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과 세상]
마라 비슨달 '남성 과잉 사회'
마라 비슨달 '남성 과잉 사회'
랜돌프 크렛 감독의 미국 영화 '스킨 헤드'의 한 장면. 기사 내용과 관련 없음
'아시아에서만 지난 수십 년간 1억6,000만 명의 여성이 사라졌다.'
프랑스 인구통계학자인 크리스토프 길모트가 2005년 발견한 이 연구 결과는 저널리스트 마라 비슨달의 관심을 끌었다. 통계는 눈으로도 확인됐다. '사이언스'지의 중국 베이징 주재 특파원이었던 그는 한 학교 교실이 남학생으로 가득 찬 모습을 목도한다. 중국의 성비 불균형 문제를 다룬 기사에서 출발한 그의 문제의식은 2011년 '남성 과잉 사회'로 출간돼 세계적 반향을 일으켰다.
국내서는 이미 절판됐던 책이 독자들의 잇단 요청으로 최근 재출간됐다. 성비 불균형이 야기하는 사회적 불안을 과거의 일로만 치부할 수 없는 탓이다. 한국의 경우 여아 감별 낙태가 성행했던 1980~90년대 태어난 이들이 현재 사회 주축인 30, 40대들이다. 성비 불균형으로 '잉여 남성'이 많아진다는 것은 단순히 남자들이 결혼하지 못한다는 것만으로 끝나지 않는다는 게 비슨달의 진단.
남성 과잉 사회는 '테스토스테론 과잉 사회'로 치달을 위험이 크다. 남성 호르몬인 테스토스테론은 과다할 때 폭력 범죄뿐 아니라 반달리즘, 공격성, 모험심, 기본적인 규범 위배 같은 다른 반사회적 행동을 조장한다는 것. 성매매, 인신매매, 조혼, 납치 등 여성 대상 범죄도 발생하기 쉽다.
성비 불균형이 심한 사회에서 여성은 "아내, 어머니, 돌봐주는 사람, 가정부, 섹스 상대로 필요"할뿐이다. 남성들은 베트남 출신 아내에게 원하는 특성들을 나열할 때 유머 감각이나 동등한 동반자 관계를 이루고 싶다는 말을 하지 않는다고 책은 짚는다. 저자는 한국과 중국, 인도, 아제르바이잔, 베트남 등에서의 현장 취재와 인터뷰, 통계 자료 분석 등을 통해 구축한 탄탄한 논리를 내세운다.
남성 과잉 사회·마라 비슨달 지음·박우정 옮김·현암사 발행·416쪽·2만2,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