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지하철 5호선 열차 안에 불을 지른 60대 남성이 2일 영장실질심사를 위해 서울남부지법에 출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서울지하철 5호선 열차에 불을 지른 60대 남성이 범행 이틀 만에 구속됐다.
서울남부지법 이영광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2일 현존전차방화치상 혐의를 받는 60대 원아무개씨에 대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한 뒤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이 판사는 “도망할 염려가 있다”고 영장 발부 사유를 밝혔다. 또 “공공 안전에 현저한 위험과 심각한 피해가 초래된 점 등 범죄가 중대하다”며 “납득할 수 없는 동기로 사전에 범행 도구를 준비한 점 등에 비춰 재범 위험성도 있다”고 덧붙였다.
원씨는 지난달 31일 아침 8시43분께 여의나루역을 출발해 마포역으로 향하는 5호선 지하철 열차 안에 인화물질을 뿌리고 옷가지에 불을 붙여 방화한 혐의를 받는다. 이 불로 원씨 외에 22명이 연기 흡입 등 경상을 입어 병원에 이송됐고, 129명이 현장에서 처치를 받았다. 객차 1량이 일부 소실되는 등 약 3억3천만원 재산 피해도 발생했다.
원씨는 이혼 소송 결과에 불만을 품고 범행을 저질렀다고 경찰에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영장실질심사를 받기 전에도 ‘이혼 소송 결과를 공론화하려고 불을 질렀느냐’는 기자 질문에 “네”라고 답했다. 자신을 원씨의 쌍둥이 형이라고 밝힌 한 남성도 나타나 “동생이 택시 운전사였는데, 이혼 소송 때 그만뒀다”거나 “재산을 거의 다 달라는 이혼 소송 판결이 (2주 전에) 나왔다”고 주장했다.
범행에 쓸 인화물질을 2주 전 주유소에서 샀다고 진술한 것으로도 전해졌다. 경찰은 원씨의 휴대전화를 포렌식하고 목격자와 폐회로텔레비전(CCTV) 수사 등도 이어가고 있다. 원씨는 이날 약 15분 만에 심문을 마치고 법원 밖으로 나와 ‘혐의를 인정하느냐’는 기자 질문에 “네”라고 답했다. 피해자들에게 할 말이 있는지 묻자 “죄송합니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