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용 후 상당 시간 지나 운전” 무죄 주장
형사처벌 전력 없고·피해자 유족과 합의
형사처벌 전력 없고·피해자 유족과 합의
졸피뎀 성분이 포함된 수면제를 복용한 채 운전하다 8명의 사상자를 낸 운전자에게 징역형 집행유예가 선고됐다.
1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전지법 형사12단독 이재민 부장판사는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위험운전치사상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A(47)씨에게 징역 3년, 집행유예 5년을 선고했다.
A씨는 2023년 2월 6일 오전 9시55분쯤 전날 복용한 수면제 약물 영향이 남아 있는 상태로 대전 서구 관저동 한 교차로를 달리다 맞은편 도로에 있던 B(66)씨 차량과 부딪혔다.
이 사고 여파로 인근에 있던 차량 6대가 잇따라 충돌했다.
B씨는 현장에서 사망했고, 다른 운전자 7명이 다치는 등 8명의 사상자가 났다. 당시 A씨는 제한속도 60㎞ 도로에서 108㎞로 운전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장기간 우울증과 공황장애를 앓아았던 A씨는 사고 전날 저녁 치료제를 복용했고, 취침 전에는 졸피뎀 성분이 포함된 스틸녹스 수면제를 먹은 것으로 파악됐다.
A씨는 그동안 수면제를 복용하면서 별다른 부작용이 없었다고 설명했다. 또 약물 복용 이후 상당 시간이 지난 후에 운전했기 때문에 약 성분이 체내에 거의 남아 있지 않은 상태였다며 무죄를 주장했지만 재판부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 판사는 “피고인은 수면제를 복용해 정상적인 운전이 곤란한 상태였고 이에 따라 적정한 속도로 운전하지 못하고 조향 및 제동장치도 적절하게 조작하지 못해 사고를 일으켰다는 점을 충분히 인정할 수 있다”고 판시했다.
이어 “피고인이 형사처벌 받은 전력이 없고, 사망한 피해자 유족과 합의해 유족이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는 의사를 표한 점, 피고인 자신도 현재까지 휠체어에 의지해 생활하며 앞으로도 장애를 가지고 살아가게 될 것으로 보이는 점 등을 고려했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