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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대 대선부터 출구조사 도입…당선 모두 맞혀
역대 대선 출구조사 정확도 높아…제21대는 예외
사전투표·본투표 간 표심 차이 등 출구조사 개선 필요


제21대 대선 출구조사
(서울=연합뉴스) 신현우 기자 = 제21대 대통령 선거일인 3일 서울 서초구 서초고등학교에 마련된 서초3동 제4투표소 앞에서 출구 조사원이 출구조사를 하고 있다. 2025.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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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심재훈 기자 = 대통령 선거일에 투표가 끝나면 모두의 관심은 출구조사 결과에 쏠린다.

대선 출구조사 결과를 보면 사실상 누가 대통령에 당선될지를 가늠해 볼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재명 후보가 당선된 제21대 대선의 경우 출구조사 결과와 실제 득표율의 격차를 놓고 온라인 커뮤니티와 관련 뉴스 댓글에는 "1, 2위 후보에 대한 출구조사 정확도가 떨어진 거 같다", "후보 간에 초박빙 경쟁이었다면 출구조사가 맞출 수 있었을까" 등 의문을 제기하는 반응이 적지 않았다.

역대 대선에서 출구조사를 해왔다는 것은 그만큼 결과가 믿을 만했다고 볼 수 있는데 과연 대선 출구조사의 정확도와 신뢰도는 얼마나 높은 것일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우리나라의 대선 출구조사는 초기 시행착오를 겪었음에도 변화하는 선거 환경과 유권자 행동 양식에 맞춰 끊임없이 진화하며 예측력을 높여왔다.

제21대 대선의 경우 출구조사와 실제 득표율 격차가 4% 포인트(p) 이상 벌어지기는 했지만, 역대 대선을 분석해보면 출구조사가 비교적 높은 수준의 정확성을 갖고 있고 신뢰할 수 있는 선거 예측 도구임에는 분명해 보인다.

하지만 출구조사는 보다 정확한 예측을 위해 사전투표와 본투표 간 표심 차이, 사전투표 보정 한계 등은 앞으로 해결해야 할 숙제로 지적된다.

제16대 대선부터 출구조사 도입…당선 모두 맞혀
우리나라에서 출구조사라고 하면 일반적으로 유권자들이 투표를 마치고 나올 때 투표 내용을 물어보는 여론조사 기법을 의미한다.

출구조사는 1990년대 후반에 우리나라에 도입됐으며 방송사에 의한 첫 출구조사는 1999년에 일부 선거에서 시범적으로 실시됐다. 대통령 선거에서는 2002년 제16대 대선이 최초였다.

제16대 대선 당시 KBS·MBC·SBS 등 지상파 3사는 각사별로 출구조사를 진행해 투표 종료 직후 당선 예측을 했고, 초접전이었던 당시 대선에서 출구조사는 실제 개표 결과와 거의 일치하는 정확도를 보여줬다.

출구조사는 2007년 제17대 대선까지 지상파 3사가 개별 또는 2개 사 연합 형태로 했다. 2012년 제18대 대선부터는 지상파 3사가 공동으로 출구조사를 해오고 있다.

우리나라에 출구조사가 도입된 이유는 대선 개표 완료 전에 유권자들의 선택 흐름을 파악하고자 하는 데 있다. 아울러 선거 당일에 누구보다 빨리 당선자를 예측하려는 언론 매체의 경쟁으로 활성화됐다. 2002년 이후 역대 대선에서 출구조사는 한 번도 당선자 예측이 틀린 적이 없을 만큼 높은 적중률을 보여줬다.

출구조사 지켜보는 시민들
(서울=연합뉴스) 김현태 기자 = 제17대 대통령 선거일인 19일 오후 서울 지하철 3호선에서 시민들이 한나라당 이명박 대선후보가 1위로 나온 출구조사 결과 뉴스를 보고 있다. 2007.12.19 [email protected]


우리나라 대선 출구조사는 지상파 3사 공동 예측조사위원회를 통해 통합적으로 시행된다. 이 위원회는 전문 조사기관을 선정해 출구조사를 수행한다. 조사 방식은 전국 투표소 중 일부를 확률 표집을 하는 것으로 대선의 경우 전국 단위로 약 300개 투표소를 선정한다. 제20대 대선 때는 전국 325개 투표소에서 10만여명의 투표자를 대상으로 현장 출구조사를 했다.

대선 출구조사는 당일 투표자 조사와 사전투표 반영 기법이 쓰이고 있다.

전통적인 방식인 당일 투표자 조사는 투표를 마치고 나오는 유권자와 대면해 어느 후보에게 투표했는지 질문하는 방식이다. 공직선거법에 따라 투표소로부터 50m 떨어진 지점에서 조사가 이뤄지며 일반적으로 5명마다 1명씩 조사하는 등 체계적인 표본 추출 방식을 사용한다. 이때 투표소별 유권자 수를 바탕으로 한 확률비례추출법(PPS)을 사용하는 것이 추정의 정확성을 높이는 데 효과적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사전투표율이 늘고 사전투표자와 당일 투표자 간에 표심 경향이 다르게 나타나는 현상에 대응하기 위해 사전투표 반영 기법도 도입됐다.

제20대 대선에서는 이러한 변화를 반영해 사전투표 기간 직후에 사전투표자를 대상으로 별도의 전화 여론조사를 진행했다. 전국 1만여명을 조사해 이 중 사전투표에 참여한 5천여명의 응답을 분석했으며,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서 제공하는 실제 사전투표자의 연령 및 성별 비율을 보정해 예측의 정확도를 높였다.

이처럼 제20대 대선부터는 '사전투표 전화조사 + 당일 투표 조사'를 통해 출구조사의 정확도를 높이려는 다양한 시도가 이뤄지고 있다.

출구조사는 선거 당일만 가능…사전투표는 안돼
출구조사는 선거 당일 유권자 표심을 미리 알려준다는 점에서 선거 여론조사 공표 금지 등 법률 조항의 예외로 취급된다.

공직선거법 제167조에서 "투표의 비밀이 침해되지 않는 방법으로 출구조사를 할 수 있으며, 그 결과는 투표 마감 직후에 공표하도록 한다"고 규정해 출구조사의 합법성을 인정하고 있다.

출구조사는 선거 당일에 유권자의 투표 비밀이 침해되지 않는 방법으로 질문해야 한다. 조사 결과는 투표 마감 시간 직후에만 공표할 수 있으며, 투표 마감 시각 이전에 결과를 공표하는 것은 엄격히 금지된다.

<2012대선> '지금은 출구조사 중'
(서울=연합뉴스) 한종찬 기자 = 18대 대통령선거일인 19일 서울 잠실본동 주민센터에 마련된 투표소 앞에서 출구 조사원들이 투표를 마치고 나오는 시민에게 출구조사를 하고 있다. 2012.12.19 [email protected]


이를 위반할 경우 공직선거법 제241조에 따라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6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할 수 있다.

투표소로부터의 거리 제한 규정은 출구조사 도입 이후 계속 완화돼왔다.

1995년 공직선거법 개정 초기에는 대통령 선거를 제외한 선거에서 투표소 500m 밖에서만 출구조사가 허용됐지만 2000년 2월 개정으로 모든 선거에서 300m 밖으로 완화됐다. 이후 2004년 3월에는 100m, 2012년 2월에는 50m 밖으로 출구조사가 더 완화됐다.

다만, 사전투표 기간에는 아예 출구조사를 할 수 없다.

이는 법적으로 사전투표소에서는 어떠한 형태의 출구조사도 금지돼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사전투표 표심은 전화 여론조사 방식으로만 추정이 가능하며, 이를 병행하는 것도 법 규정을 준수하는 범위에서 이뤄진다.

역대 대선 출구조사 정확도 높아…제21대는 예외
제21대 대선만 제외하면 역대 대선에서 출구조사는 매우 높은 예측력을 보였다.

2002년 제16대 대선에서 노무현 후보의 출구조사 득표율(49.10%)과 실제 득표율(48.91%)의 차이는 0.19% 포인트로 매우 정확했다. 이는 출구조사 도입 초기임에도 상당한 예측력을 보여줬다.

2007년 제17대 대선에서는 이명박 후보의 출구조사 득표율(50.30%)과 실제 득표율(48.67%)의 차이는 1.63% 포인트로 비교적 큰 오차를 보였다. 출구조사가 당선인은 맞혔지만 득표율을 높게 추정한 것이다.

원인은 투표 종료 직전의 표심 변화와 특정 지지층의 무응답 등이 지목됐다. 이 오차는 ±1.6% 포인트 정도로 오차 범위 내였고 방송사들은 "과반 예측은 빗나갔지만 큰 차이는 아니다"라고 자평했다.

2012년 제18대 대선에서 박근혜 후보의 출구조사 득표율(50.10%)은 실제 득표율(51.55%)보다 1.45% 포인트 낮게 예측됐다. 당시 등 일부 매체의 예측에서는 오차 범위 내에서 문재인 후보가 우세한 것으로 나오기도 했으나, 실제 개표 결과는 박근혜 후보가 당선되면서 해당 매체들이 사과하는 상황이 발생했다.

이는 초박빙 선거에서 출구조사 오차 범위 내의 작은 차이가 실제 결과와 큰 차이를 만들 수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로 출구조사의 한계를 드러냈다.

19대 대선 출구조사 결과는?
(서울=연합뉴스) 진성철 기자 = 제19대 대통령선거 투표가 끝난 9일 20시께 각 방송사가 일제히 출구조사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2017.5.9 [email protected]


2017년 제19대 대선에서는 문재인 후보의 출구조사 득표율(41.40%)과 실제 득표율(41.08%)의 차이는 0.32% 포인트에 불과해 18대 대선에 비해 정확도가 크게 향상된 모습을 보였다.

2022년 제20대 대선은 1, 2위 후보 간 격차가 출구 조사는 0.6% 포인트, 실제 득표율은 0.73% 포인트에 불과했던 역대급 초박빙 승부였다. 그럼에도 출구조사는 1위 당선자인 윤석열 후보의 실제 득표율과 0.16% 포인트, 이재명 후보와 0.03% 포인트 차이에 불과한 정도로 정확도를 보였다.

이는 사전투표자 전화조사 도입을 통해 '숨은 보수' 또는 '숨은 진보' 등 숨겨진 표심을 효과적으로 반영하고, 사전투표와 당일 투표의 다른 표심을 보정한 결과로 평가됐다. 과거 출구조사에서 예측을 어렵게 했던 '숨은 표심' 문제를 극복한 중요한 사례며, 예측 실패를 통해 학습하고 방법론을 진화시킨 대표적인 경우였다.

하지만 지난 3일 치러진 제21대 대선에서는 이재명 후보와 김문수 후보 간의 출구조사와 실제 득표율 격차가 4% 포인트 이상 벌어지면서 사전투표와 본투표 간 표심 차이, 사전투표 보정 한계 등이 다시 지적됐다.

출구 조사에서는 이재명 후보가 김문수 후보를 12.4% 포인트 차이로 앞설 것으로 예측됐으나 실제 득표율은 이재명 후보가 김문수 후보를 8.2% 포인트 차이로 앞섰다.

이번 대선에서는 사전투표 비율이 30%를 넘어 출구조사 보정에 한계가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출구조사는 본투표장에서 현장 면접조사와 사전투표자 전화조사를 합산해 예측치 산출했지만 본투표와 사전투표에서 후보별 득표율 차이가 커서 제대로 반영되지 못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미국 등 주요국도 선거 예측에 출구조사 활용
출구조사는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미국 등 민주주의 국가에서 선거 예측의 중요한 도구로 활용되고 있다.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출구조사는 매우 일반적이며 주요 언론사들이 공동으로 구성한 '국가 선거 풀(NEP)' 등을 통해 실시된다.

미국의 출구조사는 전국 50개 주 전체가 아닌 당락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주요 경합 주를 중심으로 진행된다. 이는 미국이 대부분의 주에서 승자독식제를 채택하고 있어, 전체 득표율에서 앞서고도 최종적으로 질 수 있는 선거인단 제도의 특성을 반영한 것이다. 따라서 출구조사는 주별 선거인단 확보 현황 예측에 중점을 둔다.

영국은 의원내각제 국가로 총선에서 출구조사가 광범위하게 실시된다. BBC 등 주요 방송사들이 공동으로 출구조사를 수행한다.

영국의 출구조사는 선정된 투표소에서 투표를 마친 유권자들에게 모의 투표용지를 작성하도록 요청해 투표 의사를 확인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수집된 데이터는 분석팀에서 모델링해 각 정당의 예상 의석수를 예측한다. 투표 마감 직후에 결과가 발표되며 이는 최종 개표 결과가 나오기 전까지 하원 650석 중 과반을 확보하는 정당을 예측하는 주요 지표가 된다. 영국 출구조사의 목표는 총리직을 차지할 수 있는 다수당의 의석수를 예측하는 데 맞춰져 있다.

2012년 미국 대선 유권자 출구조사
(EPA=연합뉴스)


일본 역시 의원내각제 국가로, 중의원 선거에서 출구조사가 일반적으로 이뤄진다. NHK를 비롯한 주요 언론사들이 출구조사를 하며 영국과 유사하게 투표 마감 직후에 예상 의석수 등을 발표한다. 일본의 출구조사 역시 예측의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있었다. 2021년 중의원 선거 당시 NHK 출구조사는 자민당 의석수의 대폭 감소 및 민주당 약진을 예측했으나 실제 결과는 달랐다.

외국의 사례들을 볼 때 우리나라를 비롯한 각국은 선거 제도에 따라 출구조사의 목표와 방법론이 맞춤화돼있음을 알 수 있다.

미국의 경우 선거인단 제도에 맞춰 경합 주 중심의 예측에 집중하고, 영국과 일본은 의원내각제하에서 의석수 예측에 주력한다.

이러한 차이는 출구조사의 정교함이 단순히 데이터 수집 능력뿐만 아니라 해당 국가의 정치 시스템과 유권자 행동 양식에 대한 깊은 이해를 바탕으로 방법론을 설계하는 데 있음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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