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병대 채모 상병 순진 사건 수사과정에서 제기된 이른바 ‘VIP의 격노설’에서 대통령실 내선 번호로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에게 전화를 건 사람은 윤석열 전 대통령으로 4일 확인됐다. VIP 격노설은 윤 전 대통령이 임성근 전 해병대1사단장 등 8명의 혐의를 적시해 사건을 경찰에 넘긴다는 보고를 받고 격노해 사실상 수사에 외압을 행사했다는 의혹이다. 윤 전 대통령이 발신자라는 것이 확인되면서 관련 수사의 속도도 빨라질 것으로 전망된다.
윤석열 전 대통령이 지난달 26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내란 우두머리 혐의ㆍ직권남용 권리행사 방해 혐의 사건 5차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경향신문 취재 결과, 채 상병 순직사건 수사 외압 의혹을 수사 중인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는 ‘VIP 격노설’ 당일인 2023년 7월31일 ‘02-800-7070’으로 이 전 장관에게 전화를 건 발신자가 윤 전 대통령이라는 사실을 확인됐다. 공수처 수사3부(부장 이대환)는 앞서 지난달 7~8일 용산 대통령실과 국가안보실을 압수수색했고, 대통령실의 협조를 받아 ‘02-800-7070’ 통신 서버 기록을 확보했다. 이후 서버 기록 등을 통해 발신자를 확인했다.
대통령실은 해당 번호를 부속실 등 여러 공간에서 공유한 것으로 전해졌다. 윤 전 대통령이 해당 내선 번호를 이용해 이 전 장관에게 전화를 걸어 168초 동안 통화했다. 윤 전 대통령은 격노설 이후인 2023년 8월2일에도 총 4차례 이 전 장관에게 휴대전화로 직접 전화를 걸었다. 공수처는 이 전 장관이 윤 전 대통령의 전화를 받고 채 상병 순직 사건의 경찰 이첩을 보류하라는 지시를 내린 것으로 보고 있다.
앞서 KT는 지난해 7월 국회에 “02-800-7070 고객명은 ‘대통령 경호처’”라고 답변했다. 하지만 실제로 이 번호를 누가 사용하는 지는 그간 특정되지 않았다.
공수처는 윤 전 대통령이 외압을 행사했다는 의혹 외에도 임 전 사단장이 김건희 여사 도이치모터스 주가 조작 의혹과 관련된 이종호 전 블랙펄인베스트 대표 등을 통해 구명 로비를 했다는 의혹도 함께 수사 중이다.
경향신문
박순봉 기자 [email protected]
정대연 기자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