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현구 기자
서울 지하철 5호선 열차에 불을 질렀다가 검거된 60대 남성은 어떤 처벌이 내려질까. 현재 적용된 혐의는 대법원 양형 기준이 최대 5년인 ‘현존 전차 방화 치상’이다. 향후 조사 과정에서 승객을 살해할 의도가 있었음이 드러나면 최대 사형 선고가 가능한 살인 미수 혐의도 적용될 수 있다.
2일 법조계에 따르면 경찰은 지난달 31일 오전 여의나루역~마포역 구간 터널을 달리던 열차에 휘발유를 뿌리고 불을 지른 A씨를 체포해 수사하고 있다. A씨 본인을 포함해 23명이 연기를 마셔 병원으로 옮겨졌고 129명이 현장에서 응급 처치를 받았다. 지하철 1량이 일부 소실돼 3억3000만원가량의 재산 피해가 발생했다. A씨는 경찰 조사 과정에서 범행에 쓸 휘발유를 2주 전쯤 주유소에서 구매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A씨의 범죄는 형법 제164조(현주 건조물 등 방화) 위반으로 무기 또는 3년 이상의 징역에 처해진다. 만약 사람을 다치게 한 경우 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징역을, 사망하게 한 경우 사형, 무기 또는 7년 이상의 징역을 살 수 있다. 수사 과정에서 A씨가 불을 질러 승객들을 살해하려고 했거나 사망하더라도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하는 등 미필적으로라도 살인의 고의가 있었다면 사형, 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징역형이 적용된다.
재판부는 이를 바탕으로 형을 가중하거나 감경해 형을 선고하는데 이때는 대법원 양형 기준이 바탕이 된다. 현주 건조물 방화 치상죄는 기본 징역 4~7년인데 감경 시에는 2년 6개월~5년, 가중 시에는 6~11년이다. 계획적으로 범행했거나 여러 명에게 재산상 피해를 준 경우, 범행 동기가 비난할 만한 경우는 형량 가중 요인이 된다. 범행 동기에 참작할 만한 사유가 있거나 당시 심신 미약 상태였다면 형이 감경될 수 있다.
앞서 2003년 2월 대구에서 달리던 지하철 열차에 불을 질러 192명을 숨지게 하고 151명을 다치게 한 김대한(당시 56세)은 무기 징역을 선고받았다. 재판부는 “김 씨가 신변을 비관, 자살하기 위해 불특정 다수가 이용하는 공공시설에 불을 질러 방화 범죄사상 초유의 대량 사상자를 내고 전 국민을 경악케 한 사실이 인정된다”라면서도 그가 잘못을 뉘우치고 있는 점 등을 감안해 사형 선고 조건은 되지 않는다고 판시했다.
2014년 5월 서울 매봉역에서 도곡역을 향하던 지하철 3호선 열차 안에서 불을 질러 A씨와 같은 현존 전차 방화 치상 혐의로 기소된 B씨(당시 71세)에게는 징역 5년이 선고됐다. 재판부는 “B씨는 사법부에 대한 불만을 세상에 알리겠다는 그릇된 동기로 너무나 위험한 범행을 저질렀다. 다시는 이런 범행이 일어나지 않도록 엄중히 경고할 필요가 있다”라고 판결 이유를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