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31일 권성동(왼쪽)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김문수 대선 후보 유세 중 전병헌 새미래민주당 대표를 소개하며 "김문수만은 절대 용납할 수..."라고 발언한 후 이를 정정하고 있다. 유튜브 국민의힘TV 캡처

경쟁 상대인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와 김 후보를 혼동해 마치 민주당 인사들이나 할 법한 발언을 잇따라 내놓고 있는 것이다. 해당 영상을 본 누리꾼들은 "국민의힘 의원들이 마음속에 담아 둔 말을 한 게 아니냐"며 웃음 섞인 반응을 보였다.

가장 최근 발생한 말실수의 주인공은 다. 권 원내대표는 지난달 31일 강원 강릉시 유세 현장에서 '김문수 지지' 입장을 밝힌 전병헌 새미래민주당 대표를 소개하며 "(못 한다)"이라고 말했다. 이내 실수를 알아차린 그는 "아, 김문수가 아니라 죄송하다. 이번에 이재명만은 절대 용납할 수 없다. 그래서 김문수를 대통령으로 만들어야 된다"고 정정했다.

하루 전 도 비슷한 실수를 했다. 한 의원은 지난달 30일 강원 원주시 유세 중 "이번에 김문수가 (대통령이) 되지 않고 이재명이 된다면 대한민국은 무너져서 대한민국이 아닌 '이재명국'이 된다"며 "여러분, 이재명국이 되지 않도록 막아주십쇼"라고 호소했다. 여기까지는 문제가 없었다. 그러나 곧이어 그는 ""고 외쳤다. 직전 발언과 모순됐지만, 현장에 있던 지지자들도 이상하다는 걸 느끼지 못했는지 한 의원은 그대로 퇴장했다.

지난달 29일 안철수(가운데) 국민의힘 의원이 인천 미추홀구에서 김문수 국민의힘 대선 후보 유세 중 "이재명 후보를 찍어야 한다"고 발언한 뒤, 실수를 알아채리고는 두 눈을 질끈 감은 채 멋쩍은 웃음을 짓고 있다. 유튜브 국민의힘TV 캡처

국민의힘 인사들의 이런 말실수는 처음이 아니다. 스타트는 가 끊었다. 지난달 22일 경기 광명시에서 열린 김 후보 유세장에 나간 손 전 대표는 "내가 힘은 없지만 나가서 이 나라를 살려야 되겠다(고 생각했고), 그래서 오늘 아침에 "고 밝혔다. 주변의 반응 덕에 실수를 깨달은 그는 "제가 늙긴 늙은 모양"이라면서 해당 발언을 정정했다.

이로부터 일주일 후인 지난달 29일, 역시 말실수 대열에 합류했다. 인천 미추홀구 유세에서 안 위원장은 ""고 외쳤다. 진행자가 '김문수'라고 언급하고 나서야, 그는 "죄송하다. 2번 김문수 후보를 찍어주셔야 한다"고 다시 말했다. 두 눈을 질끈 감고 머쓱한 표정을 짓기도 했다.

온라인에는 '국민의힘 말실수 모음집' 영상까지 퍼지고 있다. 누리꾼들은 "다들 자연스럽네" "이재명을 진짜 좋아하는 것 아닌가" "이쯤 되면 실수가 아니라고 본다" "자기들끼리 다 (대선 패배를) 인정하는 것 같네" 등 반응을 보였다.

한국일보

오세운 기자 (cloud5@hankook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