착지 습관은 고관절에 비정상적인 압력을 가해 부상 가능성을 높인다.

문제는 고관절이 '조용한 부상'의 부위라는 점이다. 겉으로 드러나지 않는 깊은 구조에 위치해 있다보니 손상이 발생해도 초기에는 허리나 엉덩이 통증으로 착각하기 쉽고 자각 증상이 늦게 나타나는 경우가 많다. 통증을 방치하면 미세한 염증이 점차 진행되어 연골이 닳고, 심하면 뼈에 괴사가 생기기도 한다. 더욱이 고관절은 한 번 손상되면 회복에 긴 시간이 필요하거나 수술까지 이어질 수 있는 부위다. 러닝 중 이상 징후가 느껴진다면 빠른 진단과 조치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러닝으로 인한 고관절 부상 중 가장 흔한 질환은 고관절 점액낭염이다. 주로 엉덩이 바깥쪽에 위치한 점액낭이 반복적인 마찰과 압박으로 염증을 일으키며, 계단 오르기나 옆으로 누울 때 통증이 심해진다는 특징을 갖는다. 과도한 주행 거리나 갑작스러운 운동량 증가에 따라 뼈에 미세한 금이 가는 질환인 고관절 스트레스 골절도 흔하다. 초기에는 단순 근육통처럼 느껴져 방치하기 쉬운데 적절한 치료 없이 계속 달릴 경우 골절이 진행될 수 있다. 가장 심각한 질환은 고관절에 혈액 공급이 원활하지 않아 뼈가 괴사하는 대퇴골두 무혈성 괴사다. 운동 시 사타구니 깊은 부위에 통증이 나타나고 심한 경우 보행에도 영향을 미쳐 인공관절 치환술이 필요한 경우도 있다.

이러한 고관절 질환을 치료할 때 초기에는 보존적 방법으로 접근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약물치료와 물리치료, 휴식을 병행하면서 염증을 가라앉히고 관절의 부담을 줄인다. 점액낭염이나 스트레스 골절의 경우 조기에 발견하면 비교적 빠른 회복이 가능하다. 통증이 지속되거나 증상이 심해지면 자기공명영상(MRI), 컴퓨터단층촬영(CT) 등 영상검사를 통한 정밀 평가와 함께 스테로이드 주사나 수술적 치료가 필요할 수 있다. 대퇴골두 무혈성 괴사처럼 구조적 손상이 진행된 경우 조기 진단과 적극적인 치료가 예후를 좌우한다. 고관절 통증을 단순한 근육통으로 넘기는 대신 전문의의 진료를 받아야 하는 이유다.

러닝 중 고관절에 통증이 생기면 운동을 계속해도 되는지, 휴식을 취해야 하는지 헷갈릴 때가 많다. 보통 통증의 위치, 강도, 지속 시간에 따라 달라지는데 전문의의 판단을 들어보는 것이 가장 정확하다. 움직일 때 통증이 생기지만 휴식하면 사라지는 경우 가벼운 스트레칭과 운동 강도를 조절하기만 해도 충분히 관리할 수 있다. 하지만 통증이 점차 심해지거나 운동을 하지 않아도 통증이 지속되고 일상생활까지 불편하다면 운동을 중단하고 병원을 찾아 전문의의 상담을 받아야 한다.

고관절은 한번 망가지면 회복이 쉽지 않으므로 무리하지 않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특히 양쪽 고관절 통증이 아니라 한쪽에 국한되어 반복된다면 더 심각한 원인이 있을 가능성이 높다. 조기 진단과 함께 일시적으로 운동을 중단하기만 해도 부상을 막고 운동을 오래 즐길 수 있다.

고관절 부상은 대부분 잘못된 러닝 습관에 기인한다. 무리한 주행 거리, 갑작스러운 강도 증가, 잘못된 자세, 불균형한 근육 상태는 고관절에 지속적인 스트레스를 줄 뿐 아니라 손상의 원인이 될 수 있다. 이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충분한 준비 운동과 스트레칭, 개인 체력에 맞는 운동 강도 조절 등 정교한 운동 계획 및 실행이 중요하다. 러닝 전 고관절 주변 근육을 충분히 이완시키고, 러닝 후 냉찜질과 회복을 위한 스트레칭을 병행하는 것도 도움이 된다.

신발 선택도 중요한 요소다. 충격 흡수가 잘 되는 쿠션화를 사용하고, 노면이 고르지 않거나 경사가 심한 장소는 피하는 것이 좋다. 러닝 중 고관절 통증이 느껴진다면 즉시 운동을 중단하고 경과를 관찰해야 한다. 통증이나 불편함이 지속된다면 고관절 질환의 초기 신호일 수 있다. 단순 근육통으로 여겨 방치하지 말고 정형외과 전문의의 진료를 받는 것이 '러너스 하이'를 지키는 첫걸음이다.

김상민 고려대구로병원 정형외과 교수. 사진 제공=고대구로병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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