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박근혜 전 대통령 파면으로 실시된 조기 대선에 도전장을 냈던 ‘변방의 장수’ 이재명 성남시장은 세 번의 도전 끝에 2025년 6·3 대선에서 결국 국민의 선택을 받았다. 기초단체장을 시작으로 광역단체장을 거쳐 두 번의 국회의원과 당대표 연임까지 단계마다 정치적 위기를 돌파하며 정치 지도자로 성장하는 과정에서 그의 곁에 서는 ‘이재명의 사람들’도 꾸준히 늘어났다. 실용주의자를 자처하는 이 당선인의 인사 특징은 ‘실력 중시’로 압축된다.

성남시장 시절부터 동행한 최측근 참모 그룹은 ‘정치적 동지’에 가깝다. 정진상 전 당대표 정무조정실장, 김현지 보좌관, 김남준 전 당대표 정무부실장 등이다. 정 전 실장은 보석 상태로 재판을 받고 있는 데다 ‘사건 관련자 접촉 금지’ 등의 보석 조건 탓에 지근거리에서 직접 보좌하는 것에는 한계가 있다. 하지만 지난 전당대회와 경선·대선 기간 핵심 참모 그룹의 주요 의사 결정에 물밑에서 참여한 것으로 전해진다.

김 보좌관은 특유의 꼼꼼한 일처리에 이 당선인의 신뢰도 두터워 경기도와 의원실의 ‘안살림’을 확실하게 챙겨왔다는 평을 듣는다. 대선 선거대책위원회와 경선 캠프 실무진 인선 등도 모두 김 보좌관의 손을 거쳐 조율된 것으로 알려졌다. 성남시 대변인으로 영입된 기자 출신의 김남준 전 부실장은 주로 공보 분야를 담당하며 ‘이재명의 입’으로 불려왔다. 당대표 시절에는 정무부실장을 맡아 정무 전반을 조율하고 보좌했다.

‘이재명의 민주당’을 만들어 낸 현역 의원들의 입지도 상당히 두터워졌다는 평가를 받는다. 특히 당대표 시절 꾸준히 합을 맞춘 박찬대 원내대표, 김민석 수석 최고위원 등 현 지도부 주요 인사들은 대통령실 고위직 인선설이 거론될 정도로 이 당선인의 신임을 받는 것으로 전해졌다.

대선 선대위 전면에 배치돼 활약한 강훈식(종합상황실장) 천준호(전략본부장) 조승래(공보단장) 의원 등도 일등 공신으로 분류된다. 당대표 비서실장에 이어 대선 후보 비서실장을 맡은 이해식 의원도 새 정부에서 더 중용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조정식(6선·공동선대위원장) 안규백(5선·총괄특보단장) 윤호중(5선·총괄본부장) 의원 등 민주당 중진 의원들도 이 당선인의 의중을 큰 잡음 없이 당에 반영하는 조력자로서 역할을 원활하게 수행했다는 평가다.

원조 친명(친이재명) 의원 그룹인 ‘7인회’에 대한 신뢰도 여전히 깊다. 친명계 좌장으로 불리는 정성호 의원은 이 당선인과 사법연수원(18기) 동기 사이로, 오랜 기간 국회 내에서 비주류의 어려움을 겪으면서도 이 당선인의 든든한 지원군을 자처했다. 인재영입위원장을 맡아 이재명정부를 꾸릴 주요 인사를 물색하고 추천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당선인의 중앙대 후배인 김영진 의원은 선대위에서 후보 직속 정무1실장을 맡았고, 쓴소리를 아끼지 않으며 당내 ‘레드팀’ 역할을 해왔다.

원외 친명 인사들의 기용에도 관심이 쏠린다. 경기도지사 시절 합류한 인사들이 주축인 경기도 라인은 ‘성남의 확장판’으로 불리는 또 다른 측근 그룹이다. 원외 친명 조직인 더민주전국혁신회의 조직을 주도한 강위원 혁신회의 상임고문, 경기도청 비서관을 지낸 정의찬 전 당대표 정무특보 등이 대표적이다. 여론조사업체 리얼미터 출신의 권순정 전 당대표 정무전략실장도 2020년 경기도에 합류해 지난 대선과 이번 대선에서 전략 파트의 핵심적인 역할을 수행한 것으로 전해졌다.

정책 파트를 총괄하는 이한주 민주연구원장도 성남 시절부터 인연을 맺은 ‘40년 지기’이자 핵심 참모다. 성남시장 시절부터 줄곧 정책적 조언을 해온 이 원장은 경기연구원장, 민주연구원장을 맡았으며 이번 대선 선대위에서도 정책본부장을 담당했다. 학자들 중에서는 ‘이재명의 경제 책사’로도 불리는 하준경 한양대 ERICA캠퍼스 경제학부 교수가 이 당선인과 경제 철학이 잘 맞는 전문가로 거론된다. 유종일 전 한국개발연구원(KDI) 국제정책대학원장도 정책 자문 역할을 이어오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민일보

김판 기자(pa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