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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북한 해군의 군함과 관련한 흥미로운 뉴스가 연이어 보도됐다. 북한 전투함 사상 최대인, 배수량 5000t 정도로 추정되는 최현급 구축함이 뉴스의 주인공이다. 신형 구축함의 존재는 지난해 초 북한이 공개한 김정은의 현지 시찰 선전물을 통해 공개됐고, 우리 정보 당국도 2척이 각각 남포와 청진에서 건조 중이며, 향후 유동적이기는 하지만 총 4척을 전력화할 것으로 예측했다.

2024년 2월 공개된 건조 중인 최현호. 무슨 이유에서인지 모르나 함포와 VLS 장착 부위를 블러 처리해서 많은 궁금증을 불러왔다. 조선중앙통신

그리고 예상보다 빠른 올해 4월 25일 북한 지도부의 참석하에 남포에서 최현함의 진수식이 열렸다. 북한이 공식적으로 성능을 밝힌 것은 없지만, 공개된 규모와 외형만 놓고 보았을 때 이지스 전투 체계를 탑재해서 함대는 물론 지역 대공 방어 능력까지 갖춘 것으로 보인다. 정황상 관련 기술을 러시아나 중국이 공급해 줬을 것이 확실한 데, 어쨌든 지금까지 북한이 보유한 전투함과는 차원이 다른 것으로 평가된다.

놀랍게도 진수된 지 불과 일주일도 안 돼 수직발사장치(VLS)를 이용해 함대공미사일, 순항미사일을 발사하고 함포를 사격하는 모습을 선전했다. 예상을 벗어난 엄청나게 빠른 행보였다. 북한의 기술력을 고려했을 때 겉으로 드러난 것보다 실제 성능은 떨어질 것이라는 평가도 있지만, 어쨌든 이전까지 북한군이 보유하지 않았던 전력이다 보니 당연히 우리 안보에 위협이 될 수밖에 없다.

진수된 지 일주일도 안 되어 초음속 순항미사일 발사 테스트를 하는 최현함. 많은 이들을 놀라게 했다. 뉴스1

그러다가 정반대의 소식이 전해졌다. 불과 한 달 후인 5월 21일 청진에서 열린 2번 함의 진수식에서 커다란 사고가 발생한 것이다. 북한 당국이 이례적으로 사고 내용과 과정을 상세히 보도했을 정도로 중대한 사고였다. 흔치 않은 측면 진수를 시도하다가 대차 작동 오류로 말미암아 선수가 선대에 걸친 상태로 선미만 이탈하면서 함이 옆으로 넘어진 상태로 좌초한 것이다.

격노한 김정은이 6월 말까지 복구하라고 지시했고 북한 선전 매체도 가능하다고 언급했지만, 위성 사진으로는 예상되는 침수 부위나 선체의 뒤틀린 상태를 고려했을 때 함을 포기하고 새로 만드는 것이 좋을 것으로 보는 전문가들이 대부분이다. 정확한 것은 6월 말 밝혀지겠지만, 설령 선대에 다시 올려놓는 데 성공하더라도 2번 함의 조기 전력화는 물 건너간 상태임이 분명하다.

청진에서 벌어진 진수식 도중 사고로 좌초된 최현급 구축함 2번함을 위장막으로 감싼 모습. 김정은은 6월 말까지 원상 복구하라고 명령했지만, 쉽지 않을 전망이다. 영국 싱크탱크 오픈소스센터

그런데 북한은 이번 최현급 구축함 획득 과정을 보면 통상적인 방식을 벗어난 행보여서 많은 의구심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원래 무기는 여타 공산품에 비해 고가다. 그중에서도 대형 전투함은 유사 이래 가장 비싼 무기에 속하고 획득 수량도 많지 않다. 그래서 전시 정도의 상황이 아니라면 경제 사정을 고려해 순차적으로 도입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일단 초도함을 만들어 운용해 본 후 발견된 문제점을 해결하고 후속함을 건조한다.

세종대왕급 구축함의 경우도 후속함들이 각각 1년, 3년의 시차를 두고 건조됐다. 다시 말해 율곡 이이함과 서애 유성룡함은 전작을 운용해 보면서 발견한 문제점과 터득한 노하우가 건조에 적용된 것이다. 모든 개발자는 예외 없이 자신이 개발한 무기가 완벽하게 작동하기를 원한다. 하지만 이런 경우는 극히 드물고 복잡하거나 고도의 기술이 투입된 무기일수록 예상치 못했던 문제점의 발생과 이를 해결하는 과정을 당연 시 한다.

리버티급 수송선을 대량 건조 중인 카이저 조선소.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미국이었기에 가능했던 모습이라 할 수 있다. Oregon Encyclopedia

북한이 경제에 무리를 줄 수밖에 없는 척당 수천억 원이 들어가는 전투함을 운용 피드백 없이 2척이나 동시에 건조하는 것은 그래서 상당히 이례적이다. 2척이 반드시 필요했다면 조금이나마 건조 비용을 절감하고 자재 조달의 편이를 위해 남포나 청진 중 한 곳에서만 건조하는 것이 좋은데, 그것도 아니었다. 설령 사업소 간의 경쟁이 치열하더라도 북한 체제상 굳이 일감을 배분할 필요도 없다.

북한이 지리적으로 동서해가 분리되었기 때문에 지금까지 군함을 각각 따로 건조하고는 했다. 그런데 이번처럼 제작 수량이 적고 장거리 항행도 가능한 군함이라면 굳이 그렇게까지 할 필요는 없다. 군함도 공해에서 항해할 수 있으므로 평시라면 북한 함정이 동서해를 오가는 데 제약이 없기 때문이다. 그럴 가능성은 없겠지만 만일 최단 거리로 지나가고자 대한해협을 통과해도 우리가 물리적으로 북한 함정을 막을 수 없다.

최현함은 앞으로 1년 정도 운용해 본 후 제식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실제 성능은 밝혀 진 것은 없지만, 북한 해군의 전력이 향상된 것은 틀림없다. 우려스러운 부분이다. 연합

혹시 모를 충돌이나 정보의 노출을 우려한다면 멀리 돌아가도 된다. 이처럼 다른 방법이 있는데도 불구하고 북한은 지금까지 해왔던 것처럼 그냥 두 곳으로 나눠 건조했고 결과적으로 커다란 낭패가 되었다. 하지만 이러한 비합리적인 선택과 사고에도 불구하고 북한이 군비 증강을 멈추지는 않을 것은 분명하다. 사실 핵이나 미사일에서 보듯이 집요할 정도의 무모함이 우리에게는 가장 우려스러운 부분이기 때문이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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