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용(왼쪽) 한국은행 총재와 크리스토퍼 월러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이사가 2일 한은 별관에서 열린 ‘2025 BOK 국제 콘퍼런스’에서 통화정책 등을 주제로 대담하고 있다. 연합뉴스
[서울경제]
코로나19 기간 각국 정부의 확장 재정이 고물가를 초래했다는 실증 분석 결과가 나왔다. 2일 한국은행이 주최한 국제 콘퍼런스에서 프란체스코 비앙키 존스홉킨스대 교수 등이 발표한 논문에 따르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7개 회원국의 2020∼2021년 국내총생산(GDP) 대비 정부 지출 증가분을 변수로 두고 인플레이션 반응을 분석한 결과 헤드라인(전 품목) 소비자물가 상승률과 근원물가(에너지·식품 제외) 상승률의 반응 계수는 각각 0.78, 0.84로 조사됐다. 재정 지출 확대가 물가 상승 요인의 80%가량을 차지했다는 뜻이다.
한국매니페스토실천본부에 따르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와 김문수 국민의힘 후보의 공약들을 이행하려면 각각 210조 원, 150조 원이 소요되는 것으로 추산됐다. 두 후보는 각각 최소 20조 원, 30조 원가량 규모의 2차 추가경정예산 편성도 약속했다. 최근 식품 업체들의 제품 가격 줄인상에다 올 하반기 공공요금 인상 요인까지 감안하면 물가 상승에 기름을 끼얹을 수 있는 정책들이다. ‘보이지 않는 세금’인 물가가 오르면 근로자들의 실질 소득이 감소하고 서민 피해가 가중될 수 있다. 한국경제인협회의 조사 결과 국민 10명 중 6명이 최우선 민생 과제로 ‘물가 안정’을 꼽은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또 과도한 국가채무는 국가 신인도 하락과 미래 세대의 부담으로 돌아오게 된다.
차기 대통령은 대선 국면에서 표심을 잡기 위한 공약을 남발했더라도 집권 이후에는 선심성 정책들을 거둬들여야 할 것이다. 반면 재정을 과도하게 쏟아붓지 않고도 국가 경쟁력을 향상시킬 수 있는 개혁 공약들은 반드시 이행해야 한다. 2차 추경은 충분한 논의를 거쳐 물가를 자극하지 않는 범위에서 신성장 동력 육성, 취약 계층 핀셋 지원 등에 초점을 맞춰 적정 규모로 편성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국가 지도자라면 포퓰리즘 정책을 접고 반(反)기업 입법 철회와 규제 혁파, 노동·연금 등 구조 개혁 등 경제 재도약을 위한 근본 처방부터 실천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