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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9일 오후 서울 강남구 대치유수지체육공원. 20L 모기 살충제 탱크를 단 드론의 프로펠러 소리가 적막을 깼다. 하늘로 날아오른 드론은 공원 경사면 곳곳을 훑으면서 천연 살충제를 뿌렸다. 드론을 조종한 이상윤 강남보건소 질병관리과 주무관은 “비행시간은 8분으로 짧은 편이지만, 4번만 띄워도 약 7500㎡ 면적을 방역할 수 있다”고 말했다.

강남구는 지난 4월부터 주 2회 ‘친환경 드론 방역’을 실시하고 있다. 모기가 많이 서식하고 있지만 차량이나 사람이 진입하기 어려운 하천변, 공원 경사면 등을 대상으로 방역을 진행한다. 오는 11월까지 양재천과 탄천 일대 총 20만㎡ 면적을 방역할 계획이다.

강남구가 지난해 5월 드론 방역을 도입하게 된 계기는 증가하는 모기 민원에 대응하기 위해서다. 서울시 자치구 중 최초다. 박인 강남보건소 질병관리과 주무관은 “드론 방역을 한 곳과 하지 않은 곳을 비교해 보면, 드론 방역을 한 곳에서 채집된 모기 개체 수가 약 30% 적었다”고 설명했다.

지난달 29일 서울 강남구 대치유수지체육공원에서 강남보건소가 모기 드론 방역을 진행하고 있다. 이영근 기자

지방자치단체들이 때 이른 ‘모기와의 전쟁’을 벌이고 있다. 기후변화 등으로 모기 출현 시기가 앞당겨졌기 때문이다. 서울시에 따르면 최근 2주간(5월 11~24일) 감시 체계를 통해 채집한 모기는 총 2만129마리다. 지난해 같은 기간(1만6651마리)보다 20.9% 늘었다.

서울시 수변 지역 모기 활동 지수도 지난달 21일부터 4일 연속 100을 기록했다. 모기 활동 지수가 클수록 모기가 왕성하게 활동한다는 뜻이다. 모기 지수 75~100구간은 ‘모기 예보 4단계(불쾌)’로, 한자리에 10~15분 머무를 때 모기 5마리 이상에게 물리는 수준이다.

이에 각 지자체는 모기 퇴치 사업을 내놓고 있다. 서울 중구는 ‘찾아가는 방역특공대’ 사업을 지난달 재개했다. 방역소통폰(010-8684-3404)에 주민이 문자로 방역을 요청하면 하수구와 빗물받이 등 모기 서식지를 찾아가 맞춤형 소독을 진행한다. 다만 사유지는 제외된다. 지난해 처음 도입된 방역특공대는 운영 첫해에만 전년 대비 2.5배 이상의 방역 요청을 이끌어냈다고 한다.

지난달 28일 오후 서울 중구 버티고개역 인근 골목에서 중구 보건소 직원들이 하수구에 휴대용 연무기를 넣고 모기 방역을 진행하고 있다. 이영근 기자

지난달 28일 만난 방역특공대 대원들은 서울 신당동 버티고개역 인근에서 모기를 퇴치하느라 여념이 없었다. 중구 보건소 직원이 맨홀 뚜껑을 열고 휴대용 연무기를 넣자 연기가 하수관을 타고 퍼져나갔다. 5분도 지나지 않아 근처 빗물받이에서 연기가 피어오르면서 골목은 온천지대처럼 변했다. 이훈 중구 보건소 감염병관리과 반장은 “남산 자락에 있어 모기 민원이 많은 곳”이라며 “팀당 하루 평균 20건의 민원을 처리하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 용산구도 모기 다발생 주택 대상 ‘모기 유충구제 방역 컨설팅 지원 사업’을 11월까지 진행한다. 전문 소독업체가 직접 주민 가정을 방문해 ▶방역 취약 환경 진단 ▶변기·정화조 유충구제 투여 등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한다. 서울 서초구도 20~80대 연령 주민 110명으로 구성된 ‘서초 해충특공대’를 꾸리고 도보 방역소독 활동을 펼치고 있다.

김영옥 기자

앞으로 모기와의 전쟁은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모기는 보통 습도가 높아지고 강수가 잦으면 많이 나타나는데, 기상청은 6월 기온이 평년보다 높고 강수량도 많을 것으로 내다봤다. 이동규 고신대 보건환경학부 석좌교수는 “모기가 가장 좋아하는 온도는 영상 27도 전후”라며 “최근 기후변화로 폭염이 기승을 부리는 한여름엔 모기의 움직임이 둔한 반면 초여름과 가을에 활동이 왕성해지고 있다”고 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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