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시내의 한 은행 창구에서 시민이 은행 업무를 보고 있다. 사진=이솔 한국경제신문 기자
한국은행이 지난 5월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내렸지만 은행에서 새로 나가는 주택담보대출 10건 중 9건은 고정금리 대출인 것으로 조사됐다.
한국은행 경제통계시스템에 따르면 지난 4월 예금은행 주택담보대출(신규취급액) 중 고정금리 대출 비중은 89.5%로 집계됐다.
지난해 10월 89.3%였던 이 비중은 한은 기준금리 인하가 본격화되면서 지난해 12월 81.3%까지 내렸다가 올해 1월 88.9%로 반등하며 3개월 연속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통상 시장금리가 내릴 때는 변동금리가, 오를 때는 고정금리가 유리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최근 고정금리 주담대가 늘어나는 건 현재 고정금리 상품 금리가 변동금리 상품 금리보다 더 낮은 ‘역전 현상’이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달 30일 기준 4대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의 주담대 고정형 금리는 연 3.370~5.516%로 파악됐다. 변동금리(연 3.880~5.532%)보다 상단은 0.016%포인트, 하단은 0.510%포인트 낮다. 일반적으로 장기물 채권과 연동된 고정금리는 미래 불확실성 탓에 변동금리보다 높은 경우가 많지만 4대 은행 모두에서 고정금리 상품 금리가 더 낮게 설정됐다
금융당국이 정책적으로 고정금리 확대를 유도하고 있는 영향이 큰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해 9월 도입된 스트레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2단계 규제에 따라 주기형 주담대(5년 단위로 고정금리 변경)는 변동형 가산금리의 30%만 적용받고, 혼합형 주담대(5년 고정금리 후 변동금리 전환)가 변동형 가산금리의 60%만 적용받는다. 주기형 주담대가 한도가 더 많은 것이다.
다만 신규가 아닌 전체 주담대 잔액 기준에서 고정금리 비율은 여전히 46.2%로 낮은 편이다. 이는 예금은행 전체 평균으로 상당수 시중은행이 금융당국이 권고하는 30% 이상에 못 미치고 있다. 고정금리 대출 비중이 10%대에 그친 시중은행도 있다.
최근 고물가에 경기 둔화 추세까지 겹치며 고정금리 산정의 기준이 되는 장기금리도 빠르게 낮아지고 있다. 지난달 15일 기준 고정금리의 지표가 되는 5년물 금융채(AAA) 금리는 2.790%로, 6개월 변동금리 지표가 되는 코픽스(COFIX) 금리(2.70%)와 거의 차이가 나지 않는다.
한은이 올해 하반기에도 기준금리를 계속 인하하면서 대출금리 역시 하락할 것으로 예상된다. 시장에서는 한은이 올해 많게는 두 번 더 기준금리를 인하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