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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네시아 바탐의 진승중고교 전경


“선생님, 우리 학교 이러다 폐교되는 거 아닌가요.”

인도네시아 바탐섬 변두리의 미션스쿨 교사와 학생들은 충격에 빠졌다. 보름 전까지만 해도 개교의 기쁨이 가득했던 한 층짜리 작은 중학교. 한국교회의 후원과 협력으로 세워진 학교에 이런 참사가 일어날 거라곤 누구도 상상하지 못했다. 한국에서 온 단기선교팀원이 물에 빠져 사망하게 될 줄은.

2004년 8월, 서울 영락교회 단기선교팀이 한국으로 귀국하기 전 마지막 날이었다. 학교 방문 일정을 마치고 바닷가에서 물놀이를 하던 선교팀원 중 학생 3명이 물결에 휩쓸려갔다. 한명은 지나가던 어부가 살렸지만, 밤이 되도록 둘을 찾지 못했다. 정진우 이승구군은 하룻밤이 지나서야 시신으로 떠올랐다. 진우는 중3, 승구는 중2였다.

당시 바탐섬엔 화장터도 없었다. 시신을 배에 싣고 다른 섬으로 가 화장을 한 뒤 싱가포르 공항으로 다시 넘어가 한국으로 유골함을 보내야 했다. 유족들과 교회, 학교 모두의 슬픔이 걷잡을 수 없이 커지면서 학교는 존폐의 기로에 섰다.

그런데 석 달 뒤인 11월, 진우 승구군의 부모님이 무언갈 새긴 현판 두 장을 들고 바탐을 다시 찾았다. 한 곳엔 새로운 교명이, 또 다른 판에는 인도네시아어와 한국어, 영어로 이렇게 적혀 있었다.

주님을 사랑하여 이곳에 온정진우 이승구가 주님의 부르심을 받았습니다.이들의 순직이 복음의 씨앗이 되어이 나라 이 민족이 풍성한 그리스도의 계절을 누리게 하소서.진우 승구의 신앙정신을 기려 이 건물을 ‘진승관’으로 명하고이 학교를 ‘진승중학교’로 하나님께 봉헌합니다.“내가 진실로 진실로 너희에게 이르노니한 알의 밀이 땅에 떨어져 죽지 아니하면 한 알 그대로 있고죽으면 많은 열매를 맺느니라.”(요 12:24)
2004년 11월 30일교육재단 새싹영락교회, 싱가폴한인교회
진우 승구군의 부모님이 2004년 11월 진승중학교에 가져온 현판.


유족들과 영락교회, 싱가폴한인교회는 진우와 승구의 죽음이 안타까운 해프닝으로 끝나지 않길 바랐다. 오히려 학교와 현지 학생들을 위로하고, 하나님께서 기뻐하실 학교를 세우자고 다짐했다. 유족과 교회들은 학교에 더 큰 관심과 후원금을 보내기 시작했다.

진승중학교는 슬픔을 딛고 새 국면에 접어들었다. 영락교회와 싱가폴한인교회가 주축이 돼 학교에 장학금을 보내고 건축 과정에 물질과 기도로 동역했다. 단기선교팀을 파송해 교육 봉사와 의료 선교를 실천하기도 했다.

학교는 나날이 성장했다. 1층 두 칸짜리 교실에서 시작된 학교는 2007년 7월, 10개 교실이 들어선 3층 건물로 증축됐다. 영락교회와 싱가폴한인교회는 빈 교실을 컴퓨터실과 음악실 양호실 과학관으로 단장했다. 천장에 빗물이 새면 새 지붕을 후원했다. 2007년 졸업생 20명을 배출한 학교는 개교 10년차인 2014년에 졸업생 99명과 졸업식을 치렀고, 올해는 264명과 졸업식을 진행했다. 현재 진승중 재학생은 788명이다.

진승고 사밤(왼쪽 두 번째) 교장과 김규태(왼쪽 첫 번째) 선교사, 진승고 학생들이 지난 28일 인도네시아 바탐의 진승중 문패 앞에서 엄지를 치켜 세우고 있다.


2009년엔 진승고등학교가 개교했다. “진승중 졸업생들이 계속 공부할 수 있도록 고등학교를 세워달라”는 현지 학생들과 학부모들의 수요가 이어지면서다. 두 칸짜리 교실에서 시작된 진승고는 2012년 68명의 첫 졸업생을 배출했고 올해 154명이 졸업하는 학교로 성장했다. 학교는 현지 정부 주관 ‘학교 평가 등급’에서도 줄곧 A등급을 받고 있다. 인도네시아 최고 명문대인 인도네시아대학교(UI)에 2023년 2명, 지난해 3명의 합격생을 낸 진승고에선 올해 6명이 UI에 합격했다.

진승중·고등학교의 성장 스토리는 지난 28일 학교에서 들을 수 있었다. 유족들이 한국에서 가져왔던 현판은 중학교 1층에 그대로 남아 있었고, 그 옆엔 이곳 재학생들이 그간 수학 영어 예체능 등 각종 대외활동에서 휩쓴 황금색 트로피 수십 개가 정리돼 있었다. 진승중을 졸업하고 진승고에서 학생회장을 맡고 있는 에판(16)군은 이날 영락교회와 싱가폴한인교회에 감사 인사를 전하며 이렇게 말했다. “중학교 고등학교 재학생 한 명도 빠짐없이 학교 이름의 유래를 알고 있다”고, “지금 우리와 비슷한 나이의 한국 학생들의 죽음이 주님 앞에 참 숭고했다는 걸 모두가 잘 알고 있다”고.

진승중고교 교직원들이 한국교회에 감사 인사를 전하고 있다.

국민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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