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6월 29일 일본 오사카에서 열린 G20 정상회의에서 도널드 트럼프(왼쪽)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만나 악수를 하고 있다. 오사카=AP 연합뉴스

미중 간 무역 긴장이 고조되는 가운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전화통화를 했다. 공식적으로 확인된 미중 정상의 접촉은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이후 처음이다.

5일 중국 외교부는 "시 주석이 트럼프 대통령의 '요청'으로 전화 통화를 했다"고 밝혔다. 중국 관영 신화통신도 같은 내용을 보도하면서 트럼프 대통령의 요청으로 성사됐음을 의미하는 '잉웨'(應約)라는 단어로 표현했다. 다만 통화의 구체적인 내용은 아직 공개되지 않았다.

양국은 지난달 '관세 전쟁 90일 휴전'을 골자로 하는 이른바 제네바 합의를 두고 서로 합의를 따르지 않았다고 공방을 벌여왔다. 포문은 중국이 희토류 수출 제한을 풀지 않는다는 이유로 트럼프 대통령이 열었다. 그는 지난달 30일 "중국이 미중 무역 합의를 위반했다"고 주장하며 시 주석과의 대화만이 문제 해결의 돌파구임을 강조했었다. 이에 중국 상무부는 오히려 "미국이 공동성명 합의를 따르지 않고 인공지능(AI) 칩 수출 통제 지침 발표, 중국 칩 설계 소프트웨어(EDA) 판매 중단, 중국 유학생 비자 취소 발표 등 중국에 대한 차별적 제한 조치를 연이어 내어놓았다"고 반박하면서 긴장이 더욱 증폭돼왔다.

양국 정상은 관세 등 무역 협상에 대해 논의한 것으로 보인다. 최근 미중 협상이 교착 상태에 이르자 트럼프 행정부 관계자들은 계속해서 정상 간 통화가 임박했음을 암시해왔다. 미중 무역 협상을 이끄는 스콧 베선트 미 재무장관은 지난 1일 "트럼프 대통령과 시 주석이 통화하면 이게 해결될 것으로 확신한다"고 말했고, 케빈 해싯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NEC) 위원장도 같은 날 "이번 주 미중 정상 간 제네바 합의 관련 대화가 있을 것"이라 언급했다.

이번 전화 통화 이전 확인된 미중 정상 간 마지막 통화는 트럼프 대통령의 2기 취임식 직전인 지난 1월 17일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이후 시 주석이 자신에게 전화를 걸어왔다고 주장했지만, 중국 정부는 이를 전면 부인했었다.

한국일보

베이징= 이혜미 특파원 (herstory@hankook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