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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녀' 군 복무자에 모두 가산점 혜택
김문수 후보 대선 공약, 논란 불 지펴
1999년 위헌 판결 이후 가산점 반복
쟁점은 성별 차이 아닌 평등권 침해

편집자주

광화'문'과 삼각'지'의 중구난'방' 뒷이야기. 딱딱한 외교안보 이슈의 문턱을 낮춰 풀어드립니다.

경기 연천군 육군 제5보병사단 GOP 부대에서 장병들이 동이 트는 새벽까지 북쪽을 응시하면서 경계를 늦추지 않고 있다. 연천=왕태석 선임기자


이쯤 되면 단골을 넘어 사골 공약에 가깝습니다. 6·3 대선을 앞두고 김문수 국민의힘 후보가 꺼낸 ‘군 가산점제’ 부활 공약 얘깁니다.
1999년 헌법재판소의 위헌 판단 이후에도 선거철마다, 때론 회기 중에도 논쟁적 공약은 시시때때로 등장
했습니다. 헌재 판단 취지를 피하기 위해 법안 내용은 조금씩 바뀌었지만, 결국 사회적 논쟁만 남긴 채 사라졌죠.

정치권과 학계에선 선거철 군 가산점제 도입은 수세에 몰린 보수 후보의 '꽃놀이패'라는 게 정설로 여겨집니다. 조진만 덕성여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1일 “
징병제 국가에서 병역이 의무인 남성과 그렇지 않은 여성, 그리고 안보를 중시하는 자와 안보를 중시하지 않는 자로 갈라
표를 얻으려는
일종의 편 가르기 전략
”이라고 짚었습니다.

안 되는 줄 알면서 왜 그랬을까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전경. 한국일보 자료사진


실제 재도입도 어렵고, 재도입하더라도 실효성이 떨어지는 걸 정치권에서도 잘 알 텐데 이를 꾸준히 선거 공약으로 내거는 이유는 뭘까요. 그 배경엔, 여전히
징병제에 따른 군필자들의 손해 심리가 잠재하고 있을 거라는 시각이 크게 작용
하고 있다고 합니다. 위헌 판결의 주요 배경이었던 공무원 시험에서 당락을 좌우할 수 있는 ‘최대 5%’라는 높은 가산점 상한을 점점 낮춘 법안이 꾸준히 등장한 이유입니다.

군 가산점제 부활을 시도해온 과정을 살펴보면,
위헌 판단 이후 2005년 주성영 당시 한나라당 의원이 17대 국회에서 2005년 4월 과목별 득점의 3% 범위에서 가산점을 주는 내용의 제대군인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습니다. 2007년엔 같은 당 고조흥 의원이 본인 득점의 2% 범위 이내, 선발 예정 인원 20% 이내로 제한하는 내용으로 다시 발의했습니다. 모두 위헌 논란 속 국회 임기 만료로 폐기됩니다. 18대, 19대 국회에서도 대동소이한 내용의 병역법 또는 제대군인법 개정안이 발의됐습니다.

비교적 최근인 20대 국회에서도 하태경 당시 바른정당 의원이 현역과 상근예비역에겐 과목별 만점의 1%, 사회복무요원에겐 과목별 만점의 0.5%를 가산점으로 부여한다는 내용으로 축소해 제출했습니다. 가산점 부여 기준이 과목별 ‘만점’으로 바뀌었고 그 비율은 1%와 0.5%로 대폭 낮아졌지만 이들 개정안도 법제화되지 못했습니다. 애초 최대 5%였던 가산점이, 사실상 의미가 희미해진 1%와 0.5%까지 낮아졌다 한들 법제화하기엔
헌재 판단은 물론 ‘헌법보다도 상위법’이라고 비유되는 ‘국민정서법’을 넘기 어려웠다
는 얘기입니다.

보상하고 싶다면, 가산점 아닌 돈을 줘라

국민의힘 김문수 대선 후보가 30일 충북 제천 중앙시장 앞에서 유세를 갖고 지지를 호소하며 큰절을 하고 있다. 제천=정다빈 기자


스무고개처럼 반복된 군 가산점제 부활 도전이 번번이 실패로 돌아간 건 궁극적으로
해당 제도가 우리나라에서 보편적인 평등권을 침해한다는 게 헌재 판단의 골자였기 때문
이라고 법학자들은 설명합니다. 김 후보가 대선 공약으로
남녀 성별과 관계없이 가산점 혜택을 누릴 수 있도록 하겠다며
‘여성희망복무제 도입’도 언급했지만, 이 또한 위헌 판단 근거를 피해 가기 쉽지 않을 것
이란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1999년 당시 헌재 결정문을 보면
“(가산점을) 5% 더 주는 것은 소수점 차이로 당락 결정되는 시험에 결정적 영향을 미친다” “군대 안 간 사람에 대한 공직 취임권을 지나치게 제약한다”
고 지적했습니다. 성별보다는 비(非)제대 지원자들의 상대적 피해가 크다는 점이 핵심 쟁점이라는 것입니다. 임지봉 서강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군 가산점 폐지에 나섰던 이들 가운데 남성 장애인도
있었다는 점을 언급하면서
“핵심은 남녀 간 차별 문제가 아니다
”라고 짚었습니다.

군대에 가지 않는 여성은 물론 장애 등으로 군대를 갈 수가 없었던 남성은, 헌재 판결 이전까지 경쟁률이 센 공무원 채용 과정에서 100점을 맞고도 96~97점을 맞은 제대 지원자들에게 밀려 합격할 수 없는 구조가 본질적 문제였기 때문이죠. 1961년 제정된 군사원호대상자 임용법 및 군사원호대상자 고용법이 군 가산점제의 모태가 됐는데, 1997년 외환위기 이후 공무원 시험 경쟁률이 치열해지면서 이에 대한 문제의식이 수면 위로 떠오르며 이 제도의 수명은 끝이 났습니다.

전문가들은
군 복무자들에 대한 보상도 하고, 사회적 논란을 줄이기 위한 확실한 방법은 정부가 금전적 혜택을 주는 것
이라고 지적합니다. 한상희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군 가산점제는 국가 재정을 들이지 않으면서 제대 군인들에게 혜택을 주려고 하는, 다소 공허한 공약”이라고 봤습니다. 그러면서 “현재 장병 월급이 상당부분 오른 상태인데, 여기서 군 가산점제를 도입하려 하면 더더욱 위헌 판결이 날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는 견해를 밝혔습니다.



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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