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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출생주의(Anti-Natalism). 말 그대로 '존재'하는 것은 항상 악이다, 그래서 태어나지 않는 게 낫다, 출생은 자제해야 한다는 주장입니다.

미국에선 최근 실제로 허무주의에 빠진 반출생주의자들의 끔찍한 테러 시도가 있었습니다. 그것도, 생명 잉태를 목적으로 하는 난임클리닉을 표적 삼아 극단적 이념을 분출한 사례여서 충격이 컸는데요. 테러에 폭발물을 제공한 공범이 한국계 30대 남성으로 드러났습니다.




AI챗봇으로 폭발물 제조 검색‥폴란드로 도주했다 2주 만에 검거


대니얼 종연 박(Daniel Jongyon Park·32). 미국 검찰이 지난달 캘리포니아주에서 발생한 난임클리닉 테러 공범으로 체포했다며 공개한 인물입니다. 워싱턴주 시애틀 인근에 산다고 하는데, 이름을 보면 한국계 미국인으로 추정됩니다.

테러범 가이 에드워드 바트커스(25)에게 올해 1월 폭발물 원료인 질산암모늄 약 82kg을 보내고, 사건 며칠 전에도 약 41kg을 보낸 혐의를 받습니다. 이미 2022년부터 폭발물 재료를 꾸준히 사왔다고 합니다.

바트커스 집에서 보름 정도 숙식하며 폭발물 실험을 하는가하면, 인공지능 챗봇으로 폭발 관련 검색도 빼놓지 않았다고 합니다. 수사당국이 박 씨 집을 수색해보니 1995년 1백68명의 목숨을 앗아간 오클라호마시티 폭탄 테러 때 사용된 것과 유사한 폭발물 제조법 문서가 발견되기도 했습니다.

범행 나흘 뒤 유럽으로 도주한 박 씨는 결국 지난달 30일 폴란드에서 붙잡혀 현지시간 3일 밤 뉴욕공항을 통해 송환됐습니다.




난임클리닉 향해 돌진‥반경 3km까지 진동 느낄 정도로 강력


현지시간 지난달 17일 오전, 캘리포니아주 팜스프링스의 난임클리닉에서 폭발과 함께 굉음이 울렸습니다. 테러범 바트커스는 박 씨가 제공한 폭발물을 실은 자신의 차량을 몰고 건물 한가운데로 돌진했습니다.

폭발은 강력했습니다. 반경 3km까지 진동이 전해질 정도였고, 몇 블록 떨어진 상점 유리까지 깨지는 바람에 4명이 다쳤습니다. 바트커스도 현장에서 숨졌습니다. 다행히 주말이어서 의료진이나 이용자들의 피해는 없었고, 배아 보관 시설 등도 무사했다고 합니다.




반출생주의 온라인 모임에서 만나‥'생명 멸종 버튼 있으면 누를 것'


'이 세상에는 더는 사람이 많아져서는 안 된다.' 즉각 테러로 규정짓고 조사에 착수한 수사당국이 온라인에서 찾은 바트커스가 남긴 글입니다. 또 자신은 반생명(anti-life)주의자인데, 시험관 인공수정은 생명존중(pro-life) 이데올로기의 전형이라고 적은 메모도 발견됐는데요. 체외수정과 임신 가능 검사를 포함해 임신을 '돕는' 난임클리닉은 "도덕적으로 잘못됐다"는 확신을 하고, 의도적으로 대상으로 삼았다는 증거로 볼 수 있죠.

박 씨가 이런 바트커스를 처음 만난 곳도 미국 최대 커뮤니티 레딧의 반출생주의 모임이었다고 합니다. 당국은 여기에서 두 사람이 인간은 존재해선 안 된다는 공통된 신념(?)을 공유하며 유대감을 형성했다고 보고 있습니다.

박 씨의 이런 극단적 성향은 꽤 오랜 시간 걸쳐 형성된 것으로 보입니다. 가족들은 고등학교 시절 반출생주의는 물론 죽음을 지지하는 성향까지 있었다고 증언했고요. 9년 전쯤엔 반출생주의 동조자를 구하는 글을 소셜미디어에 남겼다고 합니다. 범행 한 달 전 소셜미디어엔 '지구 생명의 멸종을 가속할 버튼이 있다면 누를 것이냐'는 질문에 '그렇다'고 답했습니다.

앨라배마대의 한 범죄학 교수는 극단적 반출생주의자들에 대해 "사회가 자신들과 비슷한 방식으로 고통받고 있다고 진단하는 경향이 있다"며 "근본적으로 모두가 파멸할 운명이고 모든 게 희망이 없다고 본다"고 분석했습니다.




반출생주의란?‥낙태권·생식권 논란 속 파문 확산


반출생주의가 생소한 개념이긴 하지만 족보(?)가 전혀 없는 건 아닙니다. 독일의 염세주의 철학자 쇼펜하우어도 '삶은 비존재의 축복받은 고요를 방해하는, 이로울 것이 없는 사건으로 여길 수 있다'며 고민했다고 합니다.

이들의 논리는 이렇습니다.

가정 1) 삶이 고통스럽다면?
→애초에 태어나지 않는 게 좋다. 고통스러운 삶인데도 아이를 낳아 불행하게 한다면 비도덕적이다.

가정 2) 삶이 즐겁다면?
→그래도 굳이 아이를 낳지 않아도 행복을 느낄 주체가 없어서, 적어도 해롭진 않다.

가뜩이나 낙태권, 생식권 등을 놓고 진영 간 양극화가 심해지는 미국에서 발생한 사건이라 이들의 구체적인 범행동기에 관심이 쏠리고 있습니다. 지난해 시험관 아기를 위해 만들어진 냉동 배아를 '태아'로 인정하는 앨라배마주 판결은 대선 변수로 부상했었죠.

물론 이들의 테러 행위는 철학과 요설로는 포장될 수 없는 행태인만큼 반론이 있긴 어려울 겁니다. 박 씨는 유죄가 확정되면 최대 징역 15년형을 받을 수 있습니다.

M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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