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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한계 진종오 “계엄 옹호한 채 뻔뻔한 한 표 애원”
친윤계는 “노선이 다르면 당 떠나라” 한동훈 비난
국민의힘 김문수 대선 후보가 4일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기자회견에 참석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3일 21대 대통령 선거 지상파 방송 3사 출구조사에서 김문수 국민의힘 대통령 후보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에게 두자릿수 격차로 패한 것으로 나오자 국민의힘 개표상황실은 깊은 침묵에 휩싸였다. 당 내부적으론 대선 패배 책임을 두고 ‘친윤석열계가 탄핵의 강을 넘지 못한 탓’이라는 친한동훈계 등 비주류와, ‘당권을 차지하려는 욕심에 비주류가 화합에 소극적이었다’는 친윤계 사이의 내홍 조짐이 감지됐다.

이날 저녁 8시 투표 마감 직후 발표된 방송 3사 출구조사에서 이재명 후보(51.7%)에게 김문수 후보(39.3%)가 12.4%포인트 차이로 뒤지는 것으로 발표되자 당 지도부는 굳은 표정으로 화면만 바라봤다. 김용태 비상대책위원장은 아무 말 없이 두 손으로 얼굴을 감쌌고, 권성동 원내대표는 잠시 고개를 숙였다. 자리를 지키던 의원들 대다수는 출구조사가 공개된 지 10분 만에 우르르 자리를 떠났다. 김 후보는 같은 시각 서울 봉천동 자택에서 출구조사를 지켜봤다.

대선이 막바지에 이를수록 보수층이 결집하고 김 후보 지지율이 상승세를 타면서, 국민의힘은 ‘골든 크로스’(1·2위 후보의 지지율 역전)를 주장하며 막판 역전극에 기대감을 보여왔다. 하지만 출구조사에서 큰 격차가 나자 실망한 기색이 역력했다.

개표가 2시간가량 진행된 이날 밤 10시45분께부터 각 방송사가 ‘이재명 당선 유력’을 전망하자, 친한계 진종오 의원은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우리는 계엄을 옹호한 채 보수의 가치만 외치며 국민께 뻔뻔한 한표를 애원했다”며 친윤계를 저격했다. 박상수 전 대변인도 “탄핵 후 잘못이 없어도 한동훈은 쫓겨났다. 양심이 있다면 권 원내대표는 물러나라”고 쓰며 친윤계 2선 후퇴를 요구했다. 한 전 대표가 대선 유세에서 “국민의힘, 보수, 그리고 대한민국을 살리는 길”이라며 내놓은 “친윤 구태 청산” 주장의 연장선이다. 홍준표 전 대구시장은 이날 페이스북에 “병든 숲은 건강한 나무만 이식하고 불태워야 한다. 계속 방치하면 그 산 전체가 병든다”고 친윤계를 직격했다.

반면 친윤계는 ‘원팀’에 소극적이었던 한 전 대표, 홍 전 시장 등의 책임론을 제기하며 반격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한 전 대표는 이날 개표상황실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고, 홍 전 시장은 대선 기간 미국 하와이에 머무르며 사실상 이준석 후보를 지지했다. 친윤계 한 의원은 “민주당은 단일 대오로 뭉쳐 싸웠는데, 우리는 내부 분열에 빠져서 우리끼리 싸우고 있었다. 노선이 다르면 당을 떠나는 게 맞다”며 한 전 대표를 비난했다.

국민의힘은 대선 패배의 책임을 지고 사의를 표명할 것으로 보이는 권 원내대표의 재신임 여부를 두고 극심한 갈등을 빚을 것으로 보인다. 비윤계 재선 의원은 “친윤계 의원들이 주도권을 놓치지 않으려고 할 것”이라며 “설령 권 원내대표가 물러나더라도 또 다른 친윤계 원내대표 후보를 내세워 비상대책위원회 체제로 버티려고 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비대위 체제를 유지할지, 전당대회를 열어 정식 지도부를 선출할지도 관건이다. 김용태 위원장의 임기는 권영세 전 위원장의 잔여 임기인 오는 30일까지다. 김 위원장을 유임시킬지 다른 인물을 발탁할지, 새 대표를 뽑을지에 따라 주류와 비주류의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갈린다. 다만, 전당대회가 곧바로 열리긴 어려워 보인다. 당장 5일 열릴 예정인 국회 본회의에서부터 이재명 대통령 당선자, 거대 여당과의 치열한 전선이 예고돼 있는 탓에, 당권을 둘러싼 갈등이 최고조에 이르러 적전분열할 수 있는 전당대회를 치르는 건 국민의힘으로서도 부담이다.

한편, 당 안팎에선 김문수 후보가 정치적 재기를 위해 향후 당권 도전에 나설 가능성이 거론되지만, 당내 기반이 약해 쉽지만은 않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친윤계는 김 후보와 한덕수 전 국무총리의 ‘강제 단일화’가 무산된 뒤 마지못해 김 후보를 도왔을 뿐이고, 공동선대위원장을 맡았던 나경원·윤상현·김기현 의원이나 한 전 대표는 전당대회 출마 의사가 있 다. 영남 중진 의원은 “김 후보는 이번 대선을 통해 ‘올드한 정치인’ 이미지를 넘지 못했다. 당내 지지 기반도 약해 당권 도전은 쉽지 않아 보인다”고 말했다.

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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