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14일 부산 서면 쥬디스태화 인근에서 열린 부산 유세에 참석해 시민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부산=고영권 기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는 1일 "해양수도 부산에 동남투자은행(가칭)을 설립하겠다"고 밝혔다. 윤석열정부가 대선 공약을 내걸었지만, 사실상 무산 위기에 처한 '산업은행 이전' 대신 부산 민심을 달랠 새로운 카드를 던진 것이다.

이 후보는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부산, 울산, 경남은 조선과 자동차, 석유화학, 기계산업 등 중화학공업의 중심지로 성장했다"면서 "(그러나) 산업구조가 재편되고 글로벌 산업 환경이 급변하면서 세계시장에서의 경쟁력이 약해지고 있다"고 적었다.

이어 "부울경의 미래산업을 키우고 지역경제를 되살리려면 지역 맞춤형 금융 지원 체계를 시급히 구축해야 한다"면서 "부울경 산업의 경쟁력을 회복하고 지속 가능한 성장을 이끌 '동남투자은행' 설립을 추진하겠다"고 강조했다.

동남투자은행은 국책은행으로 설립하며 초기설립 자본은 중앙정부와 지방자치단체, 산업·기업·수출입은행이 3조원 규모로 공동출자한다는 게 이 후보의 구상이다. 이 후보는 "대규모 정책 기금을 운용해 조선, 자동차, 부품소재, 재생에너지 등 주력 산업에 자금을 투자하고 융자하며, 산업 육성과 인프라 조성을 책임지겠다"고 약속했다.

특히 '동남투자은행'이 그동안 진척이 없었던 '산업은행 이전'의 대안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후보는 "동남투자은행 설립은 구여권 인사도 검토했던 현실적인 안"이라며 "해양수도 부산에 들어설 동남투자은행은 갈등만 키우고 진전 없이 반복된 산업은행 이전 논란을 넘어서 해양·산업금융을 실질적으로 지원하고 청년 일자리 확대까지 실현하는 대안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후보는 이날 부산 유세를 앞두고 있다. 부산을 찾기 전 '동남투자은행' 공약을 발표함으로써 부산 표심을 공략하고 김문수 국민의힘 후보가 이어 받은 산업은행 이전 공약과 차별화를 꾀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한국일보

구현모 기자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