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계은퇴 의사 밝힌 홍준표 전 대구시장. 연합뉴스
홍준표 전 대구시장이 국민의힘을 겨냥해 “이념도 없고, 보수를 참칭한 사이비 레밍 집단이고 사익만 추구하는 이익 집단에 불과하다”고 비판했다.
홍 전 시장은 5일 페이스북에 “그 당은 이제 회생하기 어려울 정도로 뼛속 깊이 병이 들었다”며 이같이 말했다. 레밍(lemming)은 스칸디나비아반도에 서식하는 쥣과의 포유류다. 집단 이동을 할 때 모든 레밍은 맹목적으로 맨 앞의 레밍을 따라가는 습성이 있다.
홍 전 시장은 “2017년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당시 당 지지율이 4%로 폭락하고, 보수 언론에서도 당 해체를 주장하던 혼란 속에서 인명진 비대위원장의 권유로 경남지사를 그만두고 대선에 출마했다”고 밝혔다.
그는 “패배가 명확한 탄핵 대선에서 아무도 도와주지 않았고, 대선자금도 문재인·안철수 후보보다 100억원이나 적게 쓰고도 24% 득표로 당의 명맥을 이었다”고 회고했다.
이어 “그렇게 살린 당에서 21대 총선에서는 공천도 받지 못하고, 서울보다 더 어려운 대구 무소속으로 출마해 당선됐으나 1년 넘게 복당도 허락받지 못했다”며 당내에서의 홀대와 소외를 지적했다. 그는 “뒤늦게 복당했지만, 이미 당은 보수를 궤멸시킨 윤석열이 둥지를 틀어 숨 쉴 틈이 없었다”고 비판했다.
홍 전 시장은 2021년 대선 경선 과정도 문제 삼았다. 그는 “대선 지지율 4%로 시작해 두 달 반 만에 윤석열을 국민 지지율에서 10%p 넘게 앞섰지만, 당내 기득권과 신천지 등이 동원된 당원 투표에서 참패하는 사기 경선으로 후보 자리를 내줬다”며 “정치검사 출신과의 합작으로 또 한 번 사기 경선이 이뤄졌고, 믿었던 국회의원들과 당협위원장들도 모두 공범이 됐다”고 주장했다.
그는 “진심이 통하지 않는 그 당에 남아 내가 더는 할 일이 없다고 봤다”며 “이제는 당을 떠날 때가 됐다”고 밝혔다.
홍 전 시장은 “나를 탓하지 말고, 그나마 남아 있는 보수 회생의 불씨인 이준석도 탓하지 마라. 그것은 모두 니들의 자업자득”이라며 “곧 다가올 빙하기(ICE AGE)는 혹독한 시간이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한편 탈당과 함께 정치판을 떠나겠다고 선언한 홍 전 시장은 지난 5월 10일 하와이 코나로 떠나면서 ‘청년의 꿈’ 1번 코너인 ‘청문홍답’을 폐쇄했다. 그러다 지난 4일 ‘청문홍답’ 코너를 다시 열면서 홍 전 시장이 곧 귀국해 또 다른 형태의 정치를 모색하지 않겠느냐는 해석을 낳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