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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1대 대통령 당선이 확실시 되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4일 서울 여의도 국회 정문 앞에 마련된 개표방송 야외무대에서 인사를 하고 있다. 박민규 선임기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제21대 대한민국 대통령에 당선됐습니다. 12·3 불법계엄과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으로 치른 이번 대선에서, 유권자들은 이재명 당선인이 강조한 ‘내란 종식’에 힘을 실었습니다. 이 당선인이 “경제에 이념과 사상이 무슨 필요가 있나”라며 ‘경제 성장’과 ‘실용주의’를 들고 나온 점도 유권자들에게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보여요. 이 당선인은 당선이 확실시된 뒤 열린 서울 여의도 답례연설에서 “국민들이 맡긴 사명을 한 순간도 잊지 않고, 한 치의 어긋남도 없이 확실히 이행하겠다”고 했습니다.

탄핵 이후 두 달 동안의 대선은 시민들에게도 긴 여정이었습니다. 점선면은 탄핵부터 지금까지, 이번 대선에서 눈길을 끌었던 10가지 ‘결정적 장면’을 꼽았습니다. 함께 돌아볼까요?

#1. 2025년 4월4일 윤석열 파면

“드디어 탄핵” 헌법재판소가 재판관 전원일치 의견으로 윤석열 전 대통령 파면 결정을 내린 지난 4월4일 서울 종로구 헌재 인근에서 열린 파면 촉구 집회에 참석한 시민들이 자리에서 일어나 환호하고 있다. 서성일 선임기자


지난 4월4일 오전 11시22분, 윤석열 전 대통령이 대통령직에서 파면됐습니다. 문형배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은 이날 열린 ‘2024헌나8 대통령 윤석열 탄핵사건’ 선고기일에서 “재판관 전원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을 선고한다”며 “주문, 피청구인 대통령 윤석열을 파면한다”고 선고했어요. 대통령 임기 개시 2년11개월, 12·3 비상계엄 선포 122일, 국회 탄핵소추안이 가결된 지 111일 만에 단죄가 이뤄졌습니다. 한겨울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 탄핵, 체포, 구속, 석방 등 과정을 지켜보며 거리에서 민주주의를 외친 시민들, 윤 전 대통령의 탄핵이 인용되자 거리에서 오랜만에 환호성을 질렀습니다.

#2. ‘탄반파’ 김문수를 대선 후보로

김문수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지난달 3일 경기 일산 킨텍스에서 열린 제5차 전당대회에서 최종 후보로 확정된 뒤 기뻐하고 있다. 박민규 선임기자


지난달 3일 열린 국민의힘 대선 최종경선, 김문수 후보가 대통령 후보로 확정됐습니다. 1차 경선에서 김문수, 안철수, 한동훈, 홍준표 등 상위 4명이 추려졌고, 2차 경선에서는 김 후보와 한 후보가 결선에 진출했는데요. 윤 전 대통령 탄핵에 반대한 후보(김문수)와 찬성한 후보(한동훈)의 대결이어서 관심이 집중됐습니다. 결국 김 후보가 과반 득표율(56.53%)로 승리했습니다. 윤석열 정부 고용노동부 장관 출신인 그는 지난해 12월11일 계엄 관련 국회 긴급현안질문에서 국무위원 중 계엄 사과 요구를 유일하게 거부했는데요, 이를 계기로 ‘꼿꼿문수’라며 삽시간에 보수 지지층의 주목을 받았습니다. ‘탄핵 반대파’인 김 후보가 대선에 나서면서 국민의힘은 ‘탄핵의 늪’에서 내내 빠져나오지 못했어요.

#3. 선거 개입 논란 일으킨 대법원

박찬대 더불어민주당 상임총괄선대위원장 및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이 지난달 4일 국회에서 열린 긴급 의원총회에서 대법원을 규탄하는 손팻말을 들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한수빈 기자


대법원이 지난달 1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의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을 유죄 취지로 파기환송했습니다. 대법원은 2심 법원이 지난 3월26일 무죄 판결한 이후 단 36일 만에 이를 뒤집는 판단을 내렸는데요. 대법원의 이례적인 ‘신속 결정’을 두고 선거 개입 논란이 불거졌습니다. “대선을 불과 한 달 남짓 앞두고 유력 후보의 피선거권을 박탈할 수 있는 판결을 내린 것” 등 비판이 쏟아졌습니다. 파기환송심을 맡은 서울고법 재판부는 선거 운동 기회를 보장해달라는 이 후보의 요구를 받아들여 대선 후인 이달 18일로 재판을 미뤘지만, 재임 중 재판이 진행될지는 여전히 논란으로 남아 있습니다.

#4. ‘2인자’ 한덕수의 대선 출마

지난달 2일 오후 광주 북구 국립 5·18 민주묘지를 찾은 한덕수 전 총리가 광주비상행동 등 시민·사회단체 관계자들의 반발에 가로 막히자 “저도 호남 사람”이라며 참배를 호소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덕수 전 대통령 권한대행이 지난달 2일 대선 출마를 공식 선언했습니다. 한 전 대행은 출마 여부를 보름 가까이 명확히 밝히지 않다가 공직자 사퇴시한(5월3일) 직전에야 총리직을 사퇴했는데요. 대통령 부재란 비상시국과 선거를 관리해야 할 대통령 권한대행이 책임을 다하지 않고 ‘선수’로 뛰어든 초유의 사태였습니다. 또한 불법계엄 사태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윤석열 정부 2인자’가 어떠한 사과와 반성도 없이 출마하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비판이 나왔죠. 그는 출마 첫날 광주 5·18민주묘지를 찾았는데요. “내란 세력은 지금 당장 광주를 떠나라” 등 항의 피켓을 든 시민들이 참배를 막아섰습니다. 전북 전주 출신인 그는 “저도 호남 사람입니다”라고 외쳤지만, 결국 22분 만에 돌아서야만 했어요.

#5. 간밤의 후보 교체 ‘막장극’

김문수 국민의힘 대통령 후보와 한덕수 무소속 대선 예비후보가 지난달 8일 서울 여의도 국회 강변서재에서 후보 단일화 관련 공개 회동을 하고 있다. 박민규 선임기자


한덕수 전 대통령 권한대행은 출마 선언 후 김문수 국민의힘 후보에 단일화를 요구하기 시작합니다. 국민의힘에서도 김 후보가 ‘한 전 대행과의 단일화’를 내걸고 전당대회에서 선출됐다며, ‘쌍권’(권영세 비상대책위원장·권성동 원내대표) 지도부를 중심으로 김 후보에게 약속을 지키라고 압박하는데요. 김 후보와 한 전 대행은 여러차례 만났지만, 갈등과 이견만 노출될 뿐 진척이 없었죠. 결국 당 지도부가 대선 후보 등록을 3일 앞두고 후보 교체를 시도합니다. 새벽 3~4시 단 1시간만 새로운 후보 등록을 받는 등 무리수를 거쳐 한 전 대행으로 후보를 교체하는 안건을 당원 투표에 부쳤는데요. 결과는 부결이었습니다. 결국 김 후보는 최종 후보가 됐고, 국민의힘은 상처투성이로 선거 운동을 시작했습니다.

#6. 윤석열, ‘부정선거 영화’ 관람

윤석열 전 대통령이 지난달 21일 오전 서울 메가박스 동대문에서 영화 ‘부정선거, 신의 작품인가’ 관람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이영돈PD, 윤 전 대통령, 전한길 전 역사강사. 사진공동취재단


위헌·위법한 비상계엄을 일으켜 파면된 윤석열 전 대통령. 국민의힘 내부의 ‘탈당’ 압박에 결국 지난달 17일 당을 떠났는데요. 탈당 후 첫 공개 일정으로 부정선거 음모론을 조장하는 영화를 관람했습니다. 이 영화를 제작한 이영돈 PD, ‘극우 스피커’ 역할을 맡았던 전한길 전 강사와 함께였습니다. 자신의 행위를 반성하기는커녕 잘못이 없다는 메시지를 보내는 윤 전 대통령의 모습에 국민의힘에서도 “제발 다시 구속해달라”는 불만이 터져 나왔는데요. 정작 김문수 후보는 “영화 많이 보시고 사람도 많이 만나시고 그런 게 좋은 것 아닌가”라며 두둔했습니다. 끝까지 윤 전 대통령과 절연하지 못한 국민의힘의 난맥상을 상징적으로 보여준 장면이었어요.

#7. 김상욱까지 ‘이재명 텐트’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 지지를 선언한 허은아 전 개혁신당 대표와 김상욱 민주당 의원이 지난달 19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타임스퀘어 앞에서 열린 이 후보 유세에서 악수하고 있다. 박민규 선임기자


이번 대선에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는 자신을 ‘중도보수’로 규정하며 ‘우클릭’ 행보를 보였습니다. 지지세를 확장하기 위해 ‘빅텐트론’을 펼쳤는데요. 실제로 몇몇 보수 진영 정치인들은 이 후보 편으로 돌아섰습니다. 처음부터 비상계엄을 비판했던 김상욱 의원은 국민의힘을 탈당해 민주당에 합류했고, 개혁신당의 허은아 전 대표와 김용남 전 의원도 민주당에 입당했습니다. 김문수 국민의힘 후보는 민주당 대표 출신인 이낙연 전 국무총리의 지지를 얻었지만, 이 후보만큼 세를 확장하지는 못했어요. 당장 또 다른 보수 후보인 이준석 개혁신당 후보와의 단일화에 실패했죠. 계엄을 옹호하고 평소에도 극우 성향 언행을 반복해 온 점 등이 한계가 된 걸로 보입니다.

#8. ‘씬스틸러’ 존재감 뽐낸 권영국

권영국 민주노동당 대선 후보가 지난달 23일 TV토론에서 손바닥에 쓴 ‘백성 민’자를 취재진에게 들어보이고 있다. SBS 제공


‘거리의 변호사’ 권영국 민주노동당 대선 후보는 TV토론의 ‘씬스틸러’로서 무시 못 할 존재감을 드러냈습니다. 첫 토론에서는 손바닥에 ‘백성 민(民)’자를 쓰고 나오며 윤석열 전 대통령의 ‘임금 왕(王)’자 논란을 저격했습니다. 김문수 국민의힘 후보에게는 “내란 우두머리 윤석열의 대리인”이라며 사퇴를 요구하고, 김 후보의 악수를 거부하기도 했어요. 권 후보는 탄핵 광장에서 시민들이 요구한 ‘평등·차별금지’를 가장 적극적으로 공약에 반영한 후보이기도 합니다. 이런 점들이 알려지면서 0%대에서 시작한 권 후보 지지율은 대선 전 마지막 여론조사 때는 1~2%대까지 올랐습니다.

#9. 생중계된 이준석 ‘언어 성폭력’

개혁신당 이준석 대선 후보가 지난달 30일 서울 동작구 중앙대학교에서 유세 중인 가운데 일부 학생들이 최근 이 후보의 TV토론 여성 신체 관련 발언을 규탄하며 팻말을 들고 있다. 연합뉴스


TV토론을 경청하던 유권자들, 예고도 없이 노출된 ‘언어 성폭력’에 경악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이준석 개혁신당 후보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의 가족 검증을 명분으로, 여성에 대한 성적 학대 표현을 여과 없이 내뱉은 겁니다. 토론 후 비판이 쏟아졌지만 이준석 후보는 “말을 전달했을 뿐” “내 발언 어디에 혐오가 있느냐” “비판은 집단린치” 등으로 응수하며 반성 없는 태도로 일관했어요. 이준석 후보의 구호인 ‘압도적 새로움’에 빗대 ‘압도적 해로움’이었다는 평이 나왔습니다. 민주당은 이준석 후보가 허위 발언을 했다며 고소했고, 개혁신당은 무고로 맞고소를 했습니다. 이준석 의원은 국회 윤리위원회에 제소되기도 했어요.

#10. 유시민 ‘여성·노동 폄훼’ 설화

유시민 작가(오른쪽)가 지난달 28일 유튜브 ‘김어준의 다스뵈이다’에서 발언하고 있다. 딴지방송국 제공


‘이준석 충격’이 채 가시기도 전에 더불어민주당 주변에서 또 다른 대형 설화가 발생했습니다. 유시민 작가가 유튜브 ‘김어준의 다스뵈이다’에 출연해 김문수 국민의힘 후보의 부인인 설난영씨를 두고 “대통령 후보 배우자라는 인생에선 갈 수 없는 자리”라며 “제정신이 아니다”라고 한 건데요. “찐 노동자”인 설씨가 “대학생 출신 김문수와 혼인을 통해 고양됐다고 느낄 수 있다”고 하는 등 여성과 노동자, 비대졸자를 폄훼했다는 논란에 휩싸였어요. 유 작가의 발언은 설씨의 “노조는 과격하고 세고 못생겼다”, “저는 반대로 예쁘고 문학적이고 부드럽다” 등 발언을 비판하는 과정에서 나왔습니다. 민주당은 선거 막판 “모두가 발언 하나하나를 조심해야 한다”며 ‘경계령’을 내려야 했어요. (사진: 딴지방송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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