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런던의 한 버버리 지점. EPA 연합뉴스
[서울경제]
영국의 명품 기업 버버리가 전 세계적으로 1700명 규모의 인력 감축을 예고한 가운데 신임 최고경영자(CEO)에게는 수십억 원대의 보수를 지급한 사실이 알려져 논란이 됐다.
지난달 30일(현지시간) 영국 가디언 보도에 따르면 지난해 7월 취임한 조슈아 슐먼 버버리 CEO는 재임 9개월 동안 고정 급여 135만 6000파운드(약 25억 원)와 보너스 120만 파운드(약 22억 원)를 포함해 총 260만 파운드(약 48억 원)를 받았다.
여기에는 슐먼이 미국에서 영국으로 이주하며 발생한 비용도 포함됐다. 회사는 그가 새 집을 마련하는 데 사용한 13만 5000파운드(약 2억 5000만 원), 이사 비용 약 12만 파운드(약 2억2000만 원)를 부담했고, 향후 1년간 매달 2만 5000파운드(약 4600만 원)의 주거 수당도 추가로 지급할 예정이다. 현재까지 슐먼은 5개월치 주거 수당을 이미 수령한 것으로 알려졌다.
버버리는 또한 슐먼이 올해 보너스 목표를 달성할 경우 최대 560만 파운드(약 104억 원)를, 런던 증시의 FTSE 100 지수 재진입 시 360만 파운드(약 67억 원)를 추가로 지급할 계획이다.
이외에도 조너선 아케로이드 전임 CEO에게는 퇴직금으로 150만 파운드(약 28억 원)가 지급된 것으로 전해졌다.
이러한 경영진 대상 거액의 보수 지급은 버버리가 발표한 구조조정 계획과 대조적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버버리는 지난해 11월 약 4000만 파운드(약 744억 원)의 경영 비용 감축 방침을 발표했고, 최근에는 2년간 전 세계 직원 약 1700명을 감원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버버리는 지난해 3억 8300만 파운드(약 7129억 원)의 순이익을 기록했으나, 올해에는 6600만 파운드(약 1228억 원)의 적자를 냈다고 공시했다.
영국의 고액 보수 감시단체 ‘하이페이센터’의 앤드류 스피크는 “버버리의 재정적 어려움을 고려하면 비용 절감은 이해할 수 있지만, 동시에 임원에게 막대한 보수를 지급하며 수천 명의 일자리를 줄이는 것은 윤리적으로 의심스럽고 전략적으로도 실수처럼 보인다”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