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장동혁 선대위 상황실장이 2일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긴급 현안 기자회견을 열고 "세계 3대 투자자로 꼽히는 짐 로저스 로저스홀딩스 회장이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에 대한 지지 선언을 한 적이 없다"는 보도와 관련해 "대국민 사기극"이라며 비판하고 있다. 연합뉴스

국민의힘은 2일 세계 3대 투자자로 불리는 미국의 짐 로저스 로저스홀딩스 회장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에 대한 지지 선언을 한 적이 없다며 맹공을 퍼부었다.

장동혁 국민의힘 중앙선대위 종합상황실장은 여의도 중앙 당사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이 후보는 국제사기 대선 후보, 보이스피싱 대선 후보라고 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장 실장은 "전 국민이 국제적 망신을 당하게 됐고, 국제사회에서 대한민국의 신뢰가 추락했다"고 덧붙였다.

권성동 원내대표도 "사기와 조작이 없으면 좌파가 아니라더니. 이재명 사기범죄 세력이 국내에서 하던 버릇을 못 고치고 기어이 국제 망신 대형사고를 친 것"이라고 가세했다.

앞서 이 후보는 지난달 30일 페이스북을 통해 "미국의 사업가이자 개성공단 전 이사장이었던 짐 로저스의 지지 선언을 들었다"며 "그는 평화에 투자하고, 미래에 투자하고, 그래서 대한민국에 투자해야 한다고 말했다"고 썼다.

하지만 이후 짐 로저스가 기자 문의에 "이 후보에 대한 지지선언을 한 적이 없다"고 밝혔다는 언론 보도가 나오며 진위 논란이 불거졌다.

이재명 대선후보 페이스북 캡처. 검은 색 밑줄은 한국일보 자체 표시.

지지 선언 추진 측 "지지 맞는다"며 채팅 공개

그러자 지지 선언을 추진했던 김진향 전 개성공단 이사장과, 송경호 평양과기대 교수는 이날 보도자료를 내고 "짐 로저스의 이 후보 지지는 사실"이라고 반박했다. 영어 표현에 따른 착오라는 취지다. 짐 로저스는 이 후보에 대해 일반적인 지지를 뜻하는 'support'를 한 것인데, 해당 기자가 공개적이고 강력한 의미의 지지를 뜻하는 'endorse' 여부를 묻는 바람에 짐 로저스가 부인했다는 주장이다.

이들은 송 교수와 짐 로저스의 채팅 내용도 공개했다. 이 내용을 보면, 짐 로저스는 송 교수가 대신 써준 두 번째 초안을 자기 이름으로 국내 언론 매체에 기고하는 것에 동의했다. 해당 기고에는 '저(짐 로저스)는 이재명 후보의 실용적인 접근 방식에 주목한다"고 적혀 있다. 다만 이를 배타적 지지로 볼 수 있는지는 의문이다. 실제로 짐 로저스는 '이재명 후보 지지(support) 선언'이라고 명시된 첫 번째 초안에 대해 "외국인이 말하는 것치고는 너무 강한 표현 아니냐"며 "사실 그분(이 후보)을 잘 알지 못한다"고 걱정했다. 이에 송 교수는 '지지' 등의 표현을 뺀 두 번째 초안을 마련해 짐 로저스의 허락을 받았다. 짐 로저스 기고문의 국내 언론 기고는 불발됐다고 한다.

한국일보

이성택 기자 (highnoon@hankook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