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의원들이 1일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을 방문해 '리박스쿨' 의혹 규명을 요구한 뒤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왼쪽부터 김성회 더불어민주당 의원, 용혜인 기본소득당 의원, 윤건영·채현일 민주당 의원. 뉴스1
보수 성향 민간단체가 이번 대선에서 불법 댓글 공작을 벌였다는 의혹이 선거 막판 이슈로 등장했다. 탐사보도 매체 뉴스타파는 이승만·박정희 전 대통령의 성을 딴 ‘리박스쿨’이라는 역사교육 단체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를 비방하고 김문수 국민의힘 대선 후보는 칭찬하는 온라인 댓글을 조직적으로 작성하는 전담팀을 운영했다고 보도했다. 민주당이 이 단체 대표를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고발해 경찰이 수사에 나섰고, 교육부도 진상 조사에 착수했다.
보도 내용이 사실이라면, 민주주의를 위협하고 국민 참정권을 훼손하는 중대 범죄다. 2012년 대선 당시 박근혜 전 대통령 지원을 위한 국가정보원의 댓글 공작 사건, 2019년 대선의 문재인 전 대통령에 대한 우호적 여론 조성을 위한 드루킹 사건을 떠올리게 한다. 뉴스타파는 리박스쿨과 김 후보, 국민의힘의 연루 정황이 있다고 보도했다. 더구나 리박스쿨이 초등학교 방과후 프로그램인 늘봄학교에 교육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댓글 조작 가담자에게 방과후 강사 자격증을 줬다는 보도로 의혹은 일파만파 커졌다.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조직적 이념 교육을 시도한 것일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김 후보나 국민의힘이 리박스쿨의 배후라거나 양측 사이에 깊은 연관성이 있다고 단정하기엔 이르다. 단체 대표가 평소 김 후보와 친분을 과시하고, 단체의 국회 기자회견을 조정훈 국민의힘 의원이 주선, 김 후보가 늘봄학교 확대를 약속한 점 등이 연루 정황으로 제시됐지만, 배후설을 입증하는 근거라고 보긴 어렵다. 공정하고 철저한 수사를 통해 신속히 밝혀야 할 일이다.
진상 규명을 시작하기도 전에 민주당과 국민의힘이 정략적 공방부터 하는 것은 무책임하다. 댓글 조작 의혹을 “내란 행위”로 규정한 이재명 후보는 “국민의힘과 무관하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민주당이 보도 내용 이외에 추가로 내놓은 근거는 없다. 국민의힘은 “민주당의 대선 공작 냄새가 난다”고 역공을 폈다. 선거 막판 대선 유불리만 따지며 공론장에 대한 국민의 불안·불신을 부추겨선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