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30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미 펜실베이니아주 유에스(US)스틸 공장에서 미국으로 수입되는 외국산 철강 제품의 추가 관세 인상 계획을 발표하고 있다. AP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외국산 철강과 알루미늄 제품에 부과 중인 25% 관세를 두 배 올리겠다고 발표하자 유럽연합(EU)은 강한 유감을 표명하며 보복 관세를 현실화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유럽연합 집행위원회(집행위)는 31일(현지시각) 이메일 성명을 통해 “철강 수입 관세를 25%에서 50%로 인상한다는 미국의 발표에 강한 유감을 표한다”고 밝혔다고 로이터 통신 등은 보도했다. 집행위는 “(이러한) 결정은 글로벌 경제에 불확실성을 더하고, 대서양 소비자와 기업 양쪽의 비용을 증가시킨다”며 “관세 인상은 협상을 통한 해결책에 도달하기 위한 지속적인 노력에도 해를 끼친다”고 밝혔다.
유럽연합의 이러한 입장은 지난달 30일 트럼프 대통령이 미 펜실베이니아주 유에스(US)스틸 공장에서 미국으로 수입되는 외국산 철강 제품의 추가 관세 인상 계획을 발표한 직후 바로 나왔다. 지난 3월 모든 철강·알루미늄 수입품에 25% 관세를 부과하는 행정명령이 발효된 뒤, 트럼프 대통령은 이를 50%까지 인상하겠다는 깜짝 발표를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오는 4일부터 인상안이 발효될 것이라고도 했다.
유럽연합은 보복 조처를 예고했다. 집행위는 “유럽연합은 최근 미국의 관세 인상에 대응한 조처를 취할 준비가 돼 있다”고 했다. 앞서 지난 4월 미국이 국가별 상호관세 부과를 90일간 유예하겠다고 발표한 뒤, 유럽연합도 4월15일∼7월14일까지 단계적으로 시행하려던 보복 조처를 연기했다. 그러나 이날 집행위는 “상호 수용 가능한 해결책이 나오지 않는다면, 유럽연합의 기존 (보복) 조처와 추가 대응은 7월14일 자동으로 발효될 예정이며, 필요할 경우 그보다 일찍 시행될 수도 있다”고 밝혔다. 집행위는 그동안 “선의로 미국과 협상을 계속할 공간을 마련하기 위해” 미국산 제품에 대한 관세 보복을 보류했던 것이라고 강조했다.
유럽연합 공식 통계기구인 유로스타트 통계를 보면, 미국은 유럽연합이 두번째로 많은 철강 관련 제품을 수출하는 국가다. 지난해 미국에 대한 유럽연합의 철강 수출액은 약 54억유로(약 8조원)로, 전체 수출량의 16%가 미국으로 향했다. 이에 독일 정치인인 베른트 랑게 유럽의회 무역위원회 위원장은 미국의 위협이 현실화될 경우에 대비해 이날 “즉시 보복 관세를 매겨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편, 트럼프 대통령이 70여개국에 부과한 상호관세 명령은 위헌이라는 판결이 미국 법원에서 나옴에 따라 유럽에선 진행 중인 협상의 우위를 다질 수 있을거란 기대도 나온다. 지난 29일 미국 연방국제통상법원과 워싱턴 디시(D.C.) 연방지방법원은 법원이 상호관세 부과의 위법성을 지적하면서, 해당 관세를 폐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힘을 받을 수 있다는 전망이다. 유럽의회 무역위원회 소속으로 미국을 최근 방문했던 이탈리아의 브란도 베니페이 의원은 트럼프 대통령이 국내 정치적으로 불안정한 상황을 맞이하면서, “미국 행정부는 가능한 빨리 협상 타결을 보려 할 것”이라며 “우리가 받아들일 수 없는 일방적인 양보가 아니라, 보다 건설적인 접근을 하게 되길 바란다”고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에 말했다.
베를린/장예지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