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 후보 및 주변 인사들의 문제적 '말말말'>
김문수 "미스 가락시장", 설난영 "노조는 못생겨"
이준석은 TV 토론 생방송 중 '성폭력 행위' 묘사
"인용·질문으로 혐오 선동 고도화... 해악 더 커"
유시민 "설난영, 혼인 통해 고양됐다고 느낄 것"
김문수 "미스 가락시장", 설난영 "노조는 못생겨"
이준석은 TV 토론 생방송 중 '성폭력 행위' 묘사
"인용·질문으로 혐오 선동 고도화... 해악 더 커"
유시민 "설난영, 혼인 통해 고양됐다고 느낄 것"
이준석 개혁신당 대선 후보가 지난달 27일 대선 후보 3차 TV 토론회에서 권영국 민주노동당 후보에게 질문을 하던 중, 여성 신체에 대한 성폭력 행위를 구체적으로 묘사하며 얼굴을 찡그리고 있다. 작은 사진 속 머리를 붙잡고 고개를 숙인 인물(빨간 원)은 정치평론가 장성철 공론센터 소장이다. 생중계 도중 여과없이 TV를 통해 전파된 이 후보의 해당 발언은 거센 비판을 받았다. 유튜브 '시사인' 채널 실시간 영상 화면 캡처
주요 선거 때마다 후보 본인이나 주변 인사의 '실언' 파문은 빠짐없이 발생했다. 12·3 불법 계엄 및 윤석열 전 대통령 파면으로 치러지게 된 6·3 조기 대선도 마찬가지다. 한 달도 채 되지 않는 선거운동 기간 동안 각종 차별·혐오 발언이 유권자 마음을 어지럽히거나 분노하게 만들었다. 듣는 즉시 '막말'이라고 알아챌 수 있는 고전적 비하 표현은 물론, '인용의 탈'을 쓰고 있는 교묘한 혐오 선동 언급도 등장했다. 상대방을 비판하는 과정에서 자신의 편견과 차별적 시선을 드러내 버린 경우도 있었다. 지난 5월 한 달 동안 이어진 '문제적 발언'들을 정리해 봤다.
김문수, 배현진에 "미스 가락시장" 발언 논란
김문수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지난달 30일 충북 충주시 젊음의 거리에서 유세하며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충주=정다빈 기자
이번 대선 과정에선 후보자들의 여성 비하·혐오 발언 논란이 유독 잦았다. 다만 양상은 조금씩 달랐다. 우선
김문수 국민의힘 후보
의 경우, 지난달 12일 서울 송파구 가락시장 상인 대표들과의 식사 자리에서 "(국민의힘) 배현진 의원을 '미스 가락시장' 이렇게 뽑았으면 홍보대사로, 홍보대사 임명장 하나 (해 달라)"
라고 말한 게 문제가 됐다. 성차별뿐만 아니라, 송파을을 지역구로 둔 배 의원을 지역 현안 해결의 주체가 아닌 들러리로 취급했다는 비판이 들끓었다.더불어민주당은 김 후보 언급에 대해 "여성을 장식품처럼 여기는 차별적 여성관이 몸에 배어 있음을 보여 줬다"며 "봉건시대에나 있을 법한 여성관"이라고 지적했다. 김 후보는 열흘 가까이 지나서야 "발언이 잘못됐다. 죄송하다"고 사과했다.
이준석,생중계 TV 토론 중 '여성 성폭력' 발언
지난달 30일 서울 동작구 중앙대 후문에서 유세 발언을 하고 있는 이준석 개혁신당 대선 후보를 향해 한 대학생이 '혐오정치 조장하는 이준석은 물러가라'는 문구를 적은 피켓을 들어 보이고 있다. 뉴시스
이준석 개혁신당 후보
는 더 큰 논란을 야기했다. 지난달 27일 전국에 생중계되던 대선 후보 3차 TV 토론회에서 여성 신체에 대한 잔혹한 성폭력을 여과없이 재현하는 발언
을 내뱉은 그는 여론의 십자포화를 맞았다. 이재명 민주당 후보 아들이 과거 쓴 것으로 추정되는 인터넷 댓글을 일부 바꿔 인용하면서 권영국 민주노동당 후보에게 "민노당 기준으로 여성 혐오에 해당하느냐"라고 물은 것이다. 권 후보 입을 빌어 이재명 후보를 저격하려 한 셈이다. 난데없는 질문에 권 후보는 "대답하지 않겠다"며 이준석 후보 의도에 의문을 표했다.토론회 종료 후 권 후보는 이준석 후보를 향해 "분명한 여성 혐오 발언을 했다. 토론을 누가 듣고 있는지 단 한 번이라도 생각했다면 할 수 없었을 발상"이라며 후보직 사퇴를 촉구했다. "공론장에서 할 수 없는 말의 경계를 무너뜨렸다"는 비판을 받은 이준석 후보는 모욕, 정서적 아동학대 등 혐의로 경찰 고발까지 당했다.
그럼에도 이준석 후보는 "
후보 검증 차원에서 한 질문이다. 내 발언 어디에 혐오가 있나
"라고 반문하며 자신을 정당화하는 데 급급해했다. 그러나 개혁신당 당원들의 탈당 소식이 이어지자, 결국 문제의 발언 사흘 만인 지난달 30일 그는 "표현 수위로 인해 상처받으신 모든 분들께 깊이 사과드린다"며 고개를 숙였다. 하지만 수습 자체가 불가능한 '역대급 망언'이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TV토론 다음 날 여중생·의원, 성희롱 피해
권영국 민주노동당 대통령 후보가 지난달 29일 광주 광산구 금호타이어 광주공장 앞 정문에서 이준석 개혁신당 후보의 발언에 대해 '레드카드'를 들고 경고하고 있다. 광주=뉴스1
이준석 후보 발언은 그간 문제가 됐던 공인의 혐오 표현과는 질적으로 다르다는 게 전문가들 지적이다.
홍성수 숙명여대 법학부 교수는 한국일보와의 통화에서 "지금까진 특정한 단어를 발화자가 갖고 있는 편견에 의해 직접 내뱉었을 때 혐오 표현 문제가 대두됐고, 이런 형태는 잡아내기 쉽다"며 "하지만 이번엔 인용과 질문이라는 형식
을 띠고 '내 의견이 아니라 저분 의견을 확인해 보려 했다'는 것이기 때문에 전략적으로 선택
된 것"이라고 분석했다.그러면서 "
이준석 후보 방식은 해악이 더 클 수 있다"
고 짚었다. 2022년 장애인 단체의 이동권 시위에 연일 날을 세우던 이준석 당시 국민의힘 대표가 '비문명적 불법 시위'라고 비판한 것도 같은 맥락이라고 한다. 홍 교수는 "이준석 후보가 직접 혐오 표현을 하지 않아도 그런 발언을 했을 때 시민들은 '이제부터는 장애인들을 향해 돌을 던져도 되겠구나'라고 받아들였고, 댓글 등을 통한 장애인 혐오가 심해졌다. 그가 설정한 프레임에 따른 것"이라고 진단했다. 이어 "이런 발언의 사회적 악영향은 직접적인 혐오 표현과 동일하거나 오히려 크다. 혐오 표현이라고 딱 집어 문제 삼기 어렵게 만든다. 고도화된 혐오 선동
이라고 할 수 있다"고 말했다.실제 이준석 후보 발언의 부정적 파급 효과는 곧바로 시작됐다. 지난달 30일 한겨레는 "국민의힘 소속
이병길 경기도의원이 (TV토론 다음 날인) 28일 길 가던 여중생 4명에게 이준석 후보가 한 발언과 비슷한 내용으로 성희롱 발언을 해 경찰에 신고
됐다"고 보도했다. 또 김남희 민주당 의원
은 지난달 29일 페이스북에 "이준석 후보의 발언 직후 모방범죄를 경험
했다. 선거운동을 하는 제 앞에 와서 이준석이 말한 바로 그 표현을 몇 번이나 반복하고 가는 사람이 있었다. 너무나 참담하다"고 적기도 했다."설난영 '노조 발언', 사회적 편견 강화"
김문수 국민의힘 대통령 후보 부인 설난영(가운데)씨가 지난달 26일 부산 금정구 범어사 안양암을 방문해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부산=뉴스1
노동자에 대한 차별·비하 발언도 눈에 띄었다.
김문수 후보 배우자인 설난영씨는 지난달 1일 국민의힘 포항북당원협의회 사무실
에서 "어느 날 갑자기 제가 노조를 하게 됐다. 당시 노조라는 것은 지금과 완전히 다르다"고 운을 뗀 뒤, "제가 노조 하게 생겼나. 일반 사람들이 생각하기에 노조는 아주 그냥 과격하고, 세고, 못생기고
"라고 말했다. 또 "저는 반대되는 사람이다. 예쁘고, 문학적이고, 부드럽고 그런 사람
"이라고도 했다. 1970년대 세진전자 노조위원장, 금속노조 남서울지부 여성부장을 지낸 설씨의 이 발언은 노동계의 반발을 불렀다. 그는 노조 활동 당시 구로공단 한일도루코 노조위원장으로 활동하던 김문수 후보를 만나 1981년 결혼했다.지난달 23일
한국노총
은 성명을 통해 "여성 노동운동가들에 대한 사회적 편견을 여지없이 드러냈다"고 설씨를 비판했다. 한국노총은 "가부장적 사회에서 여성에게 기대되는 '예쁘고, 부드럽고, 문학적인' 모습과 노조 활동을 대조하고, '노조=세고 못생기고 과격하다'는 식의 이분법을 만들었다"며 "여성이 권리 주장이나 저항의 주체가 되는 걸 비정상으로 취급한 구조적 성차별
"이라고 지적했다. 아울러 "(설씨의) 발언을 들어 보니 자신의 과거 노동운동에 대한 자신감도 없고, 현장에서 투쟁하는 여성 활동가들을 외모로나 평가하는 편견 가득한 구시대 사람으로 보일 뿐"이라고 꼬집기도 했다.설씨는 논란이 확산되자 같은 달 26일 사과했다. 그는 "(과거에) 제가 노조 활동을 열심히 하다 보니까 그런 말(노조 비하 발언)이 있긴 있었다"며 "조금 희화화해 당원들에게 이야기하다 보니 그런 발언이 나온 것 같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원래 있었던 말'임을 옮겼을 뿐이라는 점을 부각했다는 점에 비춰 '형식적 사과'라는 비판도 나왔다.
유시민, 설난영 평가하다 '학력·여성 차별'
유시민 작가가 지난달 28일 유튜브 채널 딴지방송국 '김어준의 다스뵈이다'에 출연해 발언하고 있다. 유튜브 '딴지방송국' 채널 캡처
친(親)민주당 '진보 스피커'로 꼽히는
유시민 작가
도 대선 기간 막판, '설화'에 휘말렸다. 설씨를 평가하는 과정에서 여성 노동자를 비하했다고 해석될 법한 발언을 했기 때문이다. 유 작가는 지난달 28일 유튜브 '김어준의 다스뵈이다' 방송
에서 "김문수씨가 대학생 출신 노동자로서 찐(진짜) 노동자(설씨)하고 혼인
한 것"이라며 "설난영씨가 보기에는 자신과는 균형이 안 맞을 정도로 대단한 남자(김 후보)와 혼인
을 통해 좀 더 고양됐고, 자기 남편에 대해 비판적으로 보기가 어려워졌다"고 말했다. 또 "유력한 정당의 대통령 후보 배우자라는 자리가, 설난영씨 인생에선 갈 수 없는 자리
"라고도 했다. 여성과 노동을 한꺼번에 멸시했다는 비판이 쏟아졌다.김수경 민주노총 여성국장은 한국일보와의 통화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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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년대 노동 현장에 투신해 노동운동 과정에서 만나 동지적 관계로 결혼한 사람들이 많다.
이런 역사적 맥락은 제쳐둔 채 (유 작가가) 여성 운동가를 '
운동권 신데렐라'처럼 취급
했다"고 일갈했다. 이어 유 작가가 김 후보를 '대단한 남자'로, 설씨를 '찐 노동자'로 각각 표현한 데 대해서도 "학력 차별
뿐만 아니라, 노동운동을 하던 70년대 여성 노동자를 무시
하고 그들의 주체성을 인정하지 않는 발언"이라고 지적했다. 서울대를 나온 유 작가가 비(非)서울대 출신인 설씨 입장을 자의적으로 해석하면서 같은 학교 선배인 김 후보를 은연중에 고평가하고, 설씨는 낮추어 본 게 아니냐는 뜻이었다. 그는 "대중적 인지도가 높고 영향력이 있는 유시민 작가가 그런 말을 하는 것은 경계해야 한다"고 덧붙였다.김문수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한 시민이 나눈 휴대폰 문자 메시지 대화 내용. '여성의 출산 가산점'이 이재명 민주당 대선 후보 공약에 포함될 것이라는 취지로 김 의원이 언급하고 있다. 온라인 커뮤니티 화면 캡처
대선 기간 초반 '여성 정책 실종' 분위기 속에 '출산 가산점제' 논란도 있었다. 지난달 13일 김 후보와 동명이인인
김문수 민주당 중앙선거대책본부 유세본부 부본부장
이 같은 당 이재명 후보의 '군 복무 경력 호봉 반영' 공약에 항의하는 시민과 휴대폰 문자메시지를 주고받다가 불거진 일이다. 김 부본부장은 해당 시민에게 "여성은 출산 가산점과 군 가산점이 있을 것"이라는 문자메시지
를 보냈는데,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이를 접한 여성 유권자들 사이에선 "아이 안 낳은 여성은 여성도 아니냐"는 불만의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그러자 민주당 선대위 공보단은 "출산 가산점제에 대해 검토하거나 논의한 바 없다"고 해명했고, 김 부본부장은 선대위 직책에서 물러났다.연관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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