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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폭 증원시 정책법원 기능 상실 우려
“일부 증원은 반대 명분 떨어져” 의견도
변호사협회 측은 대법관 증원 자체는 찬성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대법관 증원’을 공약집에 넣고 공식화하면서 법조계에서는 우려와 기대가 교차하고 있다. 법원 내부에서는 대법관을 대폭 증원하면 ‘원 벤치(One Bench)’로서의 전원합의체 기능이 사실상 상실될 것이라는 우려와 함께 사법부 장악 시도가 아니냐는 의심도 나온다. 다만 상고심 개편 논의와 맞물려 대법관 1~4명 정도 증원은 반대할 명분이 없다는 목소리도 있다. 변호사협회는 대법관 증원 자체는 찬성하는 입장이다.

1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관 일부 증원은 법원 일각에서도 재판 지연 해소를 위해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왔던 방안이다. 법원은 상고심 사건 업무 부담을 낮추기 위해 그간 여러 개편 방안을 모색해왔고 여기에 대법관 증원도 포함됐다.

2011년 국회에선 대법관을 20명으로 증원하고 전원합의체를 두 개로 이원화하는 방안이 논의됐다. 양승태 전 대법원장 시절 법원행정처는 증원에 부정적이었고, 대신 상고법원 설치를 추진했다. 다만 그 과정에서 ‘사법농단 의혹’이 불거지면서 논의가 중단됐다. 김명수 전 대법원장 시절 법원행정처는 2022~2023년 상고심 개선 태스크포스(TF)를 꾸려 대법관 수를 14명에서 18명으로 늘리고 상고심사제를 도입하는 방안을 추진했지만 임기 막바지여서 동력을 받지 못한 채 좌초됐다.

법원 내부에서도 대법관 소폭 증원은 반대할 명분이 없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부장판사 출신의 한 변호사는 “상고심 업무 부담 경감에 대법관 증원이 가장 직관적 해결책이 될 수 있는 만큼 반대할 명분이 뚜렷하지 않다는 의견도 있다”고 말했다.


우려하는 쪽은 급격한 증원으로 사법부 독립이 침해될 가능성에 주목한다. 대법관 인사는 대법원장이 제청하고 대통령이 임명하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대법원장에게 제청권이 있지만 사실상 대통령실과의 교감과 조율 하에 제청이 이뤄진다. 대통령 입김이 반영될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것이다.

실제로 과거 대법원장이 염두에 뒀던 대법관 후보자를 대통령이 임명에 반대해 제청으로 이어지지 못한 사례도 있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민주당 공약집에는 정확히 몇 명을 늘린다는 것인지 구체적인 언급은 없지만, 민주당 김용민 의원의 1년간 8명씩 2년 후 총 16명을 늘리는 ‘30명 증원안’이 국회 발의돼 있다.

법조계에서는 이를 두고 이 후보 임기 중 사법리스크를 우려한 ‘알박기’ 포석이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수도권의 한 부장판사는 “이번 대법관 증원 추진은 대법원을 장악하고 좌지우지하겠다는 의도”라며 “제청을 두고 갈등을 빚을 현 대법원장은 나가라는 소리”라고 말했다. 또 다른 현직법관은 “어떤 조직도 현원보다 많은 수를 급격히 증원하진 않는다”며 “지금 필요한 것은 대법관 증원이 아니라 일선 법관 수를 늘려 1심과 2심 판결을 강화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전합 권위 기능 약화 우려도

30명가량으로 증원할 경우 대법원 판결로 사회적 가치와 기준을 제시하는 ‘정책 법원’ 기능이 상실될 것이라는 우려도 있다. 대법관 숫자가 늘어남에 따라 대법원 결정과 판결에 대한 권위가 약화할 수 있다는 것이다. 현재 전원합의체는 관여하는 대법관들이 토론과 합의를 거쳐 결론을 도출하는 데 만약 30명으로 증원하면 현실적으로 토론과 합의 방식을 유지하기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 많다. 안건에 대한 단순 표결 절차로 변질될 수 있고 이 경우 실질적인 전합 운영이 어렵게 된다는 것이다. 다만 현재로선 증원 후 전원합의체를 어떻게 운영할 것인지에 대한 논의는 이뤄지지 않고 있다.

법조계에서는 30명으로 대법관을 늘릴 경우 형사 전합과 민사 전합을 나눠 운영하는 방안도 가능하다는 의견이 나온다. 대법원 전합의 권위가 떨어지게 되면 결국 헌법재판소 재판소원 도입과 맞물려 사법 체계가 사실상 ‘4심제 구조’로 개편될 수 있다는 관측도 있다.

대법관 수가 대폭 증원되면 파기환송 비율도 늘어날 것으로 관측되는데 사회적 비용 측면에서 바람직하지 않다는 시각도 있다. 서초동의 한 변호사는 “꼼꼼히 사건을 검토해 많이 파기하면 더 좋은 것 아니냐고 생각할 수 있지만 국민 전체로 보면 송사 관련 비용이 늘어나고 고통도 길어지는 것”이라면서도 “관여할 여지가 많아지고 사건이 많아지는 변호사업계 입장에선 나쁠 게 없는 이야기”라고 말했다.

실제 대한변호사협회(변협)는 대법관 증원 자체에 찬성한다. 사건 적체가 심각한 상황 속에 대법원은 심리 불속행 기각 제도를 두고 형사사건 제외 상고 요건을 충족하지 않은 사건은 본안 심리 없이 상고를 기각하고 있다. 변협은 대법관이 증원될 경우 심리 불속행 기각은 폐지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국민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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