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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잠실 롯데월드몰 내 아크테릭스 플래그십 스토어에서 사람들이 물건을 살펴보고 있다. 롯데백화점 제공


요즘 국내 아웃도어 시장은 해외 브랜드가 휩쓸고 있어요. 이재용 패딩으로 알려진 캐나다의 아크테릭스가 대표적이죠. 아크테릭스 국내 수입사인 넬슨스포츠 매출이 2023년 1157억원에서 지난해 1611억원으로 39% 껑충 뛰었습니다.

프랑스 브랜드 살로몬도 인기가 있어요. 이 브랜드의 수입사인 아머스포츠코리아 매출이 같은 기간 67%나 늘었습니다. 지난해 처음 매출 1000억원을 넘겼어요. 블랙야크, K2 같은 국내 토종 브랜드 매출은 계속 줄어드는데요. 이런 브랜드에 잠식당한 결과였어요. MZ세대 입장에선 부모 세대가 입는 브랜드가 ‘힙’하지 않았던 것 같아요. 그래서 더 고급스럽고 차별화된 브랜드를 찾았는데 아크테릭스나 살로몬이 취향을 저격한 것이죠.

그런데 여기서 반전이 있습니다. 아크테릭스와 살로몬은 사실 중국 기업 소유란 겁니다. 중국의 나이키로 불리는 안타스포츠가 2019년에 46억 유로, 약 6조4000억원을 주고 아머스포츠를 인수했거든요. 아머스포츠가 아크테릭스와 살로몬을 거느리고 있고요.
사실 중국이 소유한 해외 유명 브랜드는 이외에도 꽤 많아요. 프랑스 명품 브랜드 랑방, 리조트 브랜드 클럽메드도 그렇습니다. 또 볼보, 폴스타 같은 자동차 브랜드도 중국에 넘어갔죠. 중국은 왜 이런 브랜드를 사들이는 것일까요.

패션·호텔·자동차 등 전방위 M&A
안타스포츠가 인수한 아머스포츠는 한국뿐 아니라 글로벌 시장에서 굉장히 잘나가고 있어요. 주가가 이걸 잘 말해줘요. 작년 2월 뉴욕증시에 상장한 이후 주가가 150% 넘게 올랐어요.

나이키의 주가가 최근 1년 새 30% 넘게 하락한 것을 감안하면 수익률이 굉장히 좋았죠. 아크테릭스와 살로몬, 그리고 윌슨이 아머스포츠의 주력 브랜드인데요. 판매가 너무 잘되고 있어요.
아머스포츠 매출이 지난해 약 51억 달러였는데 이건 전년 대비 18% 증가한 것이었어요. 영업이익은 56% 늘어 4억7000만 달러에 이르렀고요. 특히 중국에서 매출 성장률이 53%에 달했어요.

안타스포츠가 보유한 브랜드는 이뿐만이 아니에요. 최근엔 독일 아웃도어 브랜드 잭 울프스킨을 2억9000만 달러, 약 4000억원에 인수했어요. 또 2023년에는 안타스포츠의 창업자 딩스중 회장 주도로 이탈리아의 프리미엄 침구 브랜드 프레떼를 손에 넣었고요. 한국의 휠라와 코오롱스포츠, 일본의 데상트 같은 브랜드의 중국 내 판권을 보유하고 있기도 합니다.

중국의 푸싱그룹이란 곳은 프랑스 명품 브랜드 랑방을 2018년에 인수해서 잘 키우고 있어요. 랑방은 한국에선 여성 향수로 특히 유명하죠. 또 옷도 많이 팔리는데 한국에선 한섬이 수입해서 유통하고 있어요. 현대백화점, 롯데백화점 같은 백화점이나 아울렛에 입점해 있습니다.

푸싱은 랑방뿐 아니라 프랑스의 호화 리조트 브랜드 클럽메드도 보유하고 있는데요. 클럽메드는 ‘올 인클루시브 리조트’란 콘셉트로 특히 가족 여행자들에게 인기가 있어요. 리조트 안에서 숙박, 식사, 액티비티 같은 것을 한꺼번에 할 수 있도록 상품을 판매하고 있어요. 태국 푸껫이나 인도네시아 발리, 빈탄 같은 곳에 클럽메드가 있는데 한국인들도 많이 방문하고 있어요.

호텔, 리조트 업계에서 중국 기업이 인수한 가장 큰 곳은 미국 뉴욕 맨해튼에 있는 월도프 아스토리아였어요. 월도프 아스토리아는 호텔 좋아하시는 분이라면 꼭 한 번 가보고 싶은 곳이죠. 힐튼호텔 그룹 내에서 최상위 럭셔리 브랜드가 월도프 아스토리아인데요. 뉴욕은 그중에서도 가장 상징적인 곳으로 꼽혀요. 럭셔리 호텔의 원형, 기준 같은 곳입니다. 그런데 이런 호텔을 인수한 게 중국의 안방보험이었어요.

참고로 롯데가 인근에 있는 뉴욕팰리스란 이름의 호텔을 인수해서 화제가 된 적도 있어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과거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을 만나서 “전통 있는 건물이니 잘 보존해달라”고 당부했을 정도였어요. 그런데 월도프 아스토리아는 뉴욕팰리스보다 더 상위 호텔로 분류됩니다.

중국 기업의 해외 브랜드 인수는 제조 분야에서 먼저 나타났어요. 지리자동차가 스웨덴의 볼보와 폴스타, 영국의 로터스 등의 브랜드를 인수한 게 대표적이죠. 한국에서도 볼보와 폴스타는 프리미엄 브랜드로 인식되고 있습니다. 신세계백화점이 VIP 회원 전용 쇼핑 플랫폼 ‘더 쇼케이스’란 것을 작년 말에 열었는데요. 여기서 처음 판매한 상품이 바로 폴스타 전기차였어요.

가전 업계에선 중국의 하이얼이 2016년에 미국의 제너럴일렉트릭(GE)을 인수한 게 가장 컸네요. GE는 전구를 발명한 토머스 에디슨의 에디슨 제너럴일렉트릭이 모태인 기업이죠. 한국에선 많이 안 팔리지만 북미에선 월풀과 함께 양대 가전으로 꼽히고 있어요. 작년 1분기 기준으로 삼성, LG에 이어 미국 내 가전제품 시장점유율 3위를 기록했어요.


큰 내수시장·브랜드 선호 등 영향
중국이 이처럼 역사 있고 유명한 브랜드를 사들이는 가장 큰 이유는 무엇보다 엄청나게 큰 내수시장이 있기 때문이죠. 특히 명품 브랜드 소비는 엄청납니다. 세계 명품 소비의 40%가량이 중국에서 발생하고 있거든요. 단일 시장 중에선 가장 크죠. 중국 사람들이 브랜드를 엄청 좋아한다는 얘깁니다.

중국인은 체면을 중시하는데요. 명품 브랜드를 통해 자신의 사회적 지위와 부를 과시하는 성향이 다른 어느 나라보다 크죠. 이건 기성세대뿐 아니라 젊은 세대도 비슷해요. 1980년에서 1995년 사이에 태어난 밀레니얼 세대가 명품 소비 시장을 주도하고 있거든요. 브랜드에 대한 선호도가 이렇게 높은데 자국 브랜드만으로 충족이 안 되니 해외 브랜드 인수에 나선 겁니다.

예컨대 안타스포츠의 경우 자국 내에서 매출로 이미 나이키를 넘어설 정도로 엄청나게 성장했는데요. 중국 브랜드란 한계 탓에 더 크게 성장하진 못하고 있어요. 지난해 매출 성장률이 13% 수준까지 떨어졌어요. 코로나 사태 이전인 2019년 40% 넘었던 게 이렇게 낮아진 겁니다. 안타스포츠는 엄청나게 다양한 브랜드 포트폴리오를 구축해서 중저가 가성비부터 프리미엄 시장까지 공략하고 있어요.

브랜드 파워를 단숨에 따라잡기 힘든 것도 있어요. 중국은 제조에서 시작해서 라이선스 브랜드 사업으로 확장했고, 지금은 자체 브랜드 육성과 해외 브랜드 인수에 나서고 있어요. 특히 해외 브랜드 중에서도 유럽을 타깃으로 하고 있어요. 유럽은 흔히 헤리티지라고 하는 유서 깊은 브랜드가 많이 있고, 또 매물로 나오는 브랜드도 많거든요.

예컨대 100년 넘는 역사를 가진 프랑스의 스킨케어 브랜드 빠이요를 중국의 유쇼팔이란 회사가 최근 인수하는 일이 있었어요. 빠이요는 세계 70개국에서 팔리는 글로벌 브랜드인데요. 한국에서도 인기가 있습니다.

화장품 시장에선 브랜드가 특히 중요하죠. 프랑스 브랜드가 아니라 중국 브랜드를 붙이고 있다면 한국에서 과연 팔릴지 의문이에요. 신세계도 폴스타가 아니라 지리자동차였다면 VIP몰에서 팔기 어려웠겠죠.

중국 정부의 적극적인 해외 투자 정책도 한몫했어요. 중국 정부는 2000년부터 ‘고잉 아웃(Going out)’이란 전략을 쓰고 있어요. 원래 해외 에너지와 자원 확보 목적이었는데요. 브랜드 강화 목적으로 확장했죠. 국부펀드를 통해 해외 기업을 인수할 때 자금 지원을 해주거나 세금을 감면하는 등의 혜택을 줘요. 이 정책의 대표적인 사례가 2005년 중국 레노버의 IBM PC사업부 인수였어요. 애플의 맥북이 있기 이전에 미국에서 가장 인기 있었던 노트북이 바로 IBM의 씽크패드였는데요. 키보드 가운데 있는 빨간색 콩 같은 게 상징적인 노트북이죠. 레노버는 중국 정부의 막대한 지원을 등에 업고 M&A에 나섰어요. 지금은 중국 브랜드인데도 가격대가 꽤 높은 프리미엄 제품으로 분류되고 있어요.

한국은 중국에 비해 브랜드 인수에는 소극적인 편이죠. 직접 브랜드를 하거나 라이선스 형태로 가져다 쓰는 게 대부분입니다. 중국인 못지않게, 혹은 그 이상으로 브랜드를 중시하는데도요.

작년 말 영국의 명품 브랜드 버버리가 매물로 나왔다는 보도가 나왔을 때 한국 기업의 인수 가능성을 떠올렸어요. 당시 버버리의 기업가치가 43억 달러, 약 6조원이었는데요. 전체 지분의 3분의 1을 인수한다고 가정하면 2조원이면 살 수 있었거든요. 신세계가 과거 G마켓을 인수할 때 투자한 3조4000억원이면 사고도 남았어요.
버버리는 이 보도를 부인했고 매각은 성사되지 않았어요. 하지만 유럽의 많은 명품 브랜드가 어려움을 겪고 있고 잠재적 매물인 것은 맞아요. 조만간 한국 기업의 인수 소식도 기대해 봅니다.

한경비즈니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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