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러시아·중국·EU·이스라엘 압박 안 통해
말 바꾸고 결정적 순간 물러서는 ‘겁쟁이’ 낙인
CNN “미 지탱한 동맹·국제무역 스스로 부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연합뉴스

‘겁쟁이’ 딱지가 붙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국제 무대에서 연이은 ‘굴욕’을 겪고 있다. 우크라이나 전쟁을 끝낼 것이라고 장담했지만 러시아는 들은 척도 않으며, 관세로 위협 중인 중국과 유럽은 강경하게 맞선다. 오랜 우방이었던 이스라엘조차 따로 논다.

시엔엔(CNN)은 31일(현지시각) 트럼프가 외교 문제에서 좀처럼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반기를 든 하버드대학교나 법원을 무릎 꿇리려 드는 것도 미국 내 이야기일 뿐, 다른 나라 지도자들은 그렇게 쉽게 위협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다른 나라는 트럼프의 말뿐인 압박에 흔들리지 않으며, 국익이나 혹은 자국 내 정치적 반발 탓에 트럼프가 원하는 결과에 협조할 수 없는 입장이다.

트럼프식 ‘매드맨 전략’ ‘거래의 기술’ 휴짓조각

대표적인 경우가 러시아다.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과의 사적 친분을 자랑해 온 트럼프는 집권만 하면 우크라이나 전쟁을 끝내겠다고 호언장담해 왔음에도, 실제로는 러시아의 강경한 요구에 늘 밀려났다. “트럼프 대통령은 러시아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에게 계속해서 무시당하고 모욕당하고 있다. 이제 러시아 언론은 트럼프를 결정적 순간에 물러서는(who always blinks) 말만 강경한 사람으로 묘사한다”고 시엔엔은 분석했다.

러시아는 입으로는 휴전 협상을 하겠다고 이야기하지만, 실제로는 연일 공세를 펼치며 점령 지역을 늘려나가고 있다. 우크라이나는 접경지인 우크라이나 수미주 11개 마을에 31일 민간인 대피령을 내려야만 했다. 유럽연합 등은 러시아가 휴전을 빙자해 시간을 버는 것이라고 의심 중이다.

2025년 2월 13일, 러시아 모스크바의 한 거리 가판대에 놓인 일간지들. 러시아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과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간의 최근 전화 통화를 다룬 표지가 전면에 실려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중국과의 관계에서도 마찬가지다. 엄포를 놓고 위협하여 빠른 결론을 압박하는 트럼프식 방식이 통 먹히지 않고 있다. 미국은 무역 갈등 완화 협상에 나선 중국이 희토류 수출 제한 등을 완화할 것을 기대했으나, 손에 쥔 것이 없었다. 최근 트럼프 행정부는 중국 유학생 비자 취소, 중국 기업에 대한 일부 핵심기술 판매 중단 조치를 취하며 중국에 대한 불만을 표시 중이다. 시엔엔은 “트럼프는 미국 대통령 앞에 무릎 꿇는 모습만은 절대 보여줄 수 없는 중국 정치의 권위주의적 본질을 이해하지 못했다”고 짚었다.

유럽연합(EU)과의 관세 전쟁에서도 마찬가지로 한발 물러섰다. 시장이 흔들릴 때마다 유예 조치를 취하는 트럼프의 행동을 두고 파이낸셜타임스는 ‘타코(TACO·Trump Always Chickens Out, 트럼프는 항상 겁을 먹고 물러난다는 뜻) 무역’이라는 신조어를 만들어 트럼프 대통령을 분노하게 했다.

영원한 우방일 줄 알았던 이스라엘도 트럼프의 생각대로 움직이지 않고 있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의 국내 정치 생명이 위태로운 상황에서, 쉽사리 가자 전쟁을 끝내려 하지 않을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또 트럼프가 야심차게 추진중인 ‘이란 핵합의’는 중동에 핵 무장 국가를 만들지 않으려는 이스라엘의 구상과도 충돌하는 측면이 있다.

결국 각국 정상들은 각자 이익을 추구하며, 미국 대통령의 단기적이고 거래에 가까운 목표에 좀처럼 호응하지 않고 있다. 예전엔 ‘미국 대통령과 회동한다’고 하면 일종의 상징적 의미라도 있었는데, 트럼프 대통령이 백악관에서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나 시릴 라마포사 남아프리카공화국 대통령을 망신주면서 ‘백악관 회동’의 매력도 사라지고 말았다.

전세계를 상대로 한 관세 위협, 캐나다와 그린란드를 미국 영토로 만들겠다는 발언, 세계에 인도적 지원을 줄이는 행보 등은 미국의 세계적 영향력을 줄이는 방향으로 작용했다. 시엔엔은 “트럼프의 ‘미국 우선주의’는 미국이 오랫동안 국제사회에 이용당해 왔다는 피해의식을 전제로 한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그가 경멸하는 동맹과 국제무역 체계야말로 미국을 세계 최강국으로 만든 기반이었다. 트럼프는 모두 나에게 복종하라는 특유의 공격적 자세로 미국의 ‘소프트 파워’마저 부숴버리고 있다”고 꼬집었다.

한겨레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51783 아내·두 아들 탄 차량 바다 빠트려 살해한 40대 긴급체포 new 랭크뉴스 2025.06.03
51782 국힘 “이미 골든크로스”… 역전승 확신 new 랭크뉴스 2025.06.03
51781 러·우크라 2차 협상도 종전 돌파구 없었다…포로교환만 합의(종합2보) new 랭크뉴스 2025.06.03
51780 마감 전 대기줄 인정, 투표지 반출땐 무효표, 인증샷은 밖에서 new 랭크뉴스 2025.06.03
51779 방송사 출구조사 오후 8시쯤 공개… 당선인 윤곽 자정 전후 드러날 듯 new 랭크뉴스 2025.06.03
51778 "머스크 xAI, 4천억 주식 매각 추진…성공시 기업가치 156조" new 랭크뉴스 2025.06.03
51777 반공·부정선거·뉴라이트에 둘러싸인 리박스쿨 new 랭크뉴스 2025.06.03
51776 신분증 꼭 챙겨 주소지 투표소로 new 랭크뉴스 2025.06.03
51775 울림 있는 하버드대 졸업연설 주인공 中 여학생...알고 보니 아빠 찬스? new 랭크뉴스 2025.06.03
51774 "머스크의 '3천만원대 신차 폐기' 부인에 테슬라 임원들 우려" new 랭크뉴스 2025.06.03
51773 이재명 “필요 시 트럼프 가랑이 밑도 길 수 있는데… 나도 만만치 않다” new 랭크뉴스 2025.06.03
51772 갑자기 사라진 승무원 어디갔나 했더니…화장실서 '이상 행동', 무슨 일? new 랭크뉴스 2025.06.03
51771 [단독] 리박스쿨-서울대 트루스포럼-대치동 입시업체 ‘삼각 커넥션’ new 랭크뉴스 2025.06.03
51770 이준석 ‘보수 심장’ 대구서 최종 유세…“58세 아저씨들이 한국 이끌어, 이젠 바꿔야” new 랭크뉴스 2025.06.03
51769 애플, EU집행위 제소…"'아이폰 생태계' 개방 명령 부당" new 랭크뉴스 2025.06.03
51768 트럼프 "철강 관세 25→50%로 인상" 예고에…美 철강 주가 급등세 new 랭크뉴스 2025.06.03
51767 오늘의 한 표, 희망을 밝힌다 [그림판] new 랭크뉴스 2025.06.03
51766 권영국 강남역 유세장 어느 유권자의 눈물…“그러지 말고 살아봅시다” new 랭크뉴스 2025.06.03
51765 우크라이나판 진주만 공습, 시베리아 때렸다 new 랭크뉴스 2025.06.03
51764 "지난 대선 땐 안 찍었는데"…'이재명 유세' 깜짝 등장한 김수용 new 랭크뉴스 2025.06.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