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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라이트 역사관 ‘리박스쿨’, 늘봄학교 참여 논란
서울교대와 협약…”서울 10개 초교에서 교육 중”
‘우체국장’ 출신 대표, 교육 장관 자문위원 임명
박선원(가운데) 더불어민주당 내란잔당 선거공작저지단 단장이 1일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리박스쿨의 댓글 공작 의혹과 관련해 발언하고 있다. 뉴시스


6·3 대선을 앞두고 '댓글 공작' 논란의 중심에 선 뉴라이트 성향 교육단체 '리박스쿨'이 늘봄학교 프로그램을 통해 초등학생의 역사관 등에 영향을 끼치려 했다는 의혹이 불거졌다.
극우 역사 교육을 받은 이들을 방과후 강사로 일하도록 도와 초교생들에게 왜곡된 역사인식을 주입하려 했다는 것이다.
특히, 리박스쿨의 대표는 이주호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의 교육정책자문위원으로도 임명됐는데 이 과정에 정치적 영향력이 개입했는지도 검증해봐야 한다.

1일 교육부와 서울교대 등에 따르면 리박스쿨이 만든 '한국늘봄교육연합회' 소속 강사들은
서울 시내 10개 초교에서 △두근두근 신나는 실험과학 △오감으로 느끼는 그림책 등 늘봄학교 프로그램 두 개를 가르치고 있다.
리박스쿨은 '이승만·박정희 스쿨'의 약자로 두 전직 대통령을 찬양하는 역사교육을 하는 곳이다. 탐사보도 매체인 뉴스타파는 이 단체가 '자손군'(자유손가락군대)이라는 여론조작팀을 운영하며 김문수 국민의힘 대선 후보를 지지하고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와 이준석 개혁신당 후보는 비방하는 댓글을 달아왔다고 보도했다. 이 매체는 또 "댓글팀원을 모집할 때 '초교 방과후 강사로 일할 수 있는 '창의체험활동지도사 1급'을 무상 발급해주겠다'며 유인했다"고 주장했다.

공교육 경력 없는데… 1년째 교육정책 자문위원



리박스쿨은 어떻게 학교 문턱을 넘어 초교생들을 직접 만날 수 있었을까. 서울교대와 협약을 체결한 게 결정적 도움이 된 것으로 보인다. 리박스쿨은 '한국늘봄교육연합회'라는 이름으로 2024년 하반기 이 대학과 협약을 맺고 '과학'과 '예술' 분야의 늘봄학교 프로그램을 공급하기로 했다. 교육부 관계자는 "서울교대가 늘봄학교 프로그램 목록을 만들어 공유하면 각 초교에서 이를 보고 원하는 프로그램을 선택할 수 있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학교 입장에서는 서울교대의 검증 기능을 믿었을 수 있다는 얘기다.

그래픽=신동준 기자


리박스쿨의 대표인 손모씨가 지난 1년간 이 권한대행의 교육정책 자문위원으로 일한 것도 석연치 않다. 이력상 공교육과는 거리가 먼 인물이어서다. 이 때문에 '정치적 뒷배'가 있는 것 아니냐는 의심이 나온다. 더불어민주당 소속인 김영호 국회 교육위원장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이 권한대행의 정책자문관이 리박스쿨 대표를 장관 정책자문위원에 추천한 것으로 확인했다"며 "국정조사 등 모든 방법을 동원해 진실을 밝히겠다"고 말했다. 리박스쿨이 서울교대와 협약을 맺은 시점도 손씨가 자문위원이 된 이후였다.

손씨는 평소 자신을 "우체국장을 지낸 우정사업본부 공무원 출신"이라고 주변에 소개한 것으로 알려졌다. 리박스쿨에서 일했던 한 인물은 본보에 문자 메시지를 보내
"손 대표는 공직생활을 30년 가까이하며 좌파, 우파가 뭔지도 몰랐는데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때부터 현장에 나와 사람들을 계몽시키는 일을 하고 있다"
고 전했다.

교육부 규정을 봐도 손씨가 자문위원에 적합한 인물로 보이지는 않는다. 정책자문위원회 규정에 따르면 자문위원은 교육부 정책에 관한 학식과 경험이 풍부한 사람 중 장관이 임명한다. 유관기관 등으로부터 대학 총장이나 교수, 교사, 현장 전문가를 추천받아 이 중에서 추린다. 지난해 6월 13일 임명된 손씨의 임기는 오는 12일 끝난다. 현재 교육부 교육정책자문위원은 124명이다. 교육부 관계자는 "손씨가 적극적으로 활동하지는 않았으며 연초 자문위원 워크숍에 참여한 정도인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리박스쿨 홈페이지.


교육계 "민간위탁체계가 낳은 최악의 사례"



서울교대는 논란이 확산하자 서둘러 리박스쿨과 선을 그었다. 이 대학은 1일 홈페이지에 올린 입장문에서 "학생들의 선택권을 넓히기 위해 여러 외부 기관과 협력해 다양한 분야의 프로그램을 공급하고 있다"며 "우리 학교는 (리박스쿨의) 손모 대표의 정치적 활동과 전혀 관련이 없다"고 주장했다. 또, 리박스쿨의 늘봄교실 프로그램 교안 등을 급히 점검한 결과 특이 사항은 찾지 못했다고 했다. 다만 학교 측은 "사회적 파장이 큰 만큼 해당 프로그램 운영을 중지하고 (한국늘봄교육연합회와 맺은) 협약도 취소 조치했다"고 밝혔다. 교육부도 늘봄 프로그램 지원 사업에 참여하는 모든 기관을 점검하기로 했다. 교육부 관계자는 "늘봄 프로그램과 리박스쿨 간 문제가 확인되면 즉각 조치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다만, 리박스쿨이 초교 10곳에서 늘봄학교 프로그램을 운영할 때 발생한 학부모 민원 등은 없었다고 했다.

이념성이 짙은 단체가 학교 내 교육을 맡아온 사실이 알려지면서 학부모의 우려가 커졌다. 서울교대와 교육부가 파악한 초교 10곳 외에 다른 학교에서도 리박스쿨의 늘봄학교 프로그램이 운영되고 있을 가능성이 있다. 실제 본보가 리박스쿨의 프로그램명으로 인터넷 검색해보니 경기도의 한 초교에서 같은 이름의 늘봄학교 프로그램을 운영 중이었다.

늘봄학교에는 질 높은 프로그램도 있지만 검증 안 된 프로그램도 적지 않다는 게 학교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은
"늘봄학교는 민간위탁기관이 아무런 검증도 없이 강사를 양성할 수 있도록 자격을 개방했는데 결국 극우단체의 강사 양성 개입은 이런 구조적 부실이 낳은 최악의 사례 중 하나"
라며 "현재 활동 중인 모든 늘봄학교 강사에 대한 이력 검증을 전면 실시해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본보는 손씨의 해명을 듣기 위해 리박스쿨 사무실 등으로 전화를 했으나 연락이 닿지 않았다. 다만 리박스쿨은 이날 밤 입장문을 통해 "건전한 역사교육을 '사상 주입'이라 매도하는 것은 교육에 대한 모욕"이라며 "앞으로도 시민역량을 키우고 공교육을 보완하는 교육 본연의 사명을 꿋꿋이 이어갈 것"이라고 밝혔다.

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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